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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서울시향 사태 안돼, 인사청문회 도입하겠다"

[인터뷰] 박래학 서울시의회 의장

등록|2014.12.26 08:15 수정|2014.12.26 08:15

▲ 박래학 서울시의회 의장. ⓒ 서울시의회


김귀환 7대 의장-금품제공 혐의 구속
김명수 8대 의장-금품수수 혐의 구속
김형식 9대 의원-살인교사 혐의 구속

박래학 제9대 서울시의회 의장이 지난 7월 취임과 동시에 마주한 상황들이다. 연이은 서울시의회 의장의 구속과 시의원의 살인사건 연루 등 서울시의회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었다. 이미지 쇄신을 위해 결심했다. 박 의장은 개혁을 천명하고 개혁특별위원회(아래 개혁특위)를 구성했다.

취임 5개월, 민선 6기 첫해를 마무리한 박래학 의장. 그는 지난 22일, <오마이뉴스>와 한 서면 인터뷰를 통해 서울시의회 개혁안에 대해 두 가지 성과를 언급했다. 의원 업무추진비와 해외연수 계획 공개다. 의정 활동을 투명하게 해 시의회의 청렴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그는 "개혁 특위에서 의원들의 업무추진비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며 "투명한 사용으로 업무추진비가 '주머니 쌈짓돈'이라는 논란은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외유성', '관광성'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해외연수 제도의 틀을 다시 짰다"며 "9대 의원부터 국외 출장을 갈 때에는 연수계획을 시민들에게 완전 공개한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밝혔다.

시의회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의 막말 논란 관련, 시 산하기관장 임명 시 인사 청문회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박 의장은 "인사 청문회를 통해서 도덕성이나 자질검증이 이루어지고 낙하산 등의 시비가 가려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경기도와 제주도가 인사청문회 제도를 도입했다, 서울시도 충분히 실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 "박현정 대표 폭언·성희롱 확인")

또 서울시의회 고위 공무원의 막말 파문과 관련해서도 대안을 내놓았다. 한 시의회 수석전문위원의 폭언과 전횡은 인사권한이 서울시장에게 있다보니 시의회의 관리·감독 기능이 부족했기 때문이리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대해 그는 "시의회의 독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지방의회가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자치단체로부터 인사권 독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관련기사: "한 번 줄래?" "모텔가자"는 공무원들 막말, 사실이었다)

박 의장은 2008년 재보선을 통해 서울시의회에 입성했으며 이후 3번의 지방선거에서 서울 광진구 지역 시의원으로 당선됐다. 제6대와 제8대 의회에선 예결위원장을 지냈다.

다음은 박래학 의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박래학 서울시의회 의장이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의사를 진행하고 있다. ⓒ 서울시의회


"해외연수·업무추진비 공개로 청렴도 끌어올리겠다"

- 시의회 의장을 맡으면서 '바꾸고 지키고 뛰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 구체적인 방안은?
"제9대 서울시의회 출범과 함께 '바꾸고, 지키고, 뛰겠다'는 슬로건을 개혁의 기치로 내걸었다. 특권·관행·제도, 세 가지를 바꾸고, 안전·복지·민생, 세 가지를 지키고, '매니페스토·감시 견제·지방의회 역량강화', 세 가지를 위해 뛰겠다는 '3·3·3 의정비전'이다."

- 서울시의회는 앞서 7대, 8대 시의회 의장이 수사를 받으면서 신뢰도가 추락했다. 청렴한 의회를 위한 방안은 무엇이며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의회개혁을 위해 '의회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리고 지난달 25일 '4대 목표·20대 추진과제'를 발표했다. 개혁안에서 업무추진비를 공개하기로 했다. 투명한 사용으로 업무추진비가 '주머니 쌈짓돈'이라는 논란은 줄어들 것이다.

또 '외유성', '관광성'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해외연수 제도의 틀을 다시 짰다. 9대 의원부터 국외 출장을 갈 때에는 연수계획을 시민들에게 완전 공개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또 해외연수계획 단계부터 종료까지 세 번의 보도자료를 내야한다. 보도자료는 서울시의회 홈페이지에도 게재될 것이다."

- 살인사건에 연루된 김형식 의원의 세비 지급 문제도 관심사다.

