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날아다니고... 간호사 탈의실의 말 못할 비밀
[공모- 20대 청춘! 기자상] 종합병원 간호사들의 괴롭힘 문화 실태
종합병원 간호사들에게는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태움'이라는 단어가 익숙하다. 교육 차원의 훈계를 넘어선 따돌림이나 언어적 폭력을 당하는 것이 일상이다. 태움에 시달리다가 만성질환을 앓거나 유산하는 사례도 있다. 문제는 고질적인 인력 부족과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비롯된다.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시간에 쫓겨 일하다 보니 후배들에게 소리를 지르게 된다"는 증언이 대표적이다. 종합병원 간호사들의 '태움' 실태를 취재했다.... 기자말
그날도 이진영(가명)씨는 저녁 근무를 하며 50여 명이 넘는 환자를 혼자 맡았다. 시간별 투약과 수액 점검 등을 하며 식사도 거른 채 뛰어다녀야 했다. 수술실로 환자들을 보내고 받기를 반복하는 사이, 윗년차 선배들은 창구 의자에 앉아 수다를 떨고 있었다. 환자들의 호출 벨은 쉬지 않고 울렸지만, 움직이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 다른 일을 끝내고 막 스테이션으로 돌아온 진영씨 몫이었다.
마지막까지 환자 상태를 확인하느라 퇴근 시간이 30분 늦어졌다. 함께 퇴근해야 한다는 규칙 때문에, 팀원들은 모두 진영씨가 스테이션으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근무자에게 인수인계를 하고 탈의실로 들어선 순간, '탁'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진영씨의 얼굴에 무언가가 날아들었다. 간호사용 하얀 샌들이었다. 직속 선배가 신고 있던 샌들을 진영씨의 얼굴을 향해 차올린 것이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그는 미처 신발을 피하지 못했다.
신입들도 한 달을 채 버티지 못해
"너는 일을 그 따위로 밖에 못해? 선배들 기다리는데 왜 일을 늦게 마쳐서 퇴근을 못하게 해?"
오만상 찌푸린 선배는 모두가 퇴근한 탈의실에서 20분이 넘도록 진영씨의 업무 능력을 비하했다. 다른 선배들은 그 상황이 당연하다며 아무말 없이 퇴근했다. 굴욕, 자존감 상실, 모욕감... 그날 떠오른 감정이었다. 진영씨는 그 선배가 한 병동을 나눠서 일하는 파트너임에도 자신에게 모든 일을 떠넘기고 쉬고 있었던 모습을 기억했다.
쉴 틈 없이 밀려드는 업무에 대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배웠던 환자와의 심리적 신뢰관계인 '라포(rapport)'를 형성해야 한다는 간호 정신과는 멀어졌다. 세 명의 입사 동기 중 진영씨를 제외한 나머지는 한 달도 버티지 못하고 도망치다시피 그만뒀다.
이후에도 일하는 속도가 느리다는 이유로 인수인계 판을 집어 던지는 등 간접적 폭력은 계속됐다. 선배가 환자에게 정맥주사를 잘못 놓은 일까지 뒤집어썼다. 화가난 환자 앞에서 영문도 모른 채 눈물을 흘리며 사과했고, 보호자에게서 삿대질에 쌍욕까지 들었다. 하지만 그 선배는 진영씨에게 미안하다는 말은커녕 끝까지 없었던 일처럼 행동했다. 이후 해당 환자는 진영씨가 하는 모든 처치를 거부했고, 결국 병실 출입금지령까지 떨어졌다.
