살 수 있는 희망 찾았지만 약값 때문에 울어요
화이자의 급평위 위원 로비 의혹으로 잴코리 급여화 '보류' 결정
9년째 비소세포 선암으로 투병 중인 박소연씨는 1년 전만 해도 얼마나 생명을 지속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태였다. 소연씨는 그야말로 마지막 치료제라고 할 수 있는 잴코리를 복용한 뒤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계단을 몇 개 오르내리는 것도 힘들었던 소연씨는 잴코리 복용 후 며칠 만에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숨이 가쁜 증상이 개선되었고 기침과 가래가 완화되었다. 2주일 후 검사에서는 암세포가 많이 줄어있었다.
그랬던 소연씨가 약 복용을 중단했다가 쇼크로 응급실에 실려 가야 했다. 한 알에 16만 7천 5백 원이나 하는 약값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루에 두 알씩 복용하면 한 달 약값만 천만 원. 소연씨는 B형 간염 보균자라 그나마 하루에 한 알만 복용해도 되는 게 다행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일 년 약값만 1억2천만 원, 건강보험 적용 안 돼 환자 부담 커
화이자의 잴코리는 2011년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고 2012년 1월부터 비급여로 출시되었다. ALK 양성 비소세포 폐암 환자에게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진 최신 표적 항암제다.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일 년이면 1억2천만 원이나 되는 약값은 전액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2012년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 급여 등재를 신청했지만 비용효과성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출시된 지 3년 가까이 급여화 되지 못했다.
현재 우리나라 예상 복용 대상 환자는 300여 명. 급여 등재 탈락 이유인 비용 대비 효과가 높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연씨와 같이 알크(ALK)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들에게는 특히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약값 부담이 큰 데도 불구하고 현재 비급여로 복용하고 있는 환자는 60여 명(2014년 8월 기준)에 이른다.
잴코리는 2012년과 올 8월에 걸쳐 두 차례 급여 등재에 실패했다. 지난 11월 세 번째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여평가위원회의 급여 등재 안건으로 상정되었다. 이러한 과정 중에 지난 12월 4일, 보건의료관련 시민단체 '건강보험가입자포럼'이 화이자 직원의 로비 시도 의혹을 제기했다.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의사 등 전문가 단체, 건강보험가입자단체 및 소비자 단체 추천으로 50여 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약제 급여 결정은 제약회사의 이익과 연관이 큰 만큼 명단은 비공개로, 회의 안건 역시 1주일 전 참석위원들에게 송부된다.
그런데 화이자의 담당 직원이 특정 위원에게 잴코리가 안건으로 상정될 것을 알리며 "찾아뵙고 말씀 올리겠다"는 문자를 보낸 것이 시민단체의 폭로를 통해 언론에 공개된 것.
시민사회단체는 심평원의 관리 감독 부실을 지적하며 화이자의 심사청구 제한, 손해배상 청구 등의 패널티를 적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논란으로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로비 의혹에 대해 사실 확인을 할 때까지 잴코리에 대한 급여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하였다.
"로비 의혹으로 급여화 안 되면 그 고통은 오로지 환자가 떠안게 돼"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4대 중증질환에 대해서는 치료비를 전액 국가가 부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고액의 진료비가 발생하는 4대 중증질환에 대해서만큼은 치료가 끝날 때까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데 사회적인 공감대도 형성되어 있는 상태. 이번 로비 의혹으로 인해 중증질환으로 투병 중인 환자와 가족들이 또 다른 피해를 입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네이버 '폐암환우와 가족들의 모임' 카페지기 박대성씨는 "잴코리 복용 대상 환자가 많지는 않지만 그들에게 있어 잴코리는 생명줄 같은 약"이라며 이번 로비 의혹과 잴코리의 '보류 결정'에 대해 "엄청난 자본을 가진 제약회사의 탐욕이 부른 참사로 잴코리 급여화를 애타게 기다리던 환자들이 약값 부담으로 더욱 고통 받게 되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잴코리 급여화에 대해 "막대한 개발비용을 보전하려는 제약회사와 비용 대비 효과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환자들의 생명을 최대한 고려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며 "결국 이로 고통 받는 것은 환자와 환자가족들이다. 제약회사의 로비 의혹으로 인해 잴코리가 급여 등재에 탈락한다면 막다른 길에 몰린 환자들의 목숨은 어떻게 할 것인가. 생사의 기로에서 건강보험 적용만을 애타게 기다리던 300여 명의 말기 폐암 환자들에게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을 없을 것이다. 제약회사의 로비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관리감독 부실문제는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 다만 이 문제와 잴코리 급여화는 따로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랬던 소연씨가 약 복용을 중단했다가 쇼크로 응급실에 실려 가야 했다. 한 알에 16만 7천 5백 원이나 하는 약값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루에 두 알씩 복용하면 한 달 약값만 천만 원. 소연씨는 B형 간염 보균자라 그나마 하루에 한 알만 복용해도 되는 게 다행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 박소연 씨에게는 그야말로 마지막 치료제라고 할 수 있는 폐암치료제 ‘잴코리’를 복용한 뒤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일 년 약값만 1억2천만 원, 건강보험 적용 안 돼 환자 부담 커
화이자의 잴코리는 2011년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고 2012년 1월부터 비급여로 출시되었다. ALK 양성 비소세포 폐암 환자에게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진 최신 표적 항암제다.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일 년이면 1억2천만 원이나 되는 약값은 전액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2012년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 급여 등재를 신청했지만 비용효과성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출시된 지 3년 가까이 급여화 되지 못했다.
