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은 좀비정당, 호남정치는 정당정치 막장"
[광주정치 어디로⑤] 호남정치 복원과 새정치연합의 변화 가능성
<오마이뉴스>는 광주지역 시민단체인 '참여자치21'과 함께 10월~12월 총 세 차례 걸쳐 '지역정치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주제로 원탁토론회를 진행했다. 토론회에선 ▲광주 지역 정치 현실 진단 ▲광주 시정·의정 점검 ▲지역정치 생태계 이대로 둘 것인가 등을 논의해 왔다. <오마이뉴스>와 '참여자치21'은 내년에도 지역정치와 관련한 다양한 주제로 원탁토론을 이어갈 예정이다. [편집자말]
▲ 10일 세 번째 지역정치 원탁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토론자들. 왼쪽부터 오승용 전남대 5.18연구소 교수,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 사회를 본 최영태 광주시민단체협의회 대표, 손호철 서강대 교수, 나기백 참여자치21 대표. ⓒ 이주빈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이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광주를 비롯한 호남권에서 이른바 '호남정치 복원'을 주창하는 목소리가 전에 없이 높아지고 있다. 어떤 이들은 "호남정치 복원은 곧 새정치연합을 대체하는 신당 창당"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참여자치21과 오마이뉴스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있는 '지역정치 어디로' 세 번째 원탁토론 역시 '호남정치 복원의 개념과 방향'으로 틀이 잡히고 말았다.
10일 오후 2시부터 광주시의회 예결위 회의실에서 진행된 원탁 토론에서 토론자들과 참석자들은 호남정치의 복원의 개념에 대해선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이들은 호남정치 복원이 기득권 강화가 아닌 개혁정치 확대로 이어져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은 "호남 기득권 정치를 강화하겠다는 차원이 아닌 호남에서부터 정치를 개혁해야겠다는 차원에서 호남정치 복원은 당연한 요구"라며 "기득권을 강화하는 계파와 패거리 정치가 아닌 선명한 비전과 정책을 갖춘 '작은 김대중'들 즉 참신하고 젊은 인재를 발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오승용 전남대 5.18연구소 교수는 "호남정치 복원이라는 명명보다는 호남정치 개혁이나 호남정치 혁신이 더 올바른 명명일 것"이라며 "호남정치의 위기는 곧 일당지배체제에 의한 호남 지방자치의 위기"라고 진단했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호남정치 복원이라 불리는 지역주민들의 정치적 주권의 회복이 친노 중심으로 만들어진 정당이었던 열린우리당에서 다시 민주당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호남정치 복원은 적합한 개념인가, 복원할 호남정치의 제대로 내용이 있었나, 복원시켜야 할 정신은 무엇인가 고민해보아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나기백 참여자치21 대표는 "호남정치 복원이라는 담론을 맨 처음 제안했을 때 지배자 담론이 아니 유권자 담론으로 시작했다"라고 기억을 환기시키며 "호남정치 복원은 지역정치 복원이며, 정치적 주권을 박탈당한 유권자들의 주권회복 운동"이라고 규정했다.
최영태 광주시민단체협의회 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원탁토론은 시민 50여 명과 함께 두 시간 넘도록 진행됐다. 오마이뉴스와 참여자치21은 올해 세 차례 진행된 원탁 토론을 2015년에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아래는 토론자들의 발언을 요약한 것이다.
"호남정치 복원? 호남정치 기득권 해체하고, 개혁정치 강화해야"
▲ 토론하고 있는 오승용 교수와 천정배 전 장관. ⓒ 이주빈
천정배 : "그동안 호남정치는 양 날개로 날아왔다. 민주, 인권, 개혁 진보에 대한 열망이 그 하나고, 소외와 낙후를 넘어서 다른 지역과 최소한 동등하게 발전시키겠다는 염원이 또다른 하나다. 호남정치는 한국 개혁정치의 엔진이고, 거점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옛날 얘기다. 김대중 퇴임 이후 20년, 그 세월동안 개혁정치세력은 부진에 부진을 더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야당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극심한 폐해를 지역에 낳고 있다. 이는 호남정치 독과점 상태와 관련이 있다. 그 결과 호남정치의 양 날개가 다 꺾일 상황이다. 호남 기득권 정치를 강화하겠다는 차원이 아닌 호남에서부터 정치를 개혁해야겠다는 차원에서 호남정치 복원은 당연한 요구다. 기득권을 강화하는 계파와 패거리 정치가 아닌 선명한 비전과 정책을 갖춘 '작은 김대중'들 즉 참신하고 젊은 인재를 발굴하는 것이 시급하다."
