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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어죽고 병들고 다리 썩고... 위례신도시 '잔혹사'

[사지마세요, 입양하세요⑦] 도심 재개발 지역에 버려지는 동물들

등록|2015.01.01 21:10 수정|2015.01.01 21:10
동물보호소에 오게 된 동물들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요? 한때 누군가의 반려동물이었던 그들이 버려지고 있습니다. 또 구조가 되어 동물보호소에 맡겨지더라도 시일이 지나면 안락사를 당합니다. 그런 동물들이 1년이면 10만여 마리에 달합니다. 이들의 가족이 되어줄 분을 찾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동물자유연대와 함께, '사지마세요, 입양하세요'라는 기획으로 동물입양에 대한 이야기를 싣습니다. [편집자말]

깜순이 김복경씨가 위례신도시 재개발지역에서 구조해 함께 살고 있는 깜순이 ⓒ 김복경


김복경씨는 깜순이라는 강아지와 함께 살고 있다. 김씨와 깜순이의 인연은 특별했다.

깜순이는 지난 2011년도부터 시작된 위례신도시 재개발 지역에 남겨진 동물 수 백 마리 중 한 마리였다. 재개발 지역의 일부인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에서 근무하던 김씨는 어느 날부터 매일 몇 마리씩 길에 버려지는 개들을 목격하기 시작했다. 하루에도 수십 가구가 트럭 뒤에 짐을 가득 싣고 살던 곳을 떠났는데, 안타깝게도 동물들은 그 트럭에 실리지 못했다.

'저도 데려가주세요, 멍멍!' 트럭을 쫓아가 보지만...

"집 밖까지 뛰쳐나와서 멍멍 짖으면서 죽을힘을 다해서 트럭을 쫓아가요. 한참을. 더는 못 가겠으면 지쳐서 며칠을 집에서 기다리다가, 결국에는 몇 마리씩 모여서 자기들끼리 몰려다니기 시작해요."

처음에는 버려진 동물들이 안쓰러워 조금씩 밥을 챙겨주던 김씨는 곧 뜻이 맞는 네 명의 시민들과 함께 동물들을 살피고, 구조해서 치료하기 시작했다. 2012년에 시작한 구조 활동은 2014년 초까지 이어졌다. 김씨는 그때의 현실을 '참혹했다'라는 표현으로 묘사했다.

집 안에서 기르던 품종 있는 개부터 마당에서 기르던 발바리까지... 수많은 개들이 굶고, 다치고, 병들어 죽어갔다. 장모종(털이 긴) 강아지는 털이 누더기처럼 엉켜 피부병에 시달리고, 부러진 다리가 썩어가는 개들도 생겨났다.

공사 차량의 왕래가 잦다 보니 '로드킬'을 당하는 개들도 많았다. 개장수들은 물 만난 고기떼처럼 와서 개들을 포획해갔다. 먹을 것을 찾기 위해 공사장으로 찾아 드는 개들 중 일부는 인부들이 잡아먹은 것으로 보였다고 한다. 공사장 곳곳에는 개 잡은 흔적과 그을음이 많았지만, 주로 밤에 잡아먹어 제대로 신고 한 번 못한 것이 김씨는 아직도 한스럽다고 했다.

구청 등 지자체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구청에서는 민원이 들어가면 나와서 현장을 돌아볼 뿐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불법포획업자들이 판치는 상황에서 이미 '사람을 피해야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배운 개들은 낮에는 숨어 다니고 밤에 돌아다니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낮 시간에 현장에 나와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고 한다.

개들은 그 와중에도 계속해서 새끼를 낳았다. 꼬물거리는 새끼들에게 상자와 담요로 자리를 만들어 줘 봐도, 어느 날 아침이 되면 새끼들이 상자 채로 없어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밥을 챙겨주면서 손으로 머리를 만질 수 있을 정도로 경계심을 풀은 동물들은 잡아서 병원에서 치료하고, 주변 이웃부터 고향 춘천에서까지 적극적으로 입양처를 알아보았다.

이렇게 해서 김씨가 새 가족을 찾아준 개들은 열한 마리. 나머지 동물들은 그렇게 위례신도시에서 사라졌다. 지금은 길고양이 서른 마리 정도와 강아지 몇 마리 정도가 눈에 띈다고 했다. 김씨는 아직도 남아있는 길고양이들의 밥을 챙겨주고 있다.

