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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 인건비 인상 아파트별로 어떻게 대응했나

다른 비용 줄이는 곳 있는 반면 무급 휴식시간 늘리는 꼼수도

등록|2014.12.23 08:16 수정|2014.12.23 08:16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고은지 이대희 기자 = 내년부터 아파트 경비원에 최저임금이 전면 적용되는 데 따른 인건비 인상 부담을 해결하는 방식은 지역별로 차이가 났다.

어떤 곳은 다른 비용을 줄여 경비원 인건비를 보장하거나 지방자치단체가 아파트 경비 처우 개선에 앞장서기도 했다.

'경비 절감'이란 명목으로 무인경비시스템을 들여와 경비 인력을 감축하는 곳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한 조사에 따르면 아파트 경비의 업무 중 방범·안전점검은 22%에 불과하고 많은 시간을 청소(23%), 택배관리(21%), 쓰레기 분리수거(17%), 주차관리(13%)에 할애하고 있어 자동화설비로 전환이 서비스의 질을 보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상당수 아파트가 경비원 고용을 유지하는 대신 무급 휴식시간을 늘려 임금 인상을 억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예상된다.

◇ 비용 줄이고 경비원 고용 보장하고 = 비용 절감과 경비원 고용 보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붙잡은 곳이 있어 눈길을 끈다.

서울시 성북구의 월곡동일하이빌뉴시티 아파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곳은 지난달 입주자대표투표를 통해 경비원을 직접 고용하기로 결정한 곳이다.

계기는 세금 문제였다. 정부가 내년부터 전용면적 135㎡ 이상 아파트의 경비·청소 용역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에 따라 용역으로 경비원을 고용하면 오히려 관리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남승보 입주자 대표는 "비록 세금 문제로 결정이 됐지만 경비원 등의 근무 조건이 열악한 것이 틀림없다는 인식이 주민들에게 있다"면서 "이들을 직접 고용하면 고용안정과 급여 인상으로 이어질 테니 결국 서비스로 보답하리라 생각했다"고 전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경비원 직접 고용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만일의 상황에서 발생하는 책임 문제를 현실적으로 고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남 대표는 "만약 압구정 아파트와 같은 비극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민·형사상 책임은 대표인 나에게 쏠려 부담감이 있다"면서 "사실상 경비원의 관리 주체는 관리사무소장이기 때문에 이런 점이 법에 반영된다면 직접 고용하는 아파트들이 크게 늘 것"이라고 예상했다.

같은 성북구의 석관두산아파트는 직접 고용은 아니지만 용역업체를 입찰할 때 경비원의 임금을 보장하도록 강제해 경비원들의 처우를 개선했다.

이 아파트는 지난 10월 투표를 통해 용역업체와 계약할 때 경비원의 임금 19% 인상으로 최저임금을 보장하고, 경비원을 해고할 때는 주민동의를 거치도록 의결했다.

특히 이 아파트는 아파트 내 가로등 조명을 발광다이오드(LED)로 교체, 연간 2억원을 아끼면서 그 재원을 마련했다.

심재철 입주자 대표는 "과거부터 경비원의 처우에 관심을 가졌다"면서 "퇴직금 문제 때문에 용역업체에서 근무 1년이 못 돼 해고하는 꼼수를 막기 위해 해고 조항도 삽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표회의를 할 때 경비원들이 투표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면서 "회의가 끝나고 결정 사항을 말해주니 환하게 웃는 표정이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계약서 상으로 아파트 주민이 갑이고 경비원은 정"이라면서 "최소한 을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방향이 무엇인지를 고민했다"고 강조했다.

광주 광산구의 경우 지차체가 관내 아파트 7곳 입주자대표회의와 '아파트 경비노동자 처우개선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협약에 따라 광산구가 경비원 인권과 처우개선을 위핸 행정지원을 하고, 입주자대표회의는 생활임금 보장과 근로환경 개선에 노력하기로 했다.

◇ 무인경비시스템 도입하고 경비원 감축 = 현재 468가구가 입주한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S아파트는 내년 1월 1일부터 무인경비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경비원을 32명에서 13명으로 19명 줄였다.

이 아파트는 현재 출입구마다 경비원을 1명씩 배치하고 있으나 각 출입구에 비밀번호를 눌러야 열리는 출입문과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는 식으로 인력을 줄인 것이다.

용역업체도 무인경비시스템을 관리할 수 있는 업체로 변경했다. 다만 컴퓨터를 다룰 수 있는 11∼12명은 고용승계하고 팀장급 1∼2명만 새로운 보안업체에서 파견키로 했다.

이 아파트는 지난 2월 경비원들에게 감원 예정임을 통보했고 이후 3개월 단위로 계약서를 작성했다. 또 지난 9월부터 신규 경비원은 아르바이트로만 채용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내년 경비원 최저임금 100% 보장을 앞두고 관리비 부담이 커지면서 무인경비시스템으로 전환하게 됐다"면서 "장기적으로 가구당 관리비가 약 20만원에서 10만원으로 절반가량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가구 수에 비해 경비원이 너무 많았다"며 "올해 초 사전 통보를 했기 때문에 일부 경비원은 7월께 재계약을 거부하고 다른 아파트로 옮겨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좀 더 쉽게 감원하기 위해 계약기간을 6개월 미만으로 줄인 곳은 S아파트뿐만이 아니다.

노원구 하계동의 한 아파트는 1년 단위로 갱신하던 계약을 지난 8월부터 5개월 계약으로 변경했다.

내년 최저임금 100% 적용을 앞두고 계약 만료기간을 올해 12월로 조정해 인력 구조조정을 쉽게 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노원구의 또 다른 아파트에서는 3개월 기간제로 계약했던 경비원이 계약만료 1개월 전 사직서를 요구받기도 했다.

이 경비원은 모두 18개월간 일하면서 6번의 근로계약서와 6번의 사직서를 썼고, 이번에는 근로계약서를 쓰지 못하고 해고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아파트 경비원 해고 문제가 사회 이슈가 되자 상당수 아파트는 경비원 수를 유지하기로 했으나 무급 휴식시간을 늘이는 방식으로 임금 인상을 억제하는 '꼼수'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급 휴식시간을 현행보다 1∼2시간 늘리면 그 시간만큼 임금이 감액돼 최저임금 100% 적용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임금 인상 효과가 줄어든다.

하지만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파트 경비원이 무급 휴식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경우가 16%에 불과해 휴식시간을 늘리더라도 실제 경비원들이 쉴 수가 없어 임금만 깎이는 셈이 된다.

안성식 노원노동복지센터 사무국장은 "경비원들이 휴식시간을 100% 활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 휴게 기산을 늘려야 효과가 있지 그렇지 않다면 실질 임금만 줄어든다"며 "자동화시스템으로 바꾼 아파트의 경우 앞으로 1년간 관리비가 얼마나 줄었고 서비스가 얼마나 좋아졌는지를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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