오승용 : "호남정치 복원보다는 호남정치 개혁이나 혁신이 더 올바른 명명이다. 호남정치 내의 위기는 호남 지방자치의 위기다. 호남이 유일하게 1등하고 있는 것은 선거사범 기소자율이다. 2위는 대구다. 일당독점 체제가 강고한 광주와 대구가 선거사범이 많다. 구조적인 면이 있다는 것이다. 일당지배체제로 인한 지방정치의 위기 상황이 지방정치를 토론할 시간에 중앙정치를 얘기할 수밖에 없게 하고 있다."
손호철 : "호남정치는 그동안 이중적 차별을 받았다. 하나는 군사독재에 의한 차별이고 둘째는 민주화 내부에서의 차별이다. 개혁적 인물은 수도권 중심으로 공천하고, 호남엔 당직자나 정치자금 내는 이를 공천해주었다. 호남의 정치적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역사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핵심은 지방자치다. 호남의 지방자치가 대구보다 민주적인가. 영남의 지자체 세 곳이 무상급식을 할 때 호남의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무상급식을 실시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과감한 자기성찰을 해야 호남의 개혁정치 복원을 가져올 수 있다."
나기백 : "호남정치 복원은 원래 지배자 담론이 아닌 유권자 담론으로 시작했는데 유력 정치인들이 자기정치이해관계로 활용하고 있다. 호남정치 복원은 지역정치 복원이다. 정치적 주권을 박탈당한 유권자들의 지역 주권회복 운동이다. 영남 역시 영남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손호철 : "지역주민들의 정치적 주권의 회복이 친노 중심으로 만들어진 열린우리당을 다시 민주당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호남정치 복원, 적합한 개념인가, 과거에 제대로 된 것이 있었나, 복원시켜야 할 정신은 무엇인가? 이를 테면 5.18정신이라든가 말이다. 진지하게 고민해보아야 한다."
나기백 : "지난 대선 때부터 연구자, 시민사회 활동가 모두가 정권교체론만 외친다. 호남인의 70-80%가 자동으로 투표해줘도 정권교체론만 외친다. 정권교체론은 중앙정치 기득권자들이 지방정치를 관리하고 통치하는 담론이다. 지역담론과 의제를 묵살하는 것이다. 정권교체론은 블랙홀이 돼버려 지역담론이나 의제를 실종시키고 있다. 지방선거 하는데 정권교체론이나 수권정당론 나와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호남에서만큼은 정권교체론 담론을 폐기해야 한다."
천정배 : "중앙정치 지방정치 따로 분리할 수 없다. 지역정치만으로 호남의 낙후를 극복할 수 없다. 호남이 앞장서지 않는 한 한국정치 개혁 없다. 정권교체가 이데올로기화 되어 있는 것이 문제다. 비전 있는 개혁세력, 야당다운 확실한 비전을 만드는데 실패하고 있다. 선명한 정책정당 세력을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제대로 된 지방자치 역량을 만드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지역위원장이 과도한 기득권을 누리며 지역위원회를 사당으로 만들고 있다. 이걸 고쳐야 상향식 민주주의가 전면화 된다.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기득권을 스스로 내려놓는 일은 거의 없다. 기득권자들에게 기대하면 안 된다. 양식 있는 시민들이 스스로 조직화해야 한다."
" 14년 동안 당명이 12번이나 바뀐 정당이 어느 날 갑자기 변화한다고?"
