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 세월호... 스님은 첫날부터 바빴다
법륜 스님, 쌍용차 해고자들-광화문 세월호 유가족들 잇따라 방문
115일 동안 전세계 115개 도시를 순회하는 '세계 100회 강연'을 마치고 얼마 전 귀국한 법륜 스님이 2015년 을미년 새해 첫날 아침,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의 굴뚝 농성 현장과 광화문 세월호 천막 농성장을 찾아 강추위 속에서도 간곡한 외침을 하고 있는 이들을 위로하고 격려했다. 현장에는 수행공동체 정토회 회원 20여 명도 함께했다.
오전 11시에는 영하 9도의 칼바람이 부는 날씨 속에서 70m 높이의 굴뚝 위에 올라가 있는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을 찾았다. 이들은 대법원이 쌍용차 노동자 15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 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정리해고가 유효하다'는 취지로 판결을 내자, 이에 대한 부당함을 알리고자 2014년 12월 굴뚝 위로 올라갔다.
법륜 스님과 정토회 회원들은 새해 첫날의 의미를 담아서 따뜻한 떡국 50인분을 정성껏 준비해와서 농성장을 함께 지키고 있는 쌍용차 해고자들 모두에게 나눠줬다. 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은 "때로는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찾아와주시는 분들 때문에 다시 주먹 불끈 쥐고 한발 한발 걸어온 지 벌써 6년째가 되었다"면서 특히 "새해 1월 1일날 법륜 스님을 뵈니까 마음이 넉넉해지고 뿌듯하다"라고 덧붙이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법륜 스님은 "음식은 매일 올려줍니까?"라고 물었고, 김 지부장은 "이번주부터는 아침, 점심, 저녁 세 번 줄에 매어서 올려준다. 지난주까지는 하루에 한 끼만 올라갔다"고 알려주었다. 스님은 "문제가 하나씩 해결이 되어야 하는데 갈수록 문제가 더 생기니까..."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그러자 김 지부장은 현재 이곳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정문에서는 굴뚝이 보이지 않아요. 사실 2012년도에 3명의 동지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앞 송전탑 위에 올라가 171일 동안 있었거든요. 그럼에도 해결을 못했어요. 지금 올라간 굴뚝 높이는 70m가 되고요. 저 위에 두 명의 동지가 올라가 있습니다. 이 정도 바람이면 굴뚝이 흔들려요. 그래서 지금 저 친구들이 밖으로 못나오고 있습니다. 멀미 증세도 있고, 연기가 LNG인데 직접 코로 맡게 되면 두통을 심하게 일으킵니다. 상당히 하루하루가 위험합니다. 이 투쟁은 2009년도에 시작해서 올해로 6년째가 되고 있는데요. 마지막 결단으로 저 두 친구가 올라갔어요. 저희는 대화를 하자고 요청하고 있지만 아직 대화를 못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절박한 마음에 아무런 준비없이 올라갔어요. 지금도 보온이 완벽하지 않고, 공간이 1미터 밖에 되지 않아서 다리를 쭉 펴고 누울 수가 없어요. 두 사람이 1인용 텐트에 들어가 있고 밑에 깔판으로 보온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상황이 굉장히 열악합니다. 빨리 내려올 수 있게 도와주세요."
설명을 하고 있는 순간, 갑자기 굴뚝 위로 손을 흔드는 김정욱, 이창근씨가 보였다. 법륜 스님과 정토회 회원들은 일제히 손을 흔들어 화답하면서 "힘내세요!"를 크게 외쳤다.
김 지부장이 "동영상으로 스님의 격려 메시지를 찍어서 굴뚝 위의 두 사람에게 전해주겠다"고 하자 스님은 즉석에서 두 사람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는 말을 해주었다.