굶고, 다치고, 잡아먹히고... 철거촌 동물의 운명

백사마을 유기견 사람들이 떠난 백사마을에 남겨진 유기견들 ⓒ 박종무


김씨가 겪은 일은 비단 위례신도시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니다. 정부, 지자체, 토지주, 원주민 등 수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철거촌에서 동물들의 운명을 걱정하는 사람은 없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라고 불리던 노원구의 백사마을에서도 2009년 주거환경개선지구 지정 후 수많은 유기견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주로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은 노인 1인가구가 많았던 백사마을에서 개들은 집도 지켜주고, 벗도 되어주는 든든한 존재였다. 그러나 사람들이 떠날 때는 필요 없는 물건들과 함께 마당에 버려졌다. 한 순간에 개들은 먹을 것을 찾기 위해 쓰레기를 뒤지는 신세가 되었다.

당시 버려진 개들을 거두어 기르던 '묘연사'라는 절에서 중성화수술 봉사활동을 한 '평화와 생명이 함께하는 동물병원' 박종무 수의사는 당시 상황을 기억하며 고개를 젓는다. 상황이 안타까웠지만, 집마다 이주하는 시기도 다르고 형편도 제각각이라 돕기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일찌감치 이삼 만원에 식용으로 팔아버리는 집도 있고, 눈물을 머금고 '잘 살아라'고 길에 풀어주는 집도 있었다. 유기동물을 임의로 포획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법이지만, 재개발 지역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포획업자들을 막을 방법도 없었다.

백사마을 사정이 알려지면서 일부 뜻있는 시민들이 찾아가 구조하려는 노력도 했지만, 결과는 위례신도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도 언젠가는 주인이 나타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길에서 위태롭게 살던 동물들은 굶주림과 질병으로 쓸쓸하게 죽어갔다.

묘연사 백사마을에서 버려진 개들을 거두어 기르던 절. 왼쪽 구석에 유기견이 보인다. ⓒ 박종무


'들개'가 돼버린 유기견들, 책임지는 사람은 없어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이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곳은 북한산 일대다. 은평 뉴타운 등 인근지역이 재개발되면서 버리고 간 개들이 야생화되어 등산객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2009년부터 320여 마리의 유기견을 포획, 안락사했고, 지금은 인근 구청 등 지자체까지 합세해 포획 중이다. 지난 12월 19일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도 60여 마리의 개들이 남아 있지만, 아무리 포획을 해도 한 번에 여러 마리씩 새끼를 낳는 개들을 모조리 없애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개들은 '유기견'으로 간주되지만, 사실상 대를 거쳐 길에서 태어난 경우도 많고, 10일 동안 보호해도 입양될 가능성이 없어 결국에는 살처분 된다. 지자체의 입장에서는 유기동물 포획과 보호, 안락사 비용으로 위탁업체에 지불해야 하는 10만 원(한 마리당)이 아까울 법도 하다.

문제는, 이런 일이 재개발 지역마다 어김없이 일어나는데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울시는 북한산 개들처럼 '야생화'된 유기견이 '들개'로 간주되어 처분될 수 있도록 지정·고시할 것을 환경부에 건의해왔다. 그러나 환경부는 '야생생물법'의 기본 취지가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관리하는데 있기 때문에 버려진 개를 야생동물로 지정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이는 이미 버려진 개들의 처분을 위한 방법일 뿐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재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거나 예정된 지역은 2013년 말 기준으로 924개 구역, 서울에만 231 곳이다. 이 많은 지역에서 한꺼번에 감당할 수 없는 숫자의 유기동물이 발생할 것이 불 보듯 뻔 한데도, 사전에 이를 예방하는 일에는 다들 손 놓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동물보호단체에는 전국 곳곳의 철거촌에 버려진 동물들을 구조해달라는 요청이 일 년 내내 들어온다. 생명이 위급하거나 급히 치료가 필요한 동물의 경우 몇 마리씩 구조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호소에 동물이 넘쳐나는 현실에서 수십에서 수백 마리까지 되는 동물들을 한꺼번에 구조하는 것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동물 유기'는 불법, 그러나 7년간 처벌은 4명에 불과해

