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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문 앞 '똥볼'만 찬 리더십 바꿔야 더 이상 주전자만 들고 다니지 않겠다"

[당권주자 인터뷰①] 이인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록|2014.12.25 19:34 수정|2014.12.25 20:45

▲ 2·8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이인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출마를 결심한 이유를 묻자 "지난 총선부터 내리 4연패를 하면서 '패배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과 같은 무력함을 극복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 남소연


이인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17일 당의 차기 대표 선거에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했다. 어느 때보다 소위 빅3(정세균, 박지원, 문재인)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의원의 출마 선언은 어쩌면 '무모한 도전'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등용한 소위 386출신이 처음으로 당권에 도전함으로써 기존 세력에 의한 '대리정치'를 종료한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지난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이 의원은 출마를 결심한 이유를 묻자 "지난 총선부터 내리 4연패를 하면서 '패배 바이러스'에 감염 된 것과 같은 무력함을 극복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그는 당이 정체성과 민주성, 선명성과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하면서 "새로운 리더십으로 전면 교체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일종의 세대교체론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의원이 속한 386출신의 인사들 역시 1990년대 후반 정치권에 들어 온 후 재선 내지 3선의 경력을 쌓으며 당에서 일정한 역할을 맡아왔다. 그런 점에서 현재 당면한 당내문제에 대해선 이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에 이 의원은 "'보조리더십'과 '주리더십'은 다르다"라며 "그동안 후보 선수였지만 이제 주전 선수로 나서겠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그동안 당을 이끌어 온 리더십을 "축구에서 '골문 앞 똥볼'과 같았다"라고 평가했다. "골을 넣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지만 골로 연결하는 결정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그는 "(386출신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고, 각 계파 수장의 보조자로 분열돼 있던 모습은 비판받고 반성해야 할 문제"라며 "당이 조금 더 진보적으로, 복지를 추구하는 정당으로 가는 것에 우리의 역할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초대 의장 출신인 재선의 이인영 의원은 당내 486그룹 대표 주자로 자타가 공인하는 고 김근태 전 의원의 정치적 후계자로 꼽힌다. 당내 김근태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의 리더로 '오래된 리더십 교체'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 남소연


다음은 이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민주적으로 소통하고 협치의 리더십이 DNA"

-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총선부터 내리 4연패를 하면서 '패배 바이러스'에 감염 된 것과 같은 무력함을 극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모두 이길 수 있는 선거였다. 조직에 창의력, 역동성과 활력을 불어넣고 싶다. 또 분열을 넘어서야 한다. 친노와 비노, 그리고 구민주와 같은 우리 안에 벽을 그대로 방치한 상태에서는 승리하기 어렵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결의 구심점을 새로 만들어야 했다. 지난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똑같은 세력들이 회전문처럼 패권을 잡았다. 여기에는 그 사람들만 있는 건가라는 의문과 지루함이 있다. 새로운 리더십으로의 전면 교체가 필요하다."

- 그렇다면 '계파갈등'이 당대표가 해결해야 할 핵심적인 문제라고 보는 건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전당대회는 우리당이 지켜야 할 가치,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경쟁하는 가치의 향연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주로 제기하는 우리당의 문제는 정체성과 민주성, 리더십과 야당으로서의 선명성 이 네 가지다. 국정원 대선개입이나, 세월호 참사, 정윤회 문건과 같은 문제에서 무기력하지 않았냐는 비판이 있다. 이것이 선명성의 문제다.

둘째, 새정치연합이 과연 민주정당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공천과정을 보면 민주정당 같지 않다는 얘기다. 전략공천으로 사람을 꽂고, 지역의 당원과 유권자의 상식에서 벗어나는 공천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당의 당론을 정하는 과정에서 당원과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가는 컨센서스(합의) 과정이 필요하다. 거기서 벗어난 대표적인 예가 세월호 특별법 협상 과정이다.

또 정체성의 문제가 중요하다. 과연 수권정당으로 능력이 있는가, 집권하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보여줘야 한다. 보편적 복지와 경제민주화로 그 지향을 제시했지만 많은 논란이 거듭되면서 혼란스러운 상태다. 그걸 넘어서는 새로운 것, 대안이 무엇인가 제기해야 하는 순간이다. 우리가 말할 수 있는 성장의 대안은 무엇인지 보여줘야 한다."

- 그런 문제 진단과 해결 방향은 다른 후보들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이인영만이 다른 후보와 차별되는 지점은 무엇인가?
"같은 정당 안에 있기 때문에 노선에서는 큰 차이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차이가 있다면 어떤 리더십이 될 것이냐는 부분이다. 그동안 후보 선수였지만 이제 주전 선수로 나서겠다는 얘기다. 그동안 연습경기도 많이 치렀고, 이제는 본경기에 나서겠다, 더 이상 주전자만 들고 다니는 후보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래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2002년 월드컵에 신예들이 나서지 않았다면 한국은 4강에 갈 수 없었다. 새로운 도전과 넘치는 의욕으로 열정으로 돌파해야 한다."

