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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편지 이어쓰기②] 구미와 평택의 '굴뚝' 위로 중학생이 부치는 편지

등록|2015.01.02 17:45 수정|2015.01.02 18:04
2014년 5월 27일 45미터 굴뚝에 올라 계절이 세 번 바뀌는 동안 농성 중인 구미 스타케미칼 해고노동자 차광호, 5년의 투쟁 끝에 2014년 12월 13일 평택공장 70미터 굴뚝에 오른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이창근·김정욱. ‘희망편지 이어쓰기’는 그들에게 힘을 주기 위한 각계각층 시민들의 응원가입니다. 그들을 잊지 않고 함께하겠다는 시민 모두에게 열려 있습니다. '하늘의 노동자'들에게 부치는 편지를 보내주세요. [편집자말]

▲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이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70m 굴뚝 위에서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자, 한 시민이 이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응원하고 있다. ⓒ 유성호


2014년 5월 27일 구미 스타케미칼 노동자인 차광호님 당신이 45m 높이의 굴뚝에 오르던 그날을 떠올려 봅니다. 벌써 221일(2015년 1월 2일 기준)이 지났네요. 스타케미칼이 2013년 1월 일방적으로 폐업을 하고 당신은 근로계약이 종료됐죠.

회사 측의 일방적인 폐업에 당신은 침묵하지 않았습니다. '그날' 당신은 땅보다 하늘에 더 가까운 45m, 그곳으로 올라갔습니다. 아마 큰 기대와 큰 꿈을 품고 그곳으로 올라갔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봄, 여름, 가을, 그리고 지금 겨울까지 바뀐 거라곤 계절뿐이인 것 같습니다. 당신이 아직 그곳에 있는 것을 보니 정말 안타깝다는 생각 말고는 어떤 생각도 들지 않네요. 당신의 기대와 꿈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일 테니까요.

당신의 목소리를 회사는 무시하고 있습니다. 권고사직을 거부한 당신에게 위로금도 주지 않으면서 당신의 가슴 속을 칼로 한 번 찌르더니, 당신의 목소리에 '무시'로 일관하며 다시 한 번 가슴 속을 더욱 깊숙이 찌르고 있는 듯합니다.

2014년 12월 13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이창근·김정욱씨는 5년간 투쟁하다가 땅에서 70m 떨어진 얼어붙은 굴뚝 위로 올라갔습니다. '해고는 적법하다'고 판단한 대법원도 그들을 위로해주지 못했습니다. 회사 측은 '해고노동자들의 승리를 기원하며 신차 광고에 무료로 나가겠다'던 가수 이효리씨의 제안을 거절하면서 '매출이 잘 나오면 복직 시켜주겠다'는 소리를 하고 있네요.

회사 측이 계속된 뻔한 '짓'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자본의 자본에 의한 자본을 위한' 사회가 돼가는 불리한 상황인데도, 이곳보다 하늘과 가까운 그 높은 곳에서 강자를 향해 "정리해고 무효", "원직복직"을 외치며 싸우고 있는 여러분들을 보며 너무나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감탄스러웠습니다. 많은 이들이 현재 체제에 순응하고 굴복할 때 여러분과 같은 분들이 있기에 사회가 계속해서 발전하고 진보해나가는 것이겠죠?

일터로 돌아간 씨앤앰 노동자들을 보며 희망을 느낍니다

서울 광화문 전광판 위에서 고공농성을 하던 씨앤앰(C&M)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들이 2014년 12월 31일 그들의 일터로 다시 돌아갈 수 있게 됐습니다. 씨앤앰 사측과 노조의 합의에 의해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것이죠. 여러분들은 정말 축하하는 마음으로 이 일을 지켜봤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얼마 전까지 여러분들과 같은 처지에 있던 씨앤앰 노동자들은 여러분들의 상황에 쉽게 공감하고 이해하며, 여러분들의 바람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기도'를 하늘이 듣고 있다면 씨앤앰 노동자들과 여러분들의 소망을 이뤄줬으면 하네요.

저는 '씨앤앰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들이 일터로 돌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을 보면서 여러분들도 희망을 보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미래는 불투명하고 예상하기 힘드며, 얼어붙은 굴뚝 위에서 외로움, 그리움, 추위 등 많은 것들을 느끼고 있는 여러분은 '희망'을 가지기 어려우시겠죠.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희망은 있다고 봅니다. 여러분을 응원하고 있는 국민들을 생각하며, 꼭 희망을 갖고 나가주세요.

▲ 씨앤앰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 승계 함의로 50일째 고공농성을 벌인 임정균, 강성덕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비정규직지부 조합원이 2014년 12월 3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 전광판 위에서 농성을 끝내며 동료들과 지지자들에게 손으로 하트모양을 만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포기하지 않는 의지', '고통을 이겨내는 인내심', '대의를 위한 노력과 투쟁'이 여러분들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희망을 가지고 끝까지 힘내서 투쟁해 '승리'를 쟁취하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의 '노력'이 '승리'를 만들어내고 '승리'가 사회의 '진보'로 연결돼가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경기도 남양주 이곳의 기온은 -10°C 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있는 그곳들, 평택, 구미의 기온은 각각 -7°C, -5°C라고 나오네요. 며칠간 영하의 추위가 계속될 것 같아 보입니다. 영하까지 기온이 떨어진 이 추운 겨울에 수많은 노동자들을 위해 지상보다 추운 그곳에서 칼바람을 맞으며 '거대 자본'과 당당히 싸우고 있는 여러분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길 바랍니다.

'사람 사는 세상' 속에서 '사람답게 사는 사람'이 되시길

저는 아직 중학생이고 학교에 의해 부당하게 퇴학당해본 적도 없기 때문에 여러분의 마음이 어떨지 정확히 알지는 못하겠습니다. 아니 '정확히'라기보다는 '아예'라는 것이 더 맞는 말이겠죠. 그렇기에 여기서 여러분들에게 무슨 말을 더 해드릴지, 어떤 말로 위로해드리고 응원해드려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사람 사는 세상' 속에서 '사람답게 사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만은 제 속에 확실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씨앤앰 해고노동자로 광화문 전광판 위에서 고공농성을 한 강성덕씨는 <한겨레21>(2015. 1. 5. 제1043호) '고공21'에 <외로워도 좋고 바람 불어도 좋으니 차라리 나 혼자 감당했으면>이라는 편지를 실었습니다. "저희는 애니메이션에서처럼 높은 곳에 줄을 매달고 곡예를 해가며 자본의 거인들과 싸우고 있"다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지금 여러분의 상황을 정말 잘 표현하고 있는 문장 같습니다. 여러분은 '자본의 거인'과 싸우고 습니다. 그 거인은 거대하지만, 저는 여러분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다윗이 이긴 것 같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믿고 계속 응원할 것입니다.

강성덕씨는 같은 글에서 "최일배, 차광호, 이창근, 김정욱 동지 모두 승리해 1층에 함께 모여 한잔 술을 기울일 날을 학수고대 하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지금 '하늘과 가까운 곳'에 계시는 여러분들께 엄청난 위로가 될 만한 문장인 것 같습니다. 꼭 여러분의 희망, 바람, 꿈들이 이뤄져서 강성덕씨와 함께 모여 술 한잔 하실 날이 오기를 "학수고대 하겠습니다".

내려오실 날까지, 그리고 내려오고 나서도 항상 건강하게 지내십시오.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고 힘내십시오. 새해의 '복'이 언제나 여러분들과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을 전달하며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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