"고생들 많으시죠? 새해인데 가족들과 함께 보내야 할 시간에 굴뚝 위에 올라가서 찬바람 맞고, 밑에 계신 분들은 지원을 하면서 추위에 고생이 많으십니다. 이 세상이 우리가 원하는 대로 되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러나 이 세상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다 될 수 없는 것이 또한 현실입니다. 여러분들이 개인적으로 생각하면 억울하고 분한 감정이 이루 말할 수가 없겠지만, 우리가 억울해 한다고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러나 우리가 해결해야 할 이 과제를 안고 꾸준히, 그러나 절대로 물러섬이 없이 가야 합니다.
과정도 소중한 우리 인생입니다. 과정 또한 의미있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꼭 해결되어야 행복해진다고 생각하기보다 해결을 향해서 온갖 노력을 하는 이 과정도 우리에게는 값진 인생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길을 조금더 가볍게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희들도 여러분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만큼 노력을 하겠습니다. 2015년 새해에는 쌍용자동차 문제가 꼭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아픔을 갖고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희망이 되는 한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아침 저녁으로 일기예보 보는 것이 하루 일과가 되어버렸다는 김 지부장에게 법륜 스님은 "저희도 기도하고 응원하겠습니다"면서 두 손을 꼭 잡아주었다.
다행히 김 지부장의 표정은 밝았다.
"최근에는 사측에서 상당히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어요. 얼마 전 뉴스에서 최악의 대법원 판결로 쌍용차 판결이 뽑혔어요. 저희는 대화로 문제를 풀고자 끝까지 노력할 겁니다. 잘 될 것 같아요. 그러니 힘을 모아주세요."
정토회 회원들이 정성껏 준비해 온 떡국을 먹고 있는 중에 김정욱, 이창근씨와 영상 통화 연결이 되었다. 법륜 스님은 두 사람에게 "힘내세요!" 라고 격려했고 두 사람은 "잘 지내고 있어요.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굴뚝 위 칼바람 소리와 함께 생생한 목소리와 얼굴을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국민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들려주었다.
"2015년 새해가 되었지만 우리 국민들 많이 힘드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함께 손잡고 웃으면서 좀 더 나은 삶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앞장 서서 서민들과 노동자들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법륜 스님과 정토회 회원들은 김정욱씨와 이창근씨에게 다시 한 번 "힘내세요!"를 굴뚝을 향해 크게 외쳤다. 차가운 굴뚝 위에는 살을 에는 칼바람이 불었지만, 법륜스님이 불어넣어 준 온기는 굴뚝 위 두 농성자에게 환한 웃음을 선물했다.
법륜 스님은 발길을 돌려 오후 3시에는 광화문의 세월호 농성장을 찾았다. 4.16 참사가 발생한 지 벌써 8개월이 지났지만 광화문 광장은 여전히 4월 16일에 머물러 있었다. '유민 아빠' 김영오씨가 단식 농성을 벌이던 7~8월만 해도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단 시민들로 북적이던 농성장엔 이제 찬바람만 불고 있었다.
뽀얀 빛을 발하던 천막도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타는 속내 만큼이나 시커멓게 변해 있었다. 그나마도 텅 빈 천막이 더 많았다. 더군다나 농성장의 새해 소망인 '진상규명'은 시작부터 진통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1월부터 활동에 들어가는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는 출범 전부터 일부 위원들의 자격을 둘러싸고 논란이 거세다.
법륜 스님이 도착하자 광화문 지킴이 영석이 아빠 오병환씨가 쓸쓸이 천막을 지키고 있었다. 스님의 손을 꼭 잡으면서 "새해에는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꼭 이뤄지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스님은 오씨의 손을 잡고 천막 안으로 들어가 짧게 대화를 나누었다.
정토회에서는 지난 2014년 한해 동안 140만 명의 서명을 받아서 유가족들에게 전달한 바 있다. 지금도 온라인에서 계속 서명을 받으면서, 아이들 생일 잔치도 계속 지원하고 있으며, 유가족들이 전국 순회 간담회를 할 때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오씨가 "불교계 쪽에서는 너무 조용한 것 같아요. 처음에만 힘을 실어주다가 시간이 지나니까 결국은 다시 유가족만 남아서 가슴 아파요"라며 씁쓸한 표정을 짓자 법륜 스님은 "미안해요. 비록 미약한 힘이지만 힘을 보태고 응원하겠습니다. 힘을 내세요"라며 격려의 말을 전했다.