- 그런데 과연 후보가 '새로운 리더십'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미 재선 의원에 최고위원까지 지냈다. 지금 당이 가진 문제에 후보 본인도 책임이 있다는 평가는 어떻게 생각하나?
"'보조리더십'과 '주리더십'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조연이었다고 생각한다. 또 최고위원으로 내가 맡은 일은 잘 했다고 생각한다. 세 번의 선거에서 현장을 책임졌고, 승리를 이끌었다. 또 야권통합의 디자이너가 돼 2012년 이길 수 있는 판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주리더십' 승리로 주도하지 못했다. 총선에서 행사된 리더십은 그 이전까지 통합을 코디했던 내 생각과는 달랐다. 이후에도 이해찬, 박지원 의원이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나눠 갖는 식의 연합 역시 대선 구도를 유리하게 만드는 데 악영향을 미쳤다.

리더십이 바라보는 구도와 감각이 다른 거다. 그동안의 리더십은 축구에서 '골문 앞 똥볼'과 같았다. 골대 앞까지 잘 가놓고 골 결정력이 부족했다. 2012년 총선부터 네 번의 선거가 모두 그렇다. 그 결정력을 높이지 못한 '똥볼'을 막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한다면 인정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 리더십에 따르지 않고 문제를 밖으로 내지르는 건 좋지 못하다. 그럴 때는 물러났다. 그리고 당의 한 명의 멤버로 충실했다."

▲ 이인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그동안 당을 이끌어 온 리더십을 "축구에서 '골문 앞 똥볼'과 같았다"라고 평가했다. "골을 넣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지만 골로 연결하는 결정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 남소연


"각 계파 수장의 보조자로 분열된 모습 반성한다"

- 새정치연합이 이렇게 지리멸렬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계파' 특히 친노세력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누구의 책임으로 한정 할 수는 없다. 누구는 조금 많고, 누구는 적다고는 할 수 있겠지만,  구성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문제는 그 상태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에 있다. 계파의 문제를 뛰어넘고, 치유하기 위해서는 반성적 태도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그런 면에서 나는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 생각한다. 나는 영남도 아니고 호남도 아니고, 친노도 비노도, 구민주 세력도 아니다. 계파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사람이 계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 스스로 계파에서 비교적 자유롭다고 하지만 과거 386운동권 출신들로 묶이는 것은 사실이다. 386출신들이 계파 갈등에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과거 '진보행동'을 해체할 때, 386출신들이 특정그룹으로 존립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밝혔다. 계파는 돈과 권력, 이권을 주고받으면서 다른 세력을 배제하고 자기들끼리 이익을 추구하면서 유지된다. 386그룹은 그런 게 없다. 우리의 기본적인 철학은 협치이고, 순환이다. 누구 한 사람이 보스가 돼 지배하고, 독주하지 않는다. 민주적으로 소통하는 것과 협치의 리더십이 우리의 DNA라고 할 수 있다. 가치와 노선을 서로 공유할 수는 있다. 그런 면에서 정파라고 볼 수 있는데, 우선적으로 정책그룹을 보는 게 옳다. 이러한 정책그룹의 역할이 있어야 당이 활력을 얻고 역동성을 가질 수 있다."

- 그렇다면 386출신들이 비판받는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기존의 보스에서 독립하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제 후보 선수에서 독립해 주전 선수가 되자고 말하는 거다. 그동안 결정적인 순간에 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고, 각 계파 수장의 보조자로 분열돼 있던 모습은 비판받고 반성해야 할 문제다. 그런 부분을 제외하면, 당이 야당으로서 자기 역할을 하는데 가장 앞에서 싸우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강경파라고 불렸던 것 아닌가."

- 그럼에도 386출신들이 정치권으로 유입돼 정치적으로 무엇을 했는지, 변화와 성과는 무엇인지 여전히 명확히 와 닿지 않는다. 
"니들이 뭘 했고, 언제 제대로 싸워 본적 있냐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을 크게 양보한 적은 없다고 생각한다. 당이 조금 더 진보적으로, 복지를 추구하는 정당으로 가는 것에 우리의 역할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큰 변화를 이끄는 리더십을 보이지는 못했지만 그럴 기회가 없었고, 이제는 책임지고 그렇게 해보겠다고 말하는 거다. 우리가 리더십을 가지면 당 안에 독주와 배제는 사라진다고 생각한다."

- 계파 갈등과 비민주성의 원인으로 그동안 당이 해왔던 공천과정을 지적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오픈프라이머리 제도를 생각하고 있나?
"오픈프라이머리는 찬성한다. 당심을 넘어 민심으로 공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유명한 사람 중심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어 제도적 보안이 필요하다. 제도적 보완이 이뤄지기 전에는 지금의 우리 방식대로 해야 하는데, 당헌과 당규에 그 절차를 못박고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절대 건드리지 못하게 해야 한다. 공천방법에 대한 시비를 완전히 일소시켜야 한다. 전략공천은 최소화 하고, 공천을 장기판에서 말 바꾸듯이 하는 건 없애야 한다. 시스템적으로 안정된 공천이 필요하다."

