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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게 없는' 이케아가 온다

1호점 언론 공개... 일부 품목 비싸고, 지역가구업체들과의 상생도 '글쎄'

등록|2014.12.16 08:34 수정|2014.12.16 08:34

▲ 이날 방문한 광명점은 매장 2개 층과 주차장 3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연면적은 13만1550㎡, 매장 규모는 5만9000㎡에 달한다. ⓒ 김지혜


없는 게 없었다. 거실, 주방, 서재, 침실 등에 필요한 가구부터 카페트, 침구류, 욕실용품, 생활수납용품까지. 그야말로 가구들의 집합소였다. 15일 스웨덴 가구기업 이케아가 경기도 광명시에 위치한 국내 1호점을 언론에게 공개했다.

기자가 직접 가보니 1만 원도 안 되는 가구와 아기자기한 소품 등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고가의 가구가 부담스러운 신혼부부와 아이방을 꾸미는 초보부모들이 주 고객층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생존이 순조롭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케아는 다른 나라보다 한국에게만 유독 고가로 제품을 제공해 '한국 호갱'(호구+고객) 논란이 들끓은 바 있다. 이뿐 만이 아니다.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해 제품을 팔아온 것으로 알려져 불매운동 확산 조짐도 보이고 있다. 국내 중소가구 업체와의 상생부분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인의 주거 형태와 가족 구성 등 파악해 반영"

이케아 광명점은 KTX 광명역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주변에 코스트코와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도 인접해 쇼핑타운을 이루고 있었다. 이날 방문한 광명점은 매장 2개 층과 주차장 3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연면적은 13만1550㎡, 매장 규모는 5만9000㎡, 주차 가능 대수는 2000여 대다.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하는(패밀리 회원은 16일부터) 18일을 앞두고 이미 제품 8600여개의 진열을 마친 상황이었다.

입구에 들어선 후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2층으로 올라서니 쇼룸(전시공간)이 보였다. 가장 큰 특징은 수십 명의 디자이너들이 직접 한국인의 특성에 맞게 꾸민 65개의 쇼룸이다. 66㎥(20평), 82㎥(25평)을 기준으로 했다.

거실과 방, 화장실, 주방 등의 공간을 이케아의 가구와 소품으로 현대적이면서 편리하도록 꾸몄다. 쇼룸 옆에는 인테리어에 쓰인 가구와 소품의 가격을 표기해놓아 구매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제품 가격도 1000원대 액자부터 수백만 원대의 소파와 침대까지 다양했다.

성진옥 이케아코리아 인테리어 디자인 매니저는 "80여 가구의 가정을 직접 방문하고 1000여 가구의 전화조사를 통해 한국인의 주거 형태와 가족 구성 등을 파악해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또 "30평대가 한국인의 주거 평균 공간이지만 20평대로 꾸며놓은 이유는 누구든 자신의 집이 작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작은 공간에서도 수납 등을 이용한 훌륭한 인테리어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인을 위한 제품 구비에도 신경 썼다고 강조했다. 성 매니저는 "한국의 첫 매장이라 가능한 모든 물건을 가져오려 노력했다,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인들이 슈퍼 싱글 사이즈의 침대를 선호해 특별히 들여왔다"며 "앞으로도 한국인을 위해 필요한 제품이 있다면 개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15일 스웨덴 가구기업 이케아가 경기도 광명시에 위치한 국내 1호점을 언론에게 공개했다. 책장 등 다양한 가격대의 가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 김지혜


또 이케아는 유아용 가구에 대한 자신감도 보였다. 디자인 뿐 아니라 활용도, 조립, 그리고 안전에 대한 기준을 엄격히 했다는 것이다. 앤드류 존슨 컨츄리 세일즈 매니저는 유터(UTTER)라고 불리는 조립식 플라스틱 테이블과 의자 세트를 소개하며 "혼자서 조립 가능하도록 플랫 패키지(납작한 포장)로 제공 한다"고 말했다.