신규가 들어왔지만 괴롭힘은 반복됐다. 신입들도 한 달을 채 버티지 못했다. 스트레스로 탈모가 시작됐다. 머리를 감을 때마다 머리카락은 한 웅큼씩 빠졌고 정수리 부분은 흑채를 뿌리거나 메이크업을 해야 할 정도였다. 제때 식사를 못하거나 아예 굶은 탓에 폭식과 소화불량 증세도 나타났다. 견디다 못한 진영씨는 결국 3년 만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활활 태워서 괴롭힌다'는 '태움'은 간호사들에게는 익숙한 은어다. 2013년 정신간호학회지에 발표된 '병원간호사의 직장 내 괴롭힘과 직무 스트레스가 이직의도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근무기간 동안 60.9%가 '괴롭힘을 당했다'고 응답했고, 가해자로는 간호사 52.9%, 의사 23.0%, 환자 17.8% 순으로 나타났다. 간호사인 경우, 선배가 63.0%, 수간호사를 포함한 관리자인 경우 29.6%로 피해자들보다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신규라면 태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 교육적 차원의 훈계를 넘어서 인격 모독을 하거나 외모를 비하하는 등의 일도 비일비재하다. 간호사들 간에는 공식적으로 쓰는 '선생님', '쌤'이라는 호칭 대신 '야, 너, 인마'라고 부르는 것은 일상이다. 욕설하거나 환자 차트나 집기류를 던지는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심한 경우, 간혹 뺨을 때리거나 정강이를 발로 차는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그러나 신규들이 가장 두려운 건 사람을 뻔히 앞에 두고서 '투명인간' 취급할 때다.
폭력보다 '왕따'가 더 두렵다
"넌 밥 안 먹을 거지? 그럼 우리만 먹고 올게."
이유 없는 따돌림도 비일비재하다. 같은 팀원인데도 쏙 빼놓고 밥을 먹거나 회식을 하기도 한다. 사람을 바로 앞에 두고도 없는 사람 취급을 하며 "걔는 왜 일을 그렇게 하느냐"며 욕을 하기도 했다.
C중형병원에 근무했던 이희진(가명)씨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는 일대일로 업무를 가르쳐 줄 사수를 가리키는 프리셉터가 없는 상황에서 중환자실 근무에 투입됐다. 중환자실 필수 기계인 인공호흡용 벤틸레이터 조립방법조차 알려주지 않았다. '눈치껏 배워야 한다'는 분위기에서 희진씨의 업무 적응이 늦자, 수간호사의 태움은 시작됐다. 특히 중환자실은 보호자 출입이 제한되는 등 다른 병동보다 폐쇄적인 탓에 태움의 정도는 더욱 컸다.
말로 구박하는 수준을 넘어서 나중에는 '반차를 쓰고 퇴근하라'며 업무를 아예 주지 않거나 다른 선배들에게 '쟤 몫까지 대신하라'고 떠넘겨 3년 차 선배에게도 미운털이 박혔다. 결국, 중환자실 근무 두 달 만에 하혈을 했다. 그 충격에 희진씨는 간호사 일을 아예 그만뒀다.
"남편과 저는 그때의 하혈이 '유산'이라고 생각해요. 착상을 제대로 못해서 출혈이 생긴 느낌이었어요. 물론 선배들의 괴롭힘 때문에 유산했다고 증명할 순 없지만, 이제 다시는 병원이라는 조직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요."
"진짜 이직 사유 밝히는 경우는 거의 없고..."
"매년 일반 종합병원은 00명, 대학병은 000명까지 신규 간호사를 뽑아요. 얼마나 많이 그만두면 그렇게 뽑겠어요?"
병동 간호사들 사이에는 "오늘 신입이 도망갔다더라"는 말이 흔하게 떠돈다. 간호사의 직장 내 괴롭힘은 이직 의도를 증가 시킨다. 병원간호사회가 조사한 2012년 간호사 전체 이직률은 16.9%였다. 그러나 2012년 취업한 신규 간호사들의 이직률은 31.2%로 전체보다 2배 가량 더 높았다. 특히 병원 규모가 작은 곳일수록 간호사들의 이직 비율이 높다.
A대학병원의 경우, 최근 5년 사이 신규 간호사의 1년 이내 퇴직 비율은 최저 10%에서 최고 23.5%에 달한다. 퇴직 사유는 건강상 문제, 적성, 근무조건, 기타 등으로 다양했지만, 가장 큰 비율은 적성과 기타 항목이었다.
A대학병원 관계자는 "태움 문화로 퇴직하는 사람은 전체 신규 퇴직자 가운데 3분의 1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간호사들은 "진짜 이직 사유를 밝히는 경우는 거의 없고 사직서를 내지 않고 하루아침에 잠적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한다.
