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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트리에 매달은 소망

아름다운 별들이 나무 위에서 축제를 열고 있다

등록|2014.12.16 11:26 수정|2014.12.16 11:26

▲ 상가 앞 300여 미터 도로에 설치한 크리스마스트리 ⓒ 이경모


"회장님, 상가에서 저렇게 많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설치했습니까? 족히 500여 만 원은 들었겠는데요. 요즘 같은 불경기에 거금을 썼네요. 대단합니다."

오늘까지 1주일째 했던 크리스마스 트리 작업을 다 끝내고 가게로 오는 길에 만난 건너편 상가 사장님 말이다.

그 사장님 말대로 대단한 일을 했다. 어쩌면 도로 건너편 상가와 비교도 됐겠지만, 모두가 움츠리고 가게 안에 그 흔한 인조나무 트리도 없으니 말이다. 크리스마스 케롤이 거리에 울려 퍼지고 많은 사람들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다렸던, 예전에는 크리스마스 때 눈이 내리면 상품을 주겠다는 이벤트 행사도 많았는데 오래된 추억이 되어 버렸다.

우울한 크리스마스, 암담한 맘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참 힘겨운 연말이다.

생계형 창업자 70.4%가 5년 안에 폐업
2012년 자영업자 수 584만6000명
국내 자영업자(33%)의 취업자 대비 비율은 OECD국가 평균(16%)의 2배
올해 자영업 대출 10월 말 134조원

지난달 10일 중소기업연구원이 발표한 내용이다.

26개의 상가가 있는 이곳 '첨단패션의 거리'도 중소기업연구원에서 발표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 많은 소망이 매달려 있는 트리 ⓒ 이경모


▲ 가게 앞 크리스마스트리 ⓒ 이경모


그런데 올해는 상가 앞 도로 300여 미터 거리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설치했다. 연말과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상가, 고객으로 붐벼야 할 상가마다 냉랭한 칼바람만 상가를 돌아 나온다.

벼랑 끝에 서 있는 상가 회원과 직원들뿐만 아니라 상가를 찾은 고객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캄캄한 밤거리를 환하게 밝혀 따뜻한 온기를 나눠 주고 싶었다. LED전구를 비롯해서 재료는 원가 구매를 했고 인건비를 줄여 270여 만 원 들었다. 상가 회원들이 조금씩 회비로 모아 놓은 알토란같은 돈이다.

작년처럼 나는 재능기부(?)를 했다. 일주일간 매서운 찬바람에 손가락이 갈라지는 고통도 있었지만 힘들지 않았던 것은 잠시라도 많은 사람들의 환한 얼굴을 볼 수 있고 트리를 만들면서 소망을 매달면 이루어지기도 한다. 작년 이맘때도 그랬었다.

올해는 두 가지가 소망이 이루어졌다. 딸이 회사에서 진급하고 우리 가족 모두가 건강하게 한 해를 지낸 것이다. 특히 작년에 몸이 많이 불편했던 칠순이 넘은 노모가 엊그제는 동생네 집에 가서 김장도 하시고 오셨다.

올해도 많은 소망을 내걸었다. 우리 상가 회원님들과 고객님들 건강과 사업 잘 되기를 기원하고, 올해처럼 우리 가족의 안녕을 소망하며 아들의 취업, 외항선에서 2등 항해사로 근무하고 있는 딸의 안전 항해 등등. 한 참 소원을 트리에 매달고 있는데 가슴 먹먹한 문자가 왔다.

팽목항 편지
     - 김강호
"엄마 내가 말을 못할까 봐 미리 말하는 거야 사랑해"
"나도 사랑한다"
영문도 모른 채 보낸 문자......
한생의 마지막 흔적 저렇게 멈춰 있다

내가 좋아하는 김강호 시인이 시집(팽목항 편지) 중에서 시 한 편을 보낸 것이다. 샛노란 나비가 되어 허공으로 날아간 문자와 젊은 영혼을 바라 볼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과 절망의 순간을 적은 시다.

살아있는 사람도 죽은 사람도 다 죽은 세월호의 비극이 다시 되살아났다. 잠시 잊었던 마음을 주섬주섬 챙겨 가슴 시린 세월호의 아픔을 치유해주길 소망하는 맘도 트리에 서둘러 달았다.

지나고 보면 언제나 힘들었다. 그래서 새해를 기다리는지도 모른다. 상가도 다 철시하고 까만 어둠이 내리는 거리에 내일을, 새해를 밝혀 주는 아름다운 별들이 나무 위에서 축제를 열고 있다. 가끔 하늘에서는 하얀 꽃가루도 뿌린다. 설령 내 눈에만 그렇게 보여도 트리에 불을 밝힌 오늘밤은 그런 꿈을 꾸고 싶다.
덧붙이는 글 월간잡지 1월호에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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