▲ 토론하고 있는 손호철 교수와 나기백 대표. ⓒ 이주빈
손호철 : "호남정치 복원은 호남 내부정치의 민주화와 중앙정치에서 호남정치의 영향력 확대 두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 같다. 호남이 어디에서나 자랑할 수 있는 지방자치 모범을 보여주며 즉 호남의 도지사가 국가 지도자가 될 때 가능하다. 내가 연방제를 주장하는 이유다. 외교와 안보를 제외한 모든 권력을 지방에 주면 건설적인 경쟁이 된다. 그리고 호남정치가 응당한 대우를 받기 위해선 민주주의 전범들을 호남정치 내부로부터 보여줄 필요가 있다."
오승용 : "두 가지 특징을 관찰할 수 있다. 하나는 호남 유권자 감소이고, 또 하나는 참여의 위기다. 호남의 선거참여율이 전국 평균치 보다 낮아지고 있다. 왜 이런 현상 나타나나. 정치적 효능감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정치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호남의 정치는 한국 정당정치의 막장이다. 중앙정치 무능대명사가 지역정치에서는 전횡을 일삼고 있다. 호남 표는 전제돼 있기 때문에 호남에서 시장, 국회의원 등에 대한 공천은 계파정치 전리품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또 '전략공천'이라는 이름으로 호남은 낙하산 착륙장이 되고 있는 막막한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방자치 전범을 만들어내는 일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정도다."
나기백 : "비대위만 7번째 만드는 정당, 14년 동안 당명이 12번이나 바뀐 정당. 이런 정당이 어느 날 갑자기 기득권을 버리고 변화한다? 말이 안 된다. 지역정치 살리는 해법은 정치 경쟁 촉발뿐이다. 지역정당이 됐든 연합 후보가 됐든 독점 후보에 맞서야 한다. 외부에서 충격이 없는데 민주당 기득권자들이 혁신하겠나. 여러 번 기회 줬지만 한 번도 제대로 혁신한 적이 없는 정당이다. 경쟁이 중요하지 읍소하는 청원정치 해서는 지역주권이 생기지 않는다."
오승용 : "새정치연합은 좀비정당이다. 진작 죽었어야 하는데 안 죽고 있는 정당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간판이 더럽혀졌기 때문에 내부개혁이 아닌 대체할 수 있는 세력을 만들어야 하는데 가능할까? 회의적이다. 경쟁체제 구축에 동의하지만 비용 대비 효용성의 측면에서 우선은 현실적으로 공천 문제가 중요하다. 당내 개혁은 인위적으로라도 경쟁체제를 갖추고, 함정은 있지만 독일식 정당명부제로 선거제도를 개편해야 한다."
손호철 : "교차투표하면 어떨까? 새정치연합의 혁신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안에서 파열하는 것이고, 둘째는 밖에서 깨는 방식이다. 가장 근접한 사례가 안철수 신드롬이었다. 밖에서 하려다가 실패하고 안에 들어가서 하려다 실패했다. 그래서 지금의 새정치연합은 내부 견제 동력마저 사라져버린 상황이다. 제3지대 정당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천정배 : "내게 김대중 대통령 같은 힘이 있으면 신당 만들겠다고 얘기해왔다. 당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니까 당에 희망 걸고 끝까지 함께 해야 한다. 선거가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새정치연합 안에서 분열이 있을 것 같나? 그렇지 않다. 지금 정치인들 믿고 뭘 해선 안 된다. 정치에 관한한 국민이 선택권 가지고 있다. 개혁정치 뒷받침할 수 있는 주체가 되어 앞장 설 수 있는 분들이 계신 곳이 호남이다. 그래서 호남에서부터 해보자는 것이다. 지역 시민사회가 조금 더 빨리 움직였으면 좋겠다. 총선 1년 4개월, 대선 3년 남았다. 선거의 기회가 정치적 진전 이룰 수 있는 기회다. 다음 총선을 대비하는 움직임과 힘의 결집이 있으면 좋겠다."
손호철 : "그람시는 위기란 낡은 것은 죽어가는데 새로운 것은 태어나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깨어있는 시민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호남의 선도적 역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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