B종합병원 간호사는 "태움이 심한 병동에서는 2, 3년차 간호사들이 자기들끼리 '대기표'를 뽑아놓고 퇴사를 기다린다"고 말한다. 신규가 들어오면 '내가 나갈 수 있다는 이유'로 반가워한다는 것이다. 입사 대신 퇴사를 대기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간호사 근로환경 개선 없이는 '태움' 문화 사라지지 않아
"바빠 죽겠는데 근무 때 일 못하는 신규라도 배치가 되면 욕이 절로 나와요. 일을 제때 처리하지 못하면 내 일은 더 많아지고 퇴근도 늦고, 결국 수간호사에게 혼나는 것도 제 몫이에요."
한 4년차 간호사의 하소연처럼 본질적 문제는 간호 인력 부족에 있다. 간호사 1인당 담당 병상수는 종합병원의 경우 23~24병상 수준이다. 이는 2003년 기준 OECD 국가 평균 간호사 1인당 담당 병상수가 4~5병상 수준이라는 점을 보면 한국은 3~6배 가량 더 많은 병상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적은 인원에 업무가 가중되다 보니 '빨리빨리'를 외칠 수밖에 없다.
울산대병원 노조의 '2014 임보협 요구안 설문조사'에 따르면 간호사 81.4%가 인력부족을 호소했다. 특히 '일이 힘들어서 사직을 고민한 적 있다'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중 55.8%가 '그렇다'고 답했다. 10명 중 8명 꼴이다. 특히 간호사 가운데 10.6%는 스트레스로 인해 근무 중 자살충동을 느껴본 적 있다고 답했다. 자살충동은 어릴수록, 연차가 짧을수록 더 많이 느꼈다. 20대의 자살충동은 11.7%고 5년차 미만은 10.1%였다. 근무시간이 일정하지 않다보니 불면에 시달리는 간호사도 적지 않았고 자살충동과 마찬가지로 어릴수록, 연차가 짧을수록 더 많이 수면제에 의지했다.
지난해 9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간호 인력 개편안 토론회에서 김명희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예방의학 전문의는 감정노동, 직무 스트레스 같은 열악한 근로환경을 간호 인력의 노동시장 이탈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병원 노동자를 위한 근로 환경과 고용 조건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병원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지 않고 신규 간호사만 끊임없이 배출하는 대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그날도 이진영(가명)씨는 저녁 근무를 하며 50여 명이 넘는 환자를 혼자 맡았다. 시간별 투약과 수액 점검 등을 하며 식사도 거른 채 뛰어다녀야 했다. 수술실로 환자들을 보내고 받기를 반복하는 사이, 윗년차 선배들은 창구 의자에 앉아 수다를 떨고 있었다. 환자들의 호출 벨은 쉬지 않고 울렸지만, 움직이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 다른 일을 끝내고 막 스테이션으로 돌아온 진영씨 몫이었다.
마지막까지 환자 상태를 확인하느라 퇴근 시간이 30분 늦어졌다. 함께 퇴근해야 한다는 규칙 때문에, 팀원들은 모두 진영씨가 스테이션으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근무자에게 인수인계를 하고 탈의실로 들어선 순간, '탁'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진영씨의 얼굴에 무언가가 날아들었다. 간호사용 하얀 샌들이었다. 직속 선배가 신고 있던 샌들을 진영씨의 얼굴을 향해 차올린 것이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그는 미처 신발을 피하지 못했다.
신입들도 한 달을 채 버티지 못해
▲ 그날 진영씨는 자괴감에 빠졌다. 간호사가 왜 됐는지, 내가 이런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일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고민을 시작한 날이었다. ⓒ 박다영
"너는 일을 그 따위로 밖에 못해? 선배들 기다리는데 왜 일을 늦게 마쳐서 퇴근을 못하게 해?"
오만상 찌푸린 선배는 모두가 퇴근한 탈의실에서 20분이 넘도록 진영씨의 업무 능력을 비하했다. 다른 선배들은 그 상황이 당연하다며 아무말 없이 퇴근했다. 굴욕, 자존감 상실, 모욕감... 그날 떠오른 감정이었다. 진영씨는 그 선배가 한 병동을 나눠서 일하는 파트너임에도 자신에게 모든 일을 떠넘기고 쉬고 있었던 모습을 기억했다.