"힘들죠? 그래도 힘내서 해야 돼요. 쉽게 될 일이면 벌써 해결되었겠지요. 어렵다는 것을 알고 시작하면 어렵더라도 견뎌내는데, 쉽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면 나중에 안 되면 사람이 지치게 돼요. 길게 싸워야 될 일이니까 싸우는 일도 재미를 붙여서 해야 돼요. 쉬운 일이면 이렇게 천막치고 농성할 일이 뭐가 있겠어요? 쉽지 않다는 것을 전제하고 해나가야지요. 우리도 응원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법륜 스님은 영석이 아빠 오병환씨를 꼭 안아주고 용기를 북돋워주었다. 새해에는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위가 발족하고 진상규명 활동이 시작되는 중요한 시점이다. 오씨는 거듭 국민들의 동참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오전 11시에는 영하 9도의 칼바람이 부는 날씨 속에서 70m 높이의 굴뚝 위에 올라가 있는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을 찾았다. 이들은 대법원이 쌍용차 노동자 15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 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정리해고가 유효하다'는 취지로 판결을 내자, 이에 대한 부당함을 알리고자 2014년 12월 굴뚝 위로 올라갔다.
▲ 쌍용차 굴뚝 농성장법륜 스님이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왼쪽)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오른쪽)을 만나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뒤에 보이는 두 개의 굴뚝 중에 오른쪽 굴뚝 위에 김정욱, 이창근씨가 올라가 있다. ⓒ 이준길
법륜 스님과 정토회 회원들은 새해 첫날의 의미를 담아서 따뜻한 떡국 50인분을 정성껏 준비해와서 농성장을 함께 지키고 있는 쌍용차 해고자들 모두에게 나눠줬다. 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은 "때로는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찾아와주시는 분들 때문에 다시 주먹 불끈 쥐고 한발 한발 걸어온 지 벌써 6년째가 되었다"면서 특히 "새해 1월 1일날 법륜 스님을 뵈니까 마음이 넉넉해지고 뿌듯하다"라고 덧붙이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법륜 스님은 "음식은 매일 올려줍니까?"라고 물었고, 김 지부장은 "이번주부터는 아침, 점심, 저녁 세 번 줄에 매어서 올려준다. 지난주까지는 하루에 한 끼만 올라갔다"고 알려주었다. 스님은 "문제가 하나씩 해결이 되어야 하는데 갈수록 문제가 더 생기니까..."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그러자 김 지부장은 현재 이곳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 쌍용차 굴뚝 농성굴뚝 위에 올라간 두 사람의 건강 상태와 현재 상황을 설명해 주고 있는 김득중 지부장 ⓒ 이준길
"정문에서는 굴뚝이 보이지 않아요. 사실 2012년도에 3명의 동지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앞 송전탑 위에 올라가 171일 동안 있었거든요. 그럼에도 해결을 못했어요. 지금 올라간 굴뚝 높이는 70m가 되고요. 저 위에 두 명의 동지가 올라가 있습니다. 이 정도 바람이면 굴뚝이 흔들려요. 그래서 지금 저 친구들이 밖으로 못나오고 있습니다. 멀미 증세도 있고, 연기가 LNG인데 직접 코로 맡게 되면 두통을 심하게 일으킵니다. 상당히 하루하루가 위험합니다. 이 투쟁은 2009년도에 시작해서 올해로 6년째가 되고 있는데요. 마지막 결단으로 저 두 친구가 올라갔어요. 저희는 대화를 하자고 요청하고 있지만 아직 대화를 못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절박한 마음에 아무런 준비없이 올라갔어요. 지금도 보온이 완벽하지 않고, 공간이 1미터 밖에 되지 않아서 다리를 쭉 펴고 누울 수가 없어요. 두 사람이 1인용 텐트에 들어가 있고 밑에 깔판으로 보온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상황이 굉장히 열악합니다. 빨리 내려올 수 있게 도와주세요."
