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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인데 올해는 정규직 됐으면 좋겠어요"

체감온도 영하 10℃, 구름사이로 살짝 얼굴 비춘 '일출' 아쉽다

등록|2015.01.01 14:36 수정|2015.01.01 14:40

기다림기다림 ⓒ 황주찬


"고 3이 됩니다. 공부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어요."
"지금 비정규직 신분인데 올해는 정규직 됐으면 좋겠어요."

동쪽 바다가 붉게 물듭니다. 수평선 위로 태양이 떠오릅니다. 붉은 해가 구름 사이로 살짝 얼굴을 내밉니다. 선상에서 일출 기다리던 관광객들 입에서 탄성이 터집니다. 하지만 붉은 해는 이내 회색 구름 속으로 몸을 숨깁니다. 관광객들 입에서 아쉬운 한숨이 세어 나옵니다. '청양의 해' 첫 태양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을미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사람들은 다양한 곳에서 일출을 기다립니다. 높은 산에도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조용한 절간도 수평선이 보이는 곳이면 일출 보려는 사람들로 어수선합니다. 하지만 선상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조금 색다릅니다.

1월 1일 새벽 6시, 배에 오릅니다. 바다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보기 위해 유람선에 몸을 싣습니다. 뱃고동 소리가 우렁찹니다. 출렁이는 파란 바다위로 떠오르는 붉은 태양은 사람들 마음을 설레게 만듭니다. 날씨가 춥습니다. 기상청에서 발표한 여수 기온은 영하 3.9도입니다.

해돋이해돋이 ⓒ 황주찬


일출일출 ⓒ 황주찬


새해새해 ⓒ 황주찬


사라짐구름 속으로 해가 몸을 숨깁니다. ⓒ 황주찬


"어둠 뚫고 나오는 일출 인생사와 비슷하다"

바닷바람 맞으며 몸으로 느끼는 체감온도는 영하 10도쯤 됩니다. 세찬 바닷바람 때문에 눈물과 콧물이 자연스럽게 흘러내립니다. 호주머니에서 꺼낸 손은 곧바로 얼어 버립니다. 하지만 추운 바다날씨도 일출 보려고 기다리는 사람들 마음까지 얼리지는 못합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요? 사위가 조금씩 붉어집니다. 발을 동동 구르며 얼어버린 손을 입가에 가져가던 관광객들이 환호성을 지릅니다. 바다 위에서 태양이 떠오릅니다. 수평선 위로 낮게 걸린 구름이 야속합니다. 붉은 얼굴을 한 채 수평선 위로 고개를 내민 태양이 이내 구름 속으로 모습을 감춥니다.

선상에서 일출을 기다리던 247명의 관광객들이 각자 소원을 빕니다. 전남 광주에서 온 가족이 일출 보러 달려온 최미경(가명. 연재동)씨는 "가족이 모두 건강하고 올해는 모든 일이 잘 풀리기를 기원했다"고 말했습니다. 최씨 아들은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데 공부 열심히 하리라" 다짐했답니다.

또, 최씨와 함께 온 남편 김중현(가명 46)씨는 "일출 보는 순간 울컥했다"며 "날씨를 보니 구름이 깔려 해를 보기 쉽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어둠 뚫고 나오는 일출 모습이 인생사와 비슷하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덧붙여 "가족과 함께 하는 해돋이 여행은 처음인데 참 좋다"고 설레는 기분을 말했습니다.

아쉬움아쉬움 ⓒ 황주찬


태양태양 ⓒ 황주찬


힘찬 출발힘찬 출발 ⓒ 황주찬


해맞이오동도에서 새해를 맞습니다. ⓒ 황주찬


여수해경 "비상체계 유지하고 해상서 안전 위해 유람선 주변 경비"

선상에서 일출을 보러 모인 사람 중에는 젊은 사람도 많습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여수를 찾은 조성준(가명 34)씨는 "대학원생인데 논문 잘 마무리해서 무사히 졸업하겠다"고 다짐을 밝혔습니다. 함께 온 박미연(가명 30)씨는 "비정규직인데 올해 정규직으로 채용되기를 기원했다"고 조심스레 말하기도 했습니다.

2015년 새해 첫 일출을 보러 배를 탔습니다. 한려해상국립공원 입구 '오동도 유람선 선착장'에서 배를 탔습니다. 이 배에는 247명의 승객이 탑승했습니다. 배는 오전 6시 30분에 오동도를 출발해 돌산 용월사 앞바다에 멈춰 일출을 기다렸습니다. 용월사 앞바다에서 해를 본 시각은 오전 7시 30분경입니다. 유람선 '뉴스타 호'는 20년 경력의 배용숙 선장이 맡았습니다.

한편, 선상 일출 행사 지원을 위해 여수해경은 전 직원이 비상체계를 유지했고 해상에는 해경 경비정이 해돋이 행사 안전을 위해 유람선 주변을 경비했습니다. 여수해경 해상교통계 손철종 계장은 "여수 박람회 터미널과 돌산대교 그리고 오동도에 해경 전 직원이 배치돼 해상 안전에 만전을 기했다"며 "해돋이 행사가 무사히 끝나서 기쁘고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안전여수해경은 해맞이 행사에 만전을 기합니다. ⓒ 황주찬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여수넷통'과 '전라도뉴스'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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