쉴 틈 없이 밀려드는 업무에 대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배웠던 환자와의 심리적 신뢰관계인 '라포(rapport)'를 형성해야 한다는 간호 정신과는 멀어졌다. 세 명의 입사 동기 중 진영씨를 제외한 나머지는 한 달도 버티지 못하고 도망치다시피 그만뒀다.
이후에도 일하는 속도가 느리다는 이유로 인수인계 판을 집어 던지는 등 간접적 폭력은 계속됐다. 선배가 환자에게 정맥주사를 잘못 놓은 일까지 뒤집어썼다. 화가난 환자 앞에서 영문도 모른 채 눈물을 흘리며 사과했고, 보호자에게서 삿대질에 쌍욕까지 들었다. 하지만 그 선배는 진영씨에게 미안하다는 말은커녕 끝까지 없었던 일처럼 행동했다. 이후 해당 환자는 진영씨가 하는 모든 처치를 거부했고, 결국 병실 출입금지령까지 떨어졌다.
신규가 들어왔지만 괴롭힘은 반복됐다. 신입들도 한 달을 채 버티지 못했다. 스트레스로 탈모가 시작됐다. 머리를 감을 때마다 머리카락은 한 웅큼씩 빠졌고 정수리 부분은 흑채를 뿌리거나 메이크업을 해야 할 정도였다. 제때 식사를 못하거나 아예 굶은 탓에 폭식과 소화불량 증세도 나타났다. 견디다 못한 진영씨는 결국 3년 만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활활 태워서 괴롭힌다'는 '태움'은 간호사들에게는 익숙한 은어다. 2013년 정신간호학회지에 발표된 '병원간호사의 직장 내 괴롭힘과 직무 스트레스가 이직의도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근무기간 동안 60.9%가 '괴롭힘을 당했다'고 응답했고, 가해자로는 간호사 52.9%, 의사 23.0%, 환자 17.8% 순으로 나타났다. 간호사인 경우, 선배가 63.0%, 수간호사를 포함한 관리자인 경우 29.6%로 피해자들보다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신규라면 태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 교육적 차원의 훈계를 넘어서 인격 모독을 하거나 외모를 비하하는 등의 일도 비일비재하다. 간호사들 간에는 공식적으로 쓰는 '선생님', '쌤'이라는 호칭 대신 '야, 너, 인마'라고 부르는 것은 일상이다. 욕설하거나 환자 차트나 집기류를 던지는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심한 경우, 간혹 뺨을 때리거나 정강이를 발로 차는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그러나 신규들이 가장 두려운 건 사람을 뻔히 앞에 두고서 '투명인간' 취급할 때다.
폭력보다 '왕따'가 더 두렵다
▲ 태움에서 가장 빈번한 것은 '언어적 폭력'이었다. ⓒ 박다영
"넌 밥 안 먹을 거지? 그럼 우리만 먹고 올게."
이유 없는 따돌림도 비일비재하다. 같은 팀원인데도 쏙 빼놓고 밥을 먹거나 회식을 하기도 한다. 사람을 바로 앞에 두고도 없는 사람 취급을 하며 "걔는 왜 일을 그렇게 하느냐"며 욕을 하기도 했다.
C중형병원에 근무했던 이희진(가명)씨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는 일대일로 업무를 가르쳐 줄 사수를 가리키는 프리셉터가 없는 상황에서 중환자실 근무에 투입됐다. 중환자실 필수 기계인 인공호흡용 벤틸레이터 조립방법조차 알려주지 않았다. '눈치껏 배워야 한다'는 분위기에서 희진씨의 업무 적응이 늦자, 수간호사의 태움은 시작됐다. 특히 중환자실은 보호자 출입이 제한되는 등 다른 병동보다 폐쇄적인 탓에 태움의 정도는 더욱 컸다.
말로 구박하는 수준을 넘어서 나중에는 '반차를 쓰고 퇴근하라'며 업무를 아예 주지 않거나 다른 선배들에게 '쟤 몫까지 대신하라'고 떠넘겨 3년 차 선배에게도 미운털이 박혔다. 결국, 중환자실 근무 두 달 만에 하혈을 했다. 그 충격에 희진씨는 간호사 일을 아예 그만뒀다.
