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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도 높은 음악과 무대진행, 연말 풍성한 음악선물

월드뮤직그룹 공명의 <고원> 콘서트

등록|2014.12.30 16:24 수정|2014.12.30 16:24

▲ 월드뮤직그룹 공명의 '고원'콘서트 홍보사진 중. 왼쪽부터 멤버 임용주 박승원 강선일 송경근 ⓒ 사단법인 공명


한국대표 월드뮤직 그룹 공명의 <고원콘서트>가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KB청소년극장에서 12월 26일부터 31일까지 공연 중이다.

'공명'은 1997년 데뷔 이래 한국 전통음악 특유의 서정성에 다양하고 흥겨운 리듬을 더해, 우리 음악의 가능성을 제시해왔다.

2010년 북미 최대 아트마켓 SXSW 한국 최초참가, 2011년 초등학교 음악교과서(금성출판), 2013년 중학교 음악교과서(경기도 교육청)에 '공명'의 음악이 실렸고,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 수여, 2013 한국ž파키스탄 수교 30주년 기념행사, 2014 한국ž짐바브웨 수교 20주년 기념공연, 2014년 캐나다 공연예술마켓 CINARS 한국 최초 2회 참가 등 음악성과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번 공연 <고원>은 공명이 2010년 대나무 숲의 하루를 그린 'Space Bamboo', 2011년 우리나라 섬과 바다가 만드는 소리와 영상이 함께한 'With Sea'에 이어 새롭게 자연을 주제로 만든 작품이다. 이들의 뜨거운 열정과 음악에 대한 순수함과 진지함이 그들의 연주와 진행방식에서 관객을 함께 끌어안는 진솔함까지 느껴지는 무대였다.

전체 11개의 음악이 짧게 두 세곡씩 연주되면서 공명의 네 명 멤버가 중간 중간 곡과 작품의 배경에 대해 설명하며 자연스럽게 진행되었다. 지난 27일 토요일 저녁공연에는 추운 겨울 남산자락의 밤인데도 공명의 음악을 들으러 온 관객들로 공연장이 꽉 찼다.

무대정면 바닥에는 꽃모양의 대형그림이 바닥을 수놓고 있었는데, 이것은 티베트 승려들의 수행방식인 '만다라'를 공명팀의 대표 서형원이 공연 전 이틀 동안 직접 흰색조약돌을 하나씩 바닥에 깔아 만든 것이라고 한다.

무대가 시작하자, 무대정면 큰 영사막에 푸른 하늘사이로 하얀 구름이 공명의 시원해지는 음악인 첫곡 <바위손>과 함께 펼쳐졌다. 국악 타악기, 관악기 양금의 반복되는 리듬이 자연속으로 관객을 금새 인도했다. 이어 두 번째 <하얀달>은 희뿌연 달처럼 소금과 북의 웅웅거리는 미묘한 반복성이 인상적이었다. 두 곡이 끝나고 장구, 양금 등을 맡고 있는 강선일이 공명의 첫 무대인사를 하며 공명팀과 다음 곡에 대한 소개를 진행했다.

세 번째 <통해야>는 1집 타이틀 곡으로 소금, 태평소, 장구, 북의 한국 전통악기의 신나는 부점리듬과 공명 팀이 직접 고안한 '공명'이라는 대나무 타악기의 시원하고 강렬한 고동에서 '모두가 통하고자 한다'는 공명의 염원이 느껴졌다.

<놀자>는 우리에게 익숙한 민요 '놀자' 노랫가락을 대금의 흥겨운 멜로디와 중간부에 신명나는 꽹과리로 풀어냈다. 다음으로 공연의 타이틀곡 <고원>이었다. 사람이 가장 쾌적하게 느끼는 고도높이가 700~800m라고 한다. 디제리두의 지속저음 속에 고동치는 공명의 리듬, 중음 피리의 선율이 대자연 속 한 작은 인간의 목소리 같은 느낌을 주었다.

▲ 공명 '고원'콘서트 장면. 바닥에 조약돌을 하나하나 직접 깔아 만든 '만다라' 그림이 멋있다. ⓒ 사단법인 공명


공명 팀에 새로이 합류해 북 등 타악기를 맡고 있는 막내 임용주의 설명으로 이어진 <구상나무>는 영상에 구상나무 그림과 함께 유리잔의 윙윙거리는 진동이 인상적이었다.

20세기초 영국 식물학자 어니스트 윌슨이 제주도에서 채집한 구상나무 표본을 변종시켜 '아비에스 코레아나 윌슨'이라는 이름으로 서구에 널리 퍼트렸고 이것이 오늘날 크리스마스 트리로 가장 많이 애용되는 것에 반해, 막상 한국에서는 이 나무를 비싼 로열티를 주고 역수입하며 한국의 구상나무는 멸종위기라는 프로그램지의 설명을 읽으니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길 위에서 별을 만지다>는 풍성한 전체합주와 양금소리가 특징이었고, <기린자리>는 잔잔한 반주와 높은 소금소리가, <천여화>는 멀리 들려오는 허밍음과 함께 북의 고동소리, 길고 희미하게 지속되는 저음 등이 인상적이었다. 이어 대금 소금 주자인 송경근과 리더이자 태평소, 피리 등을 맡고 있는 박승원이 무대 앞쪽에 앉아 관객 한분을 무대에 모셔 커피와 음악을 나누며, 공명팀의 티베트 고원 여행기도 들려주었다.

관객 한 분이 무대에 초대받아 음악가들이 직접 끓여준 커피를 나누고 그들이 바로 코앞에서 연주하는 음악을 듣는 모습에서, 약간 멀리 앉아 그것을 감상하는 나도 함께 대접받는 느낌을 받았다. 초대받은 관객분은 무척 즐겁고 고마워했다. 음악을, 예술을, 문화를 함께한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사람들이 공연장을 찾을때 과연 무엇을 원할까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따뜻한 담소와 차 한 잔의 여유로움이 끝나고, <워커바웃>이 이어졌다. 공명팀이 티베트 고원을 여행했던 영상이 보여졌다. 높은 산 대자연 속 공명 멤버들의 자유로움과 인간 존재의 미미함, 인간이 대자연의 일부임을 다시금 느끼며, 이들이 이번 공연을 통해 보여주려는 것이 무엇인지 느껴지는 측면에서, 이번 공연의 진정한 타이틀곡은 사실 <고원>보다도 <워커바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으로 파란 하늘 영상을 배경으로 펼쳐진 <구름위로>는 힘찬 선율과 시원한 진행감이 좋았다. 공연의 마지막 작품이라 더욱 흥겹고 힘찼다. 희망의 메시지로서, 공명 4인 음악가와 함께 이날 연주한 객원 바이올린 김미연과 건반 최성민과 선율과 화음이 더욱 풍성하게 전체 음악을 이끌었다.

요사이 급부상중인 '고래야' 등의 젊은 국악그룹들과는 또다른 성격의 원조 국악그룹으로서의 연륜과 짜임새가 과연 느껴지는 공연이었다. 혹시나 귓가에 남는 노래선율이나 인상적이고 재미있는 멜로디를 원하는 젊은층이나 청소년에게는 공명팀의 진지함과 기악 위주의 짜임새가 다소 어려울 수도 있겠다.

완성도 높은 음악과 무대진행으로 연말 한아름의 풍성한 선물, 음악선물을 받은 푸근한 공연이었다. '고원'에서처럼 탁 트인 일상을 바라며, 아니더라도 늘 그 느낌 간직하고 밝고 희망찬 2015년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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