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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갈등의 해결책은 '위로'

타인의 슬픔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등록|2014.12.23 18:32 수정|2014.12.23 18:32
어느 해건 간에 이맘때쯤이면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단 소리가 절로 나온다. 세상살이가 험난하고, 각박해지다보니 한 해를 무사히 넘어가기가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반증일 게다.

특히 올해는 다사다난을 넘어 다애(多哀)한 일년이었다. 지난 2월 17일 경주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를 시작으로 ▲4월 16일 세월호 침몰 ▲5월 26일 경기도 고양버스터미널화재 ▲5월 28일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 ▲6월 21일 임 병장 사건 ▲7월 17일 광주 소방헬기 추락 ▲8월 25일 창원 버스 사고 ▲10월 17일 판교 환풍구 붕괴 ▲12월 1일 501오룡호 침몰 등 슬픔에서 빠져나올 시간도 없이 대형사고들이 휘몰아쳤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인재(人災)니 예견된 참사니 하는 뻔한 소리와 누구 책임이냐를 놓고 벌이는 추태는 수백 번도 더 듣고 본 터라 여기서는 더 이상 거론하고 싶지 않다.

다만 타인의 슬픔을 대하는 우리사회의 몰상식함에 대해 잔소리를 좀 하고자 한다. 모든 세상사에는 한계가 있다. 슬픔이란 것도 개인의 그릇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차곡차곡 쌓이다보면 언젠가는 가슴을 꽉 채운다.

이렇게 갈 곳 없는 슬픔은 지울 수 없는 큰 상처로 남거나 때로는 체념으로, 때로는 분노로 세상에 분출된다. 슬픔에 빠진 사람이 더 이상 슬퍼하지도 못하는 딱한 처지에 빠지지 않도록 어루만져 주는 것이 위로다.

▲ 지난 7월 5일 안산 단원구 고잔동 안산문화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위한 100일 약속, 천만의 행동' 문화제에서 동생 성호 군을 이번 세월호 참사로 잃은 박보나 씨는 “희생된 아이들을 ‘죽어주는 게 효도’ ‘물고기 밥’ 등으로 비하하고, 유가족들에게는 ‘시체장사’'세월호는 로또’라는 식으로 비방하고 있다. 또 생존한 아이들을 ‘친구 버리고 살아나서 좋냐’라는 식으로 비난하는 글들을 보면 마음이 너무 찢어질 정도로 형언할 수도 없는 감정이 든다”며 "그러나 이러한 비방보다 더 마음이 아픈 것은 ‘언제까지 세월호 타령이냐’ ‘이젠 그만해라’ 는 말이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불행한 사고로 떠난 불쌍한 아이들이 아닌, 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움직이게 한 아이들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부디 우리 아이들을 잊지 말아주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다 ⓒ 방관식


위로에 인색한 사회 일수록 수많은 갈등과 반목이 존재하는데 지금 우리 사회의 상황이 그렇다. 그 정점에는 세월호 유가족에게 막말을 퍼부은 일부 몰상식한 누리꾼들이 서 있는데 이들은 '죽어주는 게 효도', '물고기 밥'이라며 희생당한 아이들을 비하하고, 유가족들에게는 '시체장사', '세월호는 로또'라는 등의 차마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될 만행을 저질렀다.

온전하게 슬퍼할 수 있는 시간마저 빼앗긴 유가족의 가슴은 슬픔 대신 분노로 가득 찼고, 이 분노는 다시 우리 사회에 전파돼 세월호는 그동안 끝없이 침몰하고 또 침몰해야만 했다. 그러나 이제 미흡하나마 특별법이란 이름 아래 첫 단추가 채워졌다.

물론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지금껏 싸운 만큼이나 서로가 또 싸워야 할 테고 쉽사리 끝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싸움에서 어느 한 편이 이긴다고 해서 세월호 참사가 마무리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분노와 체념이 아닌 온전한 슬픔과 용서로 유가족의 가슴이 채워질 때 우리는 비로소 세월호를 잠시 잊을 수 있을 것이다. 타인의 슬픔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바꾸는 것, 위로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온갖 갈등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결책이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국해양환경방송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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