또 "아이들이 입에 물어도 안전하도록 친환경으로 만들었고 모서리도 둥글게 해 안전에 신경썼다"며 "아이들의 안전에는 무관용(Zero tolerance) 원칙을 고수한다"고 자신했다. 이외에도 광명점은 소비자들이 아이들을 맡기고 쇼핑할 수 있는 '스몰란드'를 운영한다. 1시간 동안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배보다 배꼽이 큰 조립서비스

▲ 세실리아 요한슨 이케아 광명점장은 “이케아는 소비자가 직접 물건을 찾고, 배송해 조립할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소비자는 왼쪽의 플랫패키지를 간편하게 수령해 집에 돌아가 오른 쪽과 같이 직접 조립해 사용할 수 있다. ⓒ 김지혜


이케아는 자신들의 강점으로 '원하는 서비스만 구매한다'를 내세우고 있다. 고객이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고 고객이 움직일수록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실리아 요한슨 이케아 광명점장은 "이케아 모든 가구 제품에는 가격표가 붙어 있는 데 노랑 가격표의 경우 직원들에게 요청을 통해 구매할 수 있고, 빨강 가격표의 경우 '셀프 서브'(창고)로 가서 직접 물건을 찾아서 구매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케아는 소비자가 직접 물건을 찾고, 배송해 조립하는 게 가장 싸지만 운송, 조립, 설치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 모든 서비스를 고객이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이케아 가구를 가장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은 고객이 맘에 드는 제품을 ‘셀프 서브’ 공간에서 직접 꺼내서 계산한 뒤 집에 들고 가 직접 조립하는 것이다. 이곳에서 물건을 직접 꺼낸 다면 픽업 서비스 비용을 아낄 수 있다. ⓒ 김지혜


이케아 가구를 가장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은 고객이 맘에 드는 제품을 셀프 서브 공간에서 직접 꺼내서 계산한 뒤 집에 들고 가 직접 조립하는 것이다. 만약 직원이 물품을 꺼내주고 배송 서비스를 제공 받는다면 서비스 기본요금은 2만9000원부터 시작한다. 거리에 따라 추가 요금도 붙는다. 부산, 경상도, 전라도 지역의 경우 최대 16만9000원까지 배송료가 나올 수 있다.

▲ 이케아의 조립서비스 기본요금은 40000원부터다. 현실적으로 책장, 침대 등 덩치가 큰 가구의 경우 조립이 필수로 여겨지지만 이케아에서 제공하는 조립 서비스 가격은 만만치 않았다. 예를 들면 책장 빌리(BILLY)의 경우 제품 가격이 919300만원이지만 조립 서비스로만 200000만원이 책정되어 있다. ⓒ 김지혜


조립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기본요금은 4만 원부터다. 조립서비스는 배송 서비스를 신청한 경우에만 사용 가능하다. 이케아는 "상품에 따라 조립서비스 가격은 다르게 책정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책장, 침대 등 덩치가 큰 가구의 경우 조립이 필수로 여겨지지만 이케아에서 제공하는 조립서비스 가격은 만만치 않았다. 예를 들면 책장 빌리(BILLY)의 경우 제품 가격이 91만9300만원이지만 따로 조립 서비스를 신청한다면 20만 원을 추가로 내야한다. 이렇게 되면 총 110만 원이 넘어간다.

'호갱' 논란에 '일본해' 실수까지... 시작 전부터 미운털

이케아가 정식 오픈을 코앞에 뒀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도 많다. 우선 가격거품 논란이다.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지만 같은 제품을 놓고 봤을 때 다른 나라보다 한국에서 유난히 비싼 제품들이 있다.

실제 이케아의 '베스토 부르스 TV 장식장'은 한국에서 44만 9000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우리나라보다 소득 수준이 높은 미국(약 27만 4000원), 일본(약 37만 8000원), 영국(약 34만 5000원), 독일(약 34만 1000원)보다 비싸다. 또한 3만9000원으로 책정된 '펠로 암체어'도 일본(3만5900원)보다 가격이 높다.

이러한 논란이 계속되자 지난달 19일 이케아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해명에 나섰다. 당시 앤드루 존슨 세일즈 매니저는 "이케아 코리아 상품은 한국 홈퍼니처(가구) 시장 규모, 해당 상품의 예상 판매량, 물류비용, 관세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한국 시장에 적합한 가격으로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케아 제품 가격은 매년 2월 초에 당시 환율을 감안해 결정하기 때문에 당분간 제품 가격 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한국 소비자들이 '호갱'이 됐다는 반발이 나오는 이유다.

또 이케아는 공식 홈페이지에 '동해'를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해 누리꾼들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미국, 영국 등에서 판매중인 장식용 세계지도 벽걸이에도 '일본해'로만 표기해 온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 그러나 이케아는 유감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제품 리콜에는 난색을 표한 바 있다. 결국 개점을 앞두고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해당 세계지도 제품을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한국 소비자 사이에서는 이케아 불매 운동 조짐까지 일고 있다.

이케아는 또 국내 업체와의 상생을 위해 매장 내에 전시공간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해왔지만 현재는 이에 대해 "공간을 마련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입점 업체와 운영계획 등에 대해서는 아직 밝힐 수 없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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