▲ 이인영 의원은 당이 정체성과 민주성, 선명성과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하면서 "새로운 리더십으로 전면 교체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 남소연


"경제 어려워질 것, 노동의 후퇴는 막고 싶다"

- 출마선언에서 '회전문 당권경쟁'을 언급했다. 소위 '빅3(문재인·박지원·정세균)'를 지적한 걸로 보인다. 무슨 의미였나?
"세 분은 세력을 상징하는 인물로 당의 후보나 대표가 되셨던 분들이다. 그래서 그분들이 다시 당 대표가 되는 건 회전문 당권경쟁이라고 본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당의 변화 가능성이 없다고 볼 거다. 자기들끼리 돌아가면서 패싸움하는 모양새고 그 나물에 그 밥이 된다. 그것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시니어와 주니어, 중신과 신진 사이의 첨예한 경쟁이 벌어져야 한다. 기존의 리더십이 반복되는 것은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다."

- 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의 일부에서는 '빅3 불출마 요구'가 제기됐다. 출마를 못하게 막는다는 건 민주주의에 위배되는 거라 생각하지 않나?
"그분들 나름대로 당의 변화를 바라는 충정이 있다고 생각한다. 세 사람의 영향력이 너무 크고, 그 영향력 아래 자유롭지 못한 분들이 많다. 그렇게 되면 당의 혁신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유력주자들이 선거에서 빠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당의 미래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중진과 신진이 시대정신을 놓고 대결을 벌여 거기서 당의 진로를 정할 리더십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세 사람 모두 명망이나 경륜, 영향력과 기반 모두 나보다 앞서지만, 리더십을 바꿔야 한다는 시대정신의 명령에 따라 양보할 이유는 없다."

- 컷오프 기준인 3위 안에 들 수 있을 거라 확신하나?
"솔직히 얘기하면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본다."

- 당 안팎에서 신당창당설이 흘러나온다.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우선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신당이라면 바람직하지 않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다. 그러면 새누리당만 만세를 부를 것이다. 결국 호남의 자민련처럼 될 수밖에 없다. 극단적 지역주의로 가는 패망의 길이다. 새정치연합이 혁신하고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 내면 실망했던 호남의 민심도 지지할 것이다. 호남의 마음은 어머니가 자식 혼내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렸다. 어떻게 보는가?
"민주주의의 후퇴다. 통합진보당의 노선에 동의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정당의 존치는 헌재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국민이 선거를 통해 평가할 문제다. 일종의 정치적 야만이 자행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난)종북의 실체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1980년대에 반국가단체나 이적단체를 규정할 때만 해도 북한과 연계성을 실체적으로 들이대거나 단체에 그러한 강령이 있고 조직이 있다는 걸 조작해서라도 명증하게 들이댔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은 그런 과정 없이 그러리라는 추측으로 해산결정이 내려졌다. 법리적으로도 (수준이)떨어지는 결정이었다.

통합진보당이 대중적 기반을 상실하면서 헌재의 결정이 극단적으로 치달은 문제도 있다고 생각한다. 종북시비로부터 적절하게 대처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있다. 그런 부분을 명쾌하게 끊어내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국민들은 진보당의 태도가 모호하다 생각하고 계속 의심을 남겨뒀다. 또 비례대표 경선부정 사태와 같은 사건은 진보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이 야권 전반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후 야권연대나 통합에는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새누리당은 옳다고나 잘됐다고 하면서 야권연대를 '종북연대'로 몰았다. 야권연대는 야권이 하나가 돼 이기라는 국민들의 뜻을 따른 것이었다.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어려움이 있지만 또 다시 연대를 모색해야 한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새정치연합만의 색깔로 이기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하나가 돼 싸워서 이겨야 한다."

-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야당 간사를 맡고 있다. 노동 의제를 중시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이유는 무엇인가?
"이번에 환경노동위원회로 배정된 사람 중에 스스로 간 사람은 나 하나다. 다른 상임위로 갈 수 있었지만 환노위를 택한 것은 내년 경제가 더욱 어려워지고 그 가운데서도 고용과 노동 분야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이 나라의 주류세력들은 한 번도 노동을 구제한 적이 없다, 오히려 노동에 문제를 전가시켰다. 다가오는 노동의 위기를 막아내야 한다. 혼자는 자신이 없지만 함께 만들어야 한다. 나는 노동자 출신이 아니다. 소위 말하는 먹물이다. 그래도 양심이 있다면 더 이상의 노동 후퇴는 없어야 한다. 최소한 더 나빠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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