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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있지만 반찬은 없다? 황당한 급식

[초보 학부모 이야기] 방학 시즌으로 신난 아이들, 맞벌이 부모는 괴롭다

등록|2014.12.29 15:55 수정|2014.12.29 17:44
크리스마스 전날 난 칼퇴근을 했다. 오래간만에 아이들과 일찍 어울려 저녁도 먹고 즐거운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였다. 보습학원으로 올라가 첫째 아들을 찾았다. 아들은 나를 보더니 먼저 소리를 지른다.

"아빠! 나 상장 받았어요. 두 개 받았어요."
"정말? 상장을 받았다구?"

난 내 귀를 의심했다. 상장이라니, 내가 우리 아이를 아는데... 상장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하도 침 튀기며 떠들어 대기에 무슨 상장인가 찾아봤다.

"아빠, 여기요. 조별 발표회하고요 한자 급수 합격했어요."

상장 받아서 엄마가 좋아할 거라는 아들

한자 6급 인증서와 발표회 최우수상과목별 성적은 바닥에서 일어날 줄 모르지만 이런거라도 잘해서 상장을 받았다니 아들 못지 않게 나도 기쁘다 ⓒ 김승한

'상장' 맞다. 나도 초등학교 6년 내내 어쩌다 개근상은 받곤 했는데 그런 상장이 맞다. 한자 6급 인증서와 조별 발표회 최우수상이란다. 요즘 초등학교에서는 아이들의 다양한 활동을 유도하며 분위기를 살려주는 차원에서 여러 가지 부분으로 나누어 학생 당 상장 하나라도 받을 수 있게 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런 것인가 싶었다.

"△△아, 상장 친구들 다 두 개씩 받았어?"
"아니요, 저랑 세 명만 두 개씩 받았어요."

아빠를 보며 기다렸다는 듯이 초롱초롱 눈을 치켜세운 아이는 나의 리액션을 보고 싶은가 보다. 아이를 번쩍 들어서 얼굴에 사정없이 뽀뽀를 해줬다. 요리조리 피해 가면서도 싫은 기색은 아니다.

"아빠! 저 잘했죠?"
"그래, △△아! 정말 잘했다. 아빠는 △△이가 정말 자랑스러워."

상장을 조심스레 가방에 넣으며 말한다.

"아빠, 이거 이따가 엄마한테 다시 보여줄래요. 엄마가 진짜 좋아할 거예요."
"그래 그래. 찢어지니까 조심해서 넣어라."

상장 종류가 뭐 중요하겠는가마는 아이가 나름대로 노력해서 어느 수준 이상이 되니 받은 것이고 그에 대한 대가를 공개적으로 인정해 준 것이다. 국어, 수학 점수가 바닥을 기고 있지만, 발표 수업만은 애 엄마나 내가 꼭 체크해서 실전 연습도 시켜 줬다. 그리고 발표 시간이 되면 반드시 손 들고 발표하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일단 학교 수업 진도는 따라가지 못해도 발표력만은 키워주고 싶었다. 못해도 당당하게, 몰라도 떳떳하게 큰 소리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라고 했다. 그에 대한 대가는 상장으로 받았으니 아이도 그 과정을 기억하고 자기가 했던 발표 순간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한자도 그렇다. 집에서는 가끔씩 봐주기만 했는데 수업시간이나 돌봄 교실에서 어느 정도 학습을 했었나 보다. 6급 한자라고 해야 천자문 앞 글자에 해당되는 쉬운 글자이겠지만, 그래도 아이들에게는 한글이 아닌 외국어다. 개념을 익히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그래도 일정 부분 정해진 급수를 통과했으니 잘했다.

그렇게 겨울방학이 시작되었고 1학년이 저물어간다

겨울방학. 여름방학보다 길고 새 학년을 준비해야 하는 기간. 발 빠른 엄마들은 벌써 2학년 수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는 그냥 1학년 수업 복습과 특별히 모자랐던 부분만 보습학원에서 가르치려 한다.

멋모르고 입학해서 잃어버릴 수 있는 물건은 죄다 잃어 버리고, 늘 성적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딱 두 번! 일기장에 조별 발표와 받아쓰기를 잘했다는 담임선생님의 칭찬이 전부였던 우리 아이는 기말 평가 점수가 전체 학년 평균점수의 절반 정도에 머물렀다. 등수를 따지자면 하위 10% 정도 되겠지.

