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출마 압박받는 '빅3'... 제 갈길 갈까
정세균·박지원·문재인 불출마 요구 높아져... "못 나오게 압박하는 게 정당한가?"
▲ '전대출마' 문재인·정세균·박지원, 비대위원직 사퇴차기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는 문재인, 정세균,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이 17일 오전 비상대책회의에서 비대위원 사퇴 의사를 밝힌뒤 문희상 비대위원장, 우윤근 원내대표와 함께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 출마가 거론되는 정세균·박지원·문재인 의원에게 당 일각에서 '불출마 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다. 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한 일부 의원들과 우상호 의원 등 486출신 의원들과 함께 원외에 김부겸 전 의원까지 이들의 불출마를 요구하고 나서는 모습이다. 당의 쇄신을 위해 새로운 인물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정치인의 의사결정을 세력으로 압박해 막아서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지원 의원은 17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러한 불출마 요구에 "항상 비판적인 시각도 있고, 지지하는 시각도 있다"라며 "그분들의 충정도 이해하지만 내가 갈 길을 선택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박 의원 사실상 전대 출마를 굳혔으며 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불출마 요구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박 의원 측에서도 "외부 조건을 따지며 결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세균 의원과 문재인 의원은 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두 사람 모두 출마를 고려하고 있지만 당 일각의 지적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정 의원은 같은 자리에서 "(불출마 요구) 얘기를 듣고 있다, 그런 부분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고, 그것을 포함해서 고심하고 있다"라며 "내가 진짜 당에 소용이 있겠는지, 수권정당으로 만들 비전과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당원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지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의원은 "다양한 의견이 분출되는 게 바람직하다"라며 "문제는 대안이 제시돼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당의 변화를 위한 새로운 흐름이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출마 요구가 새로운 대안과 함께 제기돼야 한다는 지적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문 의원 측 한 관계자는 이러한 불출마 요구에 "정치사적으로 굉장히 퇴행된 행동"이라며 "정치적 비전과 내용을 가지고 싸워야지 나오지 말라고 압박하는 건 공정하지 못하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지난 16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몇몇 의원들은 15~16일 문재인, 정세균 의원과 연쇄 회동해 전대 불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박지원 의원과도 접촉해 불출마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고, 우상호 의원을 중심으로 한 일부 의원들도 '개혁적 당 대표 선출을 위한 모임'을 결성하고, 빅3를 포함해 기존 인물로는 당의 혁신이 어렵다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 김부겸, 전대출마 여부 발표 연기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전 의원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전대출마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이날 "이른바 빅3(문재인, 박지원, 정세균)의 불출마에 대한 당내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저 마저 불출마를 발표한다면 현재의 당내 분위기에 찬 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조언이 많았다"며 "저는 당내의 이 같은 움직임에 뜻을 같이 하기 위해서 (전당출마 여부에 대한) 발표 시점을 연기한다"고 설명했다. ⓒ 남소연
이러한 움직임은 원내 의원들뿐 아니라 당의 원로들과 원외 인사들까지 나서고 있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출마가 점쳐지기도 했던 김부겸 전 의원이 자신의 출마여부를 유보하고 사실상 3인의 불출마를 요구하고 나섰다. 자신이 출마여부를 유보하는 것이 3명 후보의 출마를 견제할 수 있고, 그 사이에 대안이 될 수 있는 후보들이 출마를 선언하고, 불출마 가닥이 잡히면 자신도 경선에 뛰어들 수 있다는 계산이다.
김 전 의원은 17일 여의도의 한 찻집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 사이에서 빅3 중심, 친노-비노 대립 구도로 가는 것을 막으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당신의 불출마가 이런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라는 유인태 의원의 조언을 받아들여 출마여부를 미루기로 했다"라며 "제가 버텨주는 것만으로 이인영 의원 등 새로운 세대의 출마선언이 이어질 것이고, 전당대회가 친노-비노 계파싸움으로 가지 않을 조짐도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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