현재 우리나라 예상 복용 대상 환자는 300여 명. 급여 등재 탈락 이유인 비용 대비 효과가 높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연씨와 같이 알크(ALK)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들에게는 특히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약값 부담이 큰 데도 불구하고 현재 비급여로 복용하고 있는 환자는 60여 명(2014년 8월 기준)에 이른다.
▲ 화이자의 잴코리는 한 알에 16만7천5백 원으로 일 년이면 약값만 1억2천만 원에 이른다.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이 비용은 전액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잴코리는 2012년과 올 8월에 걸쳐 두 차례 급여 등재에 실패했다. 지난 11월 세 번째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여평가위원회의 급여 등재 안건으로 상정되었다. 이러한 과정 중에 지난 12월 4일, 보건의료관련 시민단체 '건강보험가입자포럼'이 화이자 직원의 로비 시도 의혹을 제기했다.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의사 등 전문가 단체, 건강보험가입자단체 및 소비자 단체 추천으로 50여 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약제 급여 결정은 제약회사의 이익과 연관이 큰 만큼 명단은 비공개로, 회의 안건 역시 1주일 전 참석위원들에게 송부된다.
그런데 화이자의 담당 직원이 특정 위원에게 잴코리가 안건으로 상정될 것을 알리며 "찾아뵙고 말씀 올리겠다"는 문자를 보낸 것이 시민단체의 폭로를 통해 언론에 공개된 것.
시민사회단체는 심평원의 관리 감독 부실을 지적하며 화이자의 심사청구 제한, 손해배상 청구 등의 패널티를 적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논란으로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로비 의혹에 대해 사실 확인을 할 때까지 잴코리에 대한 급여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하였다.
"로비 의혹으로 급여화 안 되면 그 고통은 오로지 환자가 떠안게 돼"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4대 중증질환에 대해서는 치료비를 전액 국가가 부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고액의 진료비가 발생하는 4대 중증질환에 대해서만큼은 치료가 끝날 때까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데 사회적인 공감대도 형성되어 있는 상태. 이번 로비 의혹으로 인해 중증질환으로 투병 중인 환자와 가족들이 또 다른 피해를 입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네이버 '폐암환우와 가족들의 모임' 카페지기 박대성씨는 "잴코리 복용 대상 환자가 많지는 않지만 그들에게 있어 잴코리는 생명줄 같은 약"이라며 이번 로비 의혹과 잴코리의 '보류 결정'에 대해 "엄청난 자본을 가진 제약회사의 탐욕이 부른 참사로 잴코리 급여화를 애타게 기다리던 환자들이 약값 부담으로 더욱 고통 받게 되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주최로 열린 제13회 환자샤우팅카페에서 ‘폐암환우와 가족들의 모임’ 카페지기 박대성 씨가 ‘잴코리 급여화’에 대한 환자들의 요구가 매우 크다는 내용의 발언을 하고 있다. ⓒ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잴코리 급여화에 대해 "막대한 개발비용을 보전하려는 제약회사와 비용 대비 효과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환자들의 생명을 최대한 고려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며 "결국 이로 고통 받는 것은 환자와 환자가족들이다. 제약회사의 로비 의혹으로 인해 잴코리가 급여 등재에 탈락한다면 막다른 길에 몰린 환자들의 목숨은 어떻게 할 것인가. 생사의 기로에서 건강보험 적용만을 애타게 기다리던 300여 명의 말기 폐암 환자들에게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을 없을 것이다. 제약회사의 로비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관리감독 부실문제는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 다만 이 문제와 잴코리 급여화는 따로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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