그렇지만 실망하지 않는다. 아직 우리 아이들이 나아갈 방향은 정해지지도 않았고 재능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무조건 돈 뿌려가며 공부에 매달리는 것은 그다지 의미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이는 아이의 선택이 아닌 부모의 선택으로 대리 욕심을 만족 시킬 뿐이다. 지금은 학교에서 교우관계와 사회조직, 학습방법에 대한 틀을 배워가는 시기다. 시간이 지나면 하나씩 둘씩 스스로의 방법을 터득할 테고 아이의 재능과 관심거리에 집중해 보려 한다.

방학이지만 학교에서는 돌봄 교실과 선택수업이 시작된다. 학기 중 시행하던 컴퓨터나 미술, 국어, 수학, 영어 등의 과목을 방학 중에도 원하는 학생에 한 해 진도를 나가기로 한단다. 그리고 돌봄 교실도 운영이 되어 선생님과 함께 선택수업 시에 배웠던 것이라든지 방학숙제 책 위주로 간단한 숙제를 한다.

방학이 되면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항상 고민이었는데, 그래도 이렇게 커리큘럼이 짜여있으니 맞벌이 부부에겐 참 고맙다. 학기 중처럼 아이를 아침에 학교에 보내고 태권도 학원이나 보습학원에서 시간을 보내다 부모들의 퇴근시간에 맞춰 같이 집으로 온다.

그런데 방학 중에 급식이 지원되기는 하는데 반찬은 싸와야만 한단다. 방학이라 급식비나 조리 인원이 걸림돌이 되는 건지는 모르겠다만 어쨌든 방학 내내 반찬을 챙겨서 보내야 하는데 좀 신경이 쓰인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면 별거 아니지만 무슨 이유로 급식이 되지 않는 건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다. 그래도 밥은 준다는 데에 고맙게 생각하고 학교에 보내야지.

한 부모 자녀와 맞벌이 부부에겐 대책 없는 유치원 방학

유치원에서 공개수업하는 모습둘째아이 유치원에 공개수업을 한다고 해서 첫째아이와 함께 갔다. 만들기, 동화듣기, 장난감 쌓기 등 '우리 유치원에서는 이렇게 아이들을 가르칩니다'라고 공개하는 것이다. ⓒ 김승한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유치원에 다니는 둘째 아이가 방학을 하는 것이다. 방학이 2주인데 첫 주간은 어디 맡길 데가 없는 아이들을 위해 최소 선생님이 등원을 하여 아이들과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둘째 주, 그러니까 1월 5일부터 9일까지는 유치원 자체가 방학에 들어가기 때문에 아이를 맡길 데가 없다. 첫째한테 붙여 학교에 보낼 수도 없고, 하루 종일 태권도장에 있게 할 수도 없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 주간에는 내가 출근할 때 아이를 사무실에 데리고 가기로 했다.

방법이 없다. 우리는 친가도 없고 친정도 대전이어서 오로지 아내와 내가 해결해야 한다. 회사에 같이 가서 사무실 옆방을 내어주고 책이랑 TV 틀어주며 시간을 보내게 하는 수밖에 없다. 지난 여름 방학에도 일 주일을 꼬박 그렇게 했다. 회사에 눈치도 보이고 아이도 심심해 하고, 유치원은 닫혀 있고. 갑갑하다.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취업 준비와 일자리를 마련한다고 뉴스에는 매일 도배질인데, 좀 나아졌다고 하지만 실질적인 직장 전선으로 들어가 보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다. 한 부모 자녀라든지 맞벌이 자녀들의 경우엔 속수무책으로 휴가를 내거나 어디든 맡길 곳을 찾아야 한다. 가족이 2대 3대가 함께 살거나 아니면 살갑게 사는 이웃이 있다면 모를까.

둘째 아들 유치원 방학이 끝나면 첫째 아이 방학숙제가 기다리고 있다. 지난 여름방학 이틀 만에 해치웠던 방학숙제! 이번엔 좀 여유 있게 할 수 있으려나? 일기 일 주일에 세 번 이상 쓰기, 과학관이나 박물관 등 관람하고 사진 찍어 4절 종이에 관람기 작성하기, 방학 때 인상 깊게 보았던 장면 그림 그리기, 독후감 2편 이상 쓰기, 견학·체험·수집 등의 활동 보고서 제출, 방학 동안의 우리 가족 10대 뉴스 만들기, 한자 공부나 컴퓨터 자판 익히기 등등…. 눈에 선하다. 원래 방학숙제는 벼락치기가 제 맛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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