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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우리는 왜 그것들에 열광했는가?

[20대 청춘! 기자상] 아이스 버킷 챌린지, 러버덕, 허니버터칩

등록|2014.12.23 21:34 수정|2014.12.23 21:34
아이스 버킷 챌린지, 러버덕과 허니버터칩은 올 한해 유난히 많은 이들이 참여하고, 공유하고, 즐긴 문화콘텐츠였다. 대중은 특히 SNS를 통해 위에 것들을 먼저 경험했고 재미를 느끼며 적극적 참여의 모습을 보였다.

그것들은 잠깐의 유행이 아닌 열풍이라는 말로 정의할 수 있을 정도의 파급력이었다. SNS를 접한 대중은 이 세 가지를 경험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처지는 사람일 것이라는 불안감과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깔려있었다.

▲ 배우 류덕환이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 참여하고 관련 영상을 올렸다. ⓒ 류덕환


마른 장마로 유난히 습했던 올해 여름의 키워드는 아이스 버킷 챌린지였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루게릭병(근위축성 측색 경화증)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해 한 사람이 머리에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이벤트다.

아이스 버킷은 SNS를 통해 급격히 퍼지게 됐고 특히 연예, 스포츠 스타들의 참여가 많았다. 국내 인사만 총 410명이 아이스 버킷에 참여했다. 분야별로 가수 159명, 개그맨 19명, 영화배우/탤런트/감독 68명, 정치인 9명, 사회/학술/문화 9명, 기업/언론인 21명, 스포츠인 116명, 기관/단체 6곳, 기타 3곳이 아이스 버킷 열풍에 동참했다.

그 중 대중과 친숙한 연예, 스포츠 스타들만 362명, 88.3%의 참여비율로 아이스 버킷의 확산을 주도했다. 대중은 가깝고 친근하게 느끼는 연예, 스포츠 스타들이 펼치는 아이스 버킷 인증에 참여하는 양상을 보인 것이다.

손 안에 쏙 들어온 '러버덕'10월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 떠 있는 네덜란드 예술가 플로렌타인의 작품 러버덕(Rubber Duck)'을 기자가 손 위에 있는 것 처럼 촬영했다. ⓒ 이희훈


러버덕 유행도 SNS에서 시작됐다. 네덜란드 설치미술가 플로렌타인 호프만이 기획, 제작한 '세계에서 물에 뜨는 가장 큰 오리' 러버덕은 전시일정과 이전 전시된 장소에서의 풍경을 재미있게 혹은 귀여운 이미지로 SNS에 소구함으로써 대중의 관심을 가져왔다.

한 달 동안 전시된 러버덕을 보기 위해 500만 명이 석촌호수를 찾았고, 이러한 열풍에 힘입어 러버덕 인형은 1만개나 판매되며 6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허니버터칩은 SNS를 통한 집단적 기호현상의 '끝판왕'이다. SNS에서 시작된 허니버터칩 열풍은 출시 3개월 만에 매출 50억 원을 돌파한 상품이 됐다. 현재까지 허니버터칩을 맛보지 못한 이들이 부지기수다. 허니버터칩의 제한적 수량판매와 새로운 맛에 대한 열풍은 SNS를 통해 더욱 달궈졌고, 허니버터칩은 매장에 진열되자마자 사라지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 러버덕과 허니버터칩이 대중에게 인기 있던 이유들 중 공통점은 재미였다. 대중은 각각의 콘텐츠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구성, 재미를 부여했고 각자의 SNS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렸다. 얼음물을 뒤집어쓰고 난 뒤 다음 대상을 지목하는 아이스 버킷의 특징을 이용한 삼성은 갤럭시S5 제품에 아이스 버킷을 진행, 경쟁업체인 애플의 아이폰6의 비(非)방수 기능을 풍자했다.

한때 여성들의 SNS 프로필 사진은 오리의 향연이었을 정도로 러버덕은 여성들에게 주로 소구됐다. 러버덕의 귀여운 모습의 여러 패러디는 여성 이용자들의 관심을 행동 → 증거 확보(사진촬영) → SNS 인증의 형태로 보인 것이다. 허니버터칩의 희소한 가치는 해외까지 알려졌다. 페르난데스 에어아시아 회장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사태'를 빗대어 "(항공기에서) 허니버터칩을 소주와 함께 제공하겠다. 그릇에 줄 순 없고 봉지째 주겠다"고 풍자해 한국시장을 마켓으로 하는 자사 전략 방침을 자연스럽게 홍보했다.

하지만 SNS의 파급력이 마냥 재미만 있지는 않다. 아이스 버킷 열풍에서 참여자들은 더 많은 주목을 얻기 위해 기발하고 눈길을 사로잡을 큰 물통, 재미있는 상황을 필요했다. 미국 시카고 주 10대 소년 Sergio Cardozo는 두 명의 친구들과 아이스 버킷 챌린지를 진행하다 2.5미터 정도의 높이에서 소년의 몸집만한 물통에 머리를 맞았고 그 자리에서 목이 부러지며 사망하는 일이 일어났다.

러버덕이 SNS에서 열풍을 일으키자 직접 보러간 대학생 이재연양은 "예전부터 SNS를 통해 러버덕을 알게 된 후 꼭 한 번 보고 싶은 마음에 갔다"며 하지만 "막상 가보니 별 감흥이 없었고 인증샷 찍기에 바빴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도 너무 많이 몰려 질서도 엉망이라 실망했다"고 전했다.

▲ 허니버터칩 ⓒ 오마이뉴스


허니버터칩은 구하기가 너무 힘든 지경에 이르자,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판매가보다 3배가 넘는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했다. 이에 허니버터칩을 생산하는 원주 문막공장은 2교대에서 3교대 근무로 전환, 주말에도 생산 중이지만 급증하는 수요를 맞추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다.

이 세 가지 이벤트들은 대중의 자발적인 참여와 다수의 인원들에게 반응을 유도, 확산하는 SNS의 특징을 전적으로 나타낸 사례들이다. 그냥 보는 것만이 아닌 자신도 참여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가며 새로운 결과를 창출하는 SNS의 속성을 보인 것이다. 대중은 SNS를 통해 이슈를 선택하고 소비한다. 이에 스스로 남과 구별되는 차별성을 느낌과 동시에 동조하는 이들과 함께한다는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다.

명지대학교 디지털미디어학과 홍은희 교수는 "대중은 SNS를 보며 대세에 따라가지 않는다면 자신도 소외될 것이라는 강박관념이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저 행위를 함으로써 자기과시를 나타내는 심리적 동의를 결정 한다"고 말했다.

반면 SNS에서 보이는 문제점들에 대해 홍 교수는 "사람들의 행위가 본래 취지나 의미를 생각지 않고 행위자체에만 골몰하다보니 부작용들이 생기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대중은 물질추구와 행동적 추구를 SNS에 깊이 의존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홍은희 교수는 "단순히 행위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 행위를 '왜?'하는지에 대한 메시지와 행위를 같이 보여야 SNS로 인한 부작용들을 줄이고, 보다 즐거운 SNS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덧붙이는 글 '20대 청춘! 기자상 응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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