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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 선언한 담배 판매대, 정말일까

담배 판매 거부에 흡연가들 '사재기' 의혹 제기

등록|2014.12.29 16:38 수정|2014.12.29 16:38
내년 1월 1일부터 담뱃값이 2000원 인상되면서 애연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담뱃값 인상 시점 3일을 남겨 둔 현재, 담배를 피는 사람들의 입장은 대략 3가지로 정리된다. 우선, 현재 자신의 경제적 상황과 인상 폭을 고려해 담배를 전격적으로 끊겠다는 사람, 담뱃값이 아무리 올라도 도저히 끊을 수 없어 계속 피우겠다는 사람, 향후 추이를 보고 담배를 끊을지 고민하겠다는 사람 등이다.

이중 두 번째 경우인 '계속 담배를 피우겠다'는 사람들 가운데는 담뱃값 인상이 발표된 시점을 전후해 미리 일정 부분 여유 담배를 더 확보해 놓고 있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담배 판매점에서 담배를 제한적으로 판매하고 있어 대부분의 경우 그 수량은 그다지 많지 않다.

담배를 끊겠다고 하는 사람들 중에는 평소 단골이던 담배판매점의 행태에 분노해 금연을 결심한 경우도 있다. 서민들의 경제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전격적으로, 그것도 담뱃값을 인상하는 정부에 대한 분노에 더해 담배판매점의 '사재기' 행태가 많은 애연가들의 금연 결심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흡연가들, 정부와 일부 판매점 행태에 '분노'

▲ 담배사업자가 각 판매점에 담배를 공급하는 금요일인 지난 26일, 담배 판매대에 일부 품목이 보이지 않는다. (사진은 기사내용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 박석철

담배업계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인상된 가격에 담배를 판매하려면 시행 6일 전인 12월 25일까지 가격인상 신고를 해야 한다. 6일 전인 25일이 휴일이라 지난 24일까지 신고를 완료했다.

KT&G와 한국필립모리스 2개 담배사업자는 기획재정부에 담배 가격을 2000원씩 인상하는 내용으로 가격 조정안을 신고했다. 다만, 던힐과 메비우스(옛 마일드세븐) 등은 아직 신고를 하지 않아 이 경우 당분간 현재 가격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담뱃값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감에 따라 일부 슈퍼마켓 등 판매점의 담배 판매 기피 현상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일부 품목의 담배 판매를 중지하고 사재기를 하면서 인상 후의 마진을 노리고 있다는 의혹이다.

울산 동구의 A수퍼마켓. 이곳에서는 2주 전부터 평소 잘나가는 품목인 '레종 블루', '에세 원' 등 품목의 판매를 중지했다. "이미 다 팔렸다"는 것이 그 이유지만, 매일 그곳에서 담배를 사는 고객들은 이를 믿지 않는다.

담배사업자는 일주일에 한 번, 금요일 각 판매점에 일정한 양의 담배를 공급한다. 하지만 A슈퍼마켓의 경우 일부 품목에 대해 월, 화, 수, 목요일에도 "다 나갔다"고 했지만 금요일인 지난 26일에도 여전히 판매대에서 이 담배를 볼 수가 없었다.

"왜 담배가 없냐, 금요일에 담배가 들어오지 않냐"는 질문에 주인은 "요즘 담배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답변을 내놨다. 또 다른 판매점에서는 담배가 들어오는 금요일은 물론, 평일날에도 한 사람에 한 갑이지만 줄곧 담배를 판매하고 있어 대조를 이뤘다.

시외버스터미널 등 사람이 붐비는 곳의 경우도 이와 비슷했다. 지난 27일 부산종합터미널내에 있는 한 편의점 담배판매대에는 '폐업'이라는 팻말이 붙었다. '그동안 애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문구도 보인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담배 외 다른 물품들은 여전히 판매를 하고 있었다. '과연 폐업이 맞을까' 하는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었다.

상당수 흡연가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은 '일부 담배판매점의 속 보이는 상술에 배반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울산 동구의 한 주민은 "지난 몇 년간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이 골목을 점령하면서 일부 중소상인들이 농성을 하고 항의할 때 같이 응원했었다"며 "하지만 자신을 지지해준 동네 주민에게까지 고의로 담배를 판매하지 않는 것을 보고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가게들이 며칠만 눈을 질끈 감고 견디면 배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일이라 이해하는 점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고객과의 신뢰를 위해 평소와 같이 담배를 판매하는 가게도 있다는 점에서는 실망감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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