"시의원이 형사사건으로 구속될 경우 의정활동비 지급을 금지하는 조례를 추진했다. 그동안 의원이 구속되더라도 대법원 확정판결 전까지 의정비가 지급됐다. 하지만 시의원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지키기 위해 '서울시의회 의원 의정활동비 등 지급에 관한 조례'를 개정했다. 김 의원을 비롯해 앞으로 구속된 의원에 대한 의정비 지급은 중단될 것이다."

- 서울시의회 고위 공무원의 막말 파문에 대해 서울시의회 사무처 직원의 인사권을 독립시키는 방안을 내놓았다.
"시의회의 독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시의회 사무처 직원 인사권이 자치단체장에게 있다. 때문에 인사권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서 의원들의 의정활동이 사실상 제약을 받게 된다. 지방의회가 책무를 다하려면 인사권 독립이 반드시 필요하다."

- 시 산하기관장 임명 시 인사청문회를 도입하는 안도 내놨는데.
"세월호 사고로 논란이 된 관피아를 없애고 공기업의 경영을 정상화 시키겠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그 사이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의 막말 논란이 일어났다. 시 산하기관장의 인사 청문회를 추진하겠다. 청문회를 통해 도덕성이나 자질검증이 이루어지고 낙하산 등 의혹과 시비가 가려질 것으로 기대한다. 경기도와 제주도가 인사청문회 제도를 도입했고 다른 지자체도 도입 의지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도 충분히 실현 가능할 것이다."

"무상보육·기초연금은 대통령 공약... 지자체 감당은 부당"

- 서울시는 지반침하와 풍수해, 지진, 대형화재, 교통사고, 산사태 등 다양한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 골든타임제 등 서울시의 안전 정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서울시 및 지자체의 주요 안전정책을 살펴보면 재난 발생 이후 피해의 복구에만 중점을 두고 있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각 재난의 특성, 재난별 골든타임을 고려한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예방과 대응이 필요하다.

또한 예산을 살펴보면 서울시의 경우, 빗물저류조 사업 등의 시설물과 관련된 사업에 편중 된다.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와 함께 재난 대응체계의 개선, 재난전문가의 활용, 시민안전의식 향상과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도 동반돼야 한다. 앞으로 서울시는 재난에 대한 균형적인 투자를 통하여 서울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집중하겠다."

- 복지 예산이 계속 늘어나면서 서울시와 자치구에서는 재원 부족으로 자체 사업을 할 수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나.
"지속적으로 중앙정부에 지방자치단체의 부족한 예산을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무상보육이나 기초연금 등의 사업은 대통령의 공약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중앙정부의 차원에서 추진되어야 하지만 많은 부분을 지방자치단체가 감당하는 것은 부당하다.

문제는 '복지디폴트(지급불능)' 선언이 현실이 될 수도 있을 정도로 지자체의 예산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가 힘을 합쳐 지방소비세 확대, 지방교부세율 인상 등 중앙재원의 지방이양을 국회와 정부에 요구할 것이다. 날로 높아지는 복지와 안전에 관련한 시민의 요구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수렴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부족한 예산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비과세 감면도 요청하겠다. 2009년 기준 비과세·감면율이 국세(18.1%)에 비해 지방세(30.4%)가 높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2006년 3.4%의 불과했던 비과세·감면율이 2009년에 27.9%로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서울시의 재정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

- 시의원도 체계적이고 원활한 의정활동을 위해 유급보좌관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의원 정책보좌관제는 의원의 본연의 임무인 견제와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도입되어야 한다. 정책보좌관제가 도입되면 서울시 집행부의 선심성 사업을 통제하고 비효율적인 예산 운용을 막을 수 있다. 또 물론 갈수록 다양해지고 세분화되는 시민의 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다만, 제도적 한계 때문에 당장 실현되기 어렵다고 본다. 때문에 의원들의 원활한 의정활동 지원 등을 할 수 있도록 시간계약제 등 탄력적 근무제를 통해 운영하겠다. 채용 인원은 예산 등을 고려하여 집행부와 논의를 통해 결정하겠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지금 서울시의회의 위상은 참으로 가슴이 아플 정도로 참담하다. 하지만 106명 의원들 모두가 함께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면 새로운 기회와 희망의 역사를 만들 수 있다. 서울시의회가 서울시민들로 하여금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행복한 시민으로서의 자긍심을 고취시킬 수 있도록, 성실하고 신뢰받을 수 있는 일꾼으로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106명의 의원들은 우리 시민들이 공평과 정의가 살아있고 법치와 인권이 존중받는 서울에서 오늘보다 더 행복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일하겠다. 서울 시민 여러분의 아낌없는 성원과 격려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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