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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극우, 졸리 영화 보이콧... "일본군 내용 모두 날조"

보이콧에 입국금지 신청... 2차세계 대전 당시 일본군 만행 다룬 <언브로큰> 비난

등록|2014.12.26 15:51 수정|2014.12.26 15:58
안젤리나 졸리(아래 졸리)가 제작한 세계 2차 대전 영화 <언브로큰>에 일본 우익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졸리 메가폰 잡은 <언브로큰>에 일본 극우 세력 반발

미국 유력 일간지 <USA투데이>는 26일 "일본 우익이 졸리의 입국 거부와 '언브로큰' 보이콧 운동을 펼치고 있다"며 "우익 세력이 일본의 과거를 세탁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할리우드 여배우 졸리는 최근 영화 감독으로 변신, 태평양 전쟁에 참전했다가 3년간 일본군 포로가 되어 지내다 극적으로 탈출한 육상스타 루이스 잠페리니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언브로큰'을 제작해 지난 25일 개봉했다.

▲ 안젤리나 졸리가 제작한 영화 '언브로큰' 포스터 ⓒ 유니버설픽처스


졸리는 영화를 통해 일본군이 포로끼리 서로 싸움을 붙이며 폭력을 가하고, 생체 실험까지 서슴지 않는 무자비한 잔혹 행위를 묘사하며 전쟁의 참혹한 현실을 알려주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 극우 세력이 "일본군에 관한 내용은 모두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졸리를 인종차별주의자로 비난하며 일본 입국 금지는 물론이고 '언브로큰' 보이콧 운동을 시작했다. 일본 우익은 온라인 국제 청원 사이트에 "졸리는 한국의 로비를 받은 반일활동가"고 몰아세우며 '언브로큰' 상영 중단을 요구하는 청원을 냈고, 벌써 1만 명 넘게 지지 서명을 했다.

또한 영화에서 일본 포로 수용소의 악랄한 감시관을 연기한 일본 인기 가수 겸 배우 미야비도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일본 우익은 미야비가 재일교포 3세라며 일본에서 내쫓아야 한다는 출국 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그러나 졸리와 영화 제작사는 이 같은 일본 우익의 반발을 무시했다. 졸리는 "이 영화는 아름다운 메시지를 담고 있다"며 "전쟁의 모든 것을 보여주기 위해 깊은 의식을 갖고 만들었다"고 밝혔다.

영화 못 보고 눈감은 실제 주인공 잠페리니

▲ 영화 '언브로큰'의 안젤리나 졸리 감독과 실제 주인공 루이스 잠페리니 ⓒ 유니버설픽처스


영화의 실제 주인공 잠페리니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미국 육상 국가대표로 활약하다가 공군으로 태평양 전쟁에 참전했다. 하지만 폭격기가 고장으로 추락해 47일간 구명보트에서 표류하다가 일본군에 발견되면서 포로가 됐다.

그는 일본군으로부터 구타, 고문, 협박 온갖 핍박을 받았다. 선전 방송을 해주면 편안한 생활을 보장해주겠다는 회유와 강요도 받았지만 잠페리니는 끝내 거부했고, 일본이 패전하면서 자유의 몸이 됐다.

'전쟁 영웅'이 됐지만 일본군의 가혹행위로 몸이 망가져 육상을 포기한 잠페리니는 선교 활동을 하며 자신을 고문했던 일본군을 용서한다고 밝혔고,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의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서기도 했다.

졸리는 잠페리니와 수십 차례 만나 직접 당시 상황에 대한 증언을 듣고 이번 영화를 제작했으며, 잠페리니는 지난 7월 97세의 나이로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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