"남편과 저는 그때의 하혈이 '유산'이라고 생각해요. 착상을 제대로 못해서 출혈이 생긴 느낌이었어요. 물론 선배들의 괴롭힘 때문에 유산했다고 증명할 순 없지만, 이제 다시는 병원이라는 조직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요."
"진짜 이직 사유 밝히는 경우는 거의 없고..."
"매년 일반 종합병원은 00명, 대학병은 000명까지 신규 간호사를 뽑아요. 얼마나 많이 그만두면 그렇게 뽑겠어요?"
병동 간호사들 사이에는 "오늘 신입이 도망갔다더라"는 말이 흔하게 떠돈다. 간호사의 직장 내 괴롭힘은 이직 의도를 증가 시킨다. 병원간호사회가 조사한 2012년 간호사 전체 이직률은 16.9%였다. 그러나 2012년 취업한 신규 간호사들의 이직률은 31.2%로 전체보다 2배 가량 더 높았다. 특히 병원 규모가 작은 곳일수록 간호사들의 이직 비율이 높다.
A대학병원의 경우, 최근 5년 사이 신규 간호사의 1년 이내 퇴직 비율은 최저 10%에서 최고 23.5%에 달한다. 퇴직 사유는 건강상 문제, 적성, 근무조건, 기타 등으로 다양했지만, 가장 큰 비율은 적성과 기타 항목이었다.
A대학병원 관계자는 "태움 문화로 퇴직하는 사람은 전체 신규 퇴직자 가운데 3분의 1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간호사들은 "진짜 이직 사유를 밝히는 경우는 거의 없고 사직서를 내지 않고 하루아침에 잠적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한다.
B종합병원 간호사는 "태움이 심한 병동에서는 2, 3년차 간호사들이 자기들끼리 '대기표'를 뽑아놓고 퇴사를 기다린다"고 말한다. 신규가 들어오면 '내가 나갈 수 있다는 이유'로 반가워한다는 것이다. 입사 대신 퇴사를 대기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간호사 근로환경 개선 없이는 '태움' 문화 사라지지 않아
"바빠 죽겠는데 근무 때 일 못하는 신규라도 배치가 되면 욕이 절로 나와요. 일을 제때 처리하지 못하면 내 일은 더 많아지고 퇴근도 늦고, 결국 수간호사에게 혼나는 것도 제 몫이에요."
한 4년차 간호사의 하소연처럼 본질적 문제는 간호 인력 부족에 있다. 간호사 1인당 담당 병상수는 종합병원의 경우 23~24병상 수준이다. 이는 2003년 기준 OECD 국가 평균 간호사 1인당 담당 병상수가 4~5병상 수준이라는 점을 보면 한국은 3~6배 가량 더 많은 병상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적은 인원에 업무가 가중되다 보니 '빨리빨리'를 외칠 수밖에 없다.
울산대병원 노조의 '2014 임보협 요구안 설문조사'에 따르면 간호사 81.4%가 인력부족을 호소했다. 특히 '일이 힘들어서 사직을 고민한 적 있다'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중 55.8%가 '그렇다'고 답했다. 10명 중 8명 꼴이다. 특히 간호사 가운데 10.6%는 스트레스로 인해 근무 중 자살충동을 느껴본 적 있다고 답했다. 자살충동은 어릴수록, 연차가 짧을수록 더 많이 느꼈다. 20대의 자살충동은 11.7%고 5년차 미만은 10.1%였다. 근무시간이 일정하지 않다보니 불면에 시달리는 간호사도 적지 않았고 자살충동과 마찬가지로 어릴수록, 연차가 짧을수록 더 많이 수면제에 의지했다.
지난해 9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간호 인력 개편안 토론회에서 김명희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예방의학 전문의는 감정노동, 직무 스트레스 같은 열악한 근로환경을 간호 인력의 노동시장 이탈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병원 노동자를 위한 근로 환경과 고용 조건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병원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지 않고 신규 간호사만 끊임없이 배출하는 대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덧붙이는 글
'20대 청춘! 기자상 응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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