설명을 하고 있는 순간, 갑자기 굴뚝 위로 손을 흔드는 김정욱, 이창근씨가 보였다. 법륜 스님과 정토회 회원들은 일제히 손을 흔들어 화답하면서 "힘내세요!"를 크게 외쳤다.
김 지부장이 "동영상으로 스님의 격려 메시지를 찍어서 굴뚝 위의 두 사람에게 전해주겠다"고 하자 스님은 즉석에서 두 사람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는 말을 해주었다.
"고생들 많으시죠? 새해인데 가족들과 함께 보내야 할 시간에 굴뚝 위에 올라가서 찬바람 맞고, 밑에 계신 분들은 지원을 하면서 추위에 고생이 많으십니다. 이 세상이 우리가 원하는 대로 되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러나 이 세상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다 될 수 없는 것이 또한 현실입니다. 여러분들이 개인적으로 생각하면 억울하고 분한 감정이 이루 말할 수가 없겠지만, 우리가 억울해 한다고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러나 우리가 해결해야 할 이 과제를 안고 꾸준히, 그러나 절대로 물러섬이 없이 가야 합니다.
과정도 소중한 우리 인생입니다. 과정 또한 의미있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꼭 해결되어야 행복해진다고 생각하기보다 해결을 향해서 온갖 노력을 하는 이 과정도 우리에게는 값진 인생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길을 조금더 가볍게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희들도 여러분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만큼 노력을 하겠습니다. 2015년 새해에는 쌍용자동차 문제가 꼭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아픔을 갖고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희망이 되는 한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아침 저녁으로 일기예보 보는 것이 하루 일과가 되어버렸다는 김 지부장에게 법륜 스님은 "저희도 기도하고 응원하겠습니다"면서 두 손을 꼭 잡아주었다.
다행히 김 지부장의 표정은 밝았다.
"최근에는 사측에서 상당히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어요. 얼마 전 뉴스에서 최악의 대법원 판결로 쌍용차 판결이 뽑혔어요. 저희는 대화로 문제를 풀고자 끝까지 노력할 겁니다. 잘 될 것 같아요. 그러니 힘을 모아주세요."
정토회 회원들이 정성껏 준비해 온 떡국을 먹고 있는 중에 김정욱, 이창근씨와 영상 통화 연결이 되었다. 법륜 스님은 두 사람에게 "힘내세요!" 라고 격려했고 두 사람은 "잘 지내고 있어요.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굴뚝 위 칼바람 소리와 함께 생생한 목소리와 얼굴을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국민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들려주었다.
▲ 쌍용차 굴뚝 농성굴뚝 위에 올라간 쌍용차 해고노동자 김정욱, 이창근씨(오른쪽 굴뚝 위) ⓒ 이준길
▲ 쌍용차 굴뚝 농성굴뚝 위에 올라가 있는 김정욱, 이창근씨와 영상 통화를 하고 있는 법륜 스님 ⓒ 이준길
"2015년 새해가 되었지만 우리 국민들 많이 힘드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함께 손잡고 웃으면서 좀 더 나은 삶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앞장 서서 서민들과 노동자들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법륜 스님과 정토회 회원들은 김정욱씨와 이창근씨에게 다시 한 번 "힘내세요!"를 굴뚝을 향해 크게 외쳤다. 차가운 굴뚝 위에는 살을 에는 칼바람이 불었지만, 법륜스님이 불어넣어 준 온기는 굴뚝 위 두 농성자에게 환한 웃음을 선물했다.
▲ 쌍용차 굴뚝 농성굴뚝 위의 두 사람에게 “힘내세요!”를 외치는 법륜 스님과 정토회 회원들 ⓒ 이준길
법륜 스님은 발길을 돌려 오후 3시에는 광화문의 세월호 농성장을 찾았다. 4.16 참사가 발생한 지 벌써 8개월이 지났지만 광화문 광장은 여전히 4월 16일에 머물러 있었다. '유민 아빠' 김영오