동물을 '유기'하는 행위는 엄연히 동물보호법에서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적발될 경우에는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그러나 놀랍게도 2007년 동물 유기가 불법이 된 이래로 동물 유기로 처벌을 받은 사람은 고작 4명에 불과하다. 연간 10만 마리가 넘는 동물이 버려지는 현실을 생각하면 실소가 나올 만한 얘기다. 이는 곧 '기르던 동물을 길에 버리는 일'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꼭 재개발 지역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주택에서 살다가 아파트로 입주하는 경우, 자연스럽게 '개는 데리고 갈 수 없다'고 결정한다. 동물보호단체에는 '아파트로 이사를 가게 되었으니 기르던 개를 받아달라'는 전화가 심심치 않게 온다. 먹고 살만한 사람들의 생각조차 이런데, 삶의 벼랑 끝에 선 사람들에게 기르던 동물이니 책임지기를 기대하는 것이 과연 가능하기는 할지 의문이다.

문제는 주거환경개선지역 주민 대부분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계층이라는 점이다. 새로 들어서는 아파트에 입주하게 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당장 살던 집을 떠나면 자기 몸 하나 누울 자리 찾기도 버거운 사람들도 많다. 어쩌면 이들에게 '반려동물'이라는 단어는 사치일 뿐이다. 원래 살던 사람들의 주거 환경을 개선해 보다 편히 살게 하는 것보다 경제적 이득이 목적이 되어 원주민들은 내쫓기듯 떠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재개발 사업 전반의 문제가 결국에는 애꿎은 동물들까지 거리로 내모는 셈이다.

그러나 이런 지역일수록 정부와 주민들, 동물보호단체, 자원봉사자들이 합심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동물의 문제일 뿐 아니라 주변 지역의 안전과 공중보건과도 직결된 문제다. 힘겹게 사는 동안 정이 들었던 동물을 하는 수 없이 포기하면서 상처를 받는 주민들의 마음의 짐을 덜어주는 것도 필요하다.

북한산에서 구조한 봉순이 2011년 동물자유연대가 북한산에서 새끼들과 함께 구조한 봉순이. 당시 바위틈에 새끼를 낳아 기르고 있었다. ⓒ 동물자유연대


임대아파트 등 안정된 주거환경으로 이주가 가능하거나 형편이 되는 사람들은 최대한 동물들을 유기하지 않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집에서 기르는 개에 대해서 동물등록이 의무화되어 있으니, 해당 구청과 동물보호단체가 연계해 반려동물을 기르는 주민들에게 동물등록을 하도록 지원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만 하다. 주민들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감을 심어주고, 해당 지역의 동물 마릿수도 파악해 이후 동물들의 유기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도 가능할 것이다.

박종무 수의사는 "더 많은 유기동물을 수용할 수 있도록 보호시설을 확충하는 등 정부(시)가 어느 정도의 책임은 져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동물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는 구청과 동물보호단체가 연계해 적극적으로 입양을 주선하고, 미리 중성화 수술을 지원하는 등 개들이 버려지고 곧 순식간에 번식하는 것을 막을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북한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인근 지역은 돌연히 '들개 출몰 지역'이 되어 주변의 주민들은 공포에 떨고, 가족을 잃고 거리로 나앉은 것도 서러운 개들은 졸지에 '들개'로 몰려 살처분 당하는 사태가 전국에서 끊이지 않고 발생할 것이다.

사람도, 동물도 다치지 않는 재개발

얼마 전, 강남의 무허가 판자촌 구룡마을 재개발사업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보도를 들었다. 30여 년을 기본적인 생활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화마에까지 시달려온 주민들에게 하루라도 빨리 발 뻗고 잠들 보금자리가 생겼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런데 동네 구석구석에 묶여 있던 견공 수십 마리의 운명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진다. 불이 나면 짖어서 주인에게 위험을 알리는 고마운 역할도 해주었다고 한다. 몸 길이만한 줄에 묶여서도 주인을 보면 배를 뒤집으며 장난치던 녀석들. 이 생명들이 어느 날 아침 공사판에 덩그러니 남겨져 천덕꾸러기가 될 운명은 정말 바꿀 방법이 없는 것일까.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채식잡지 월간 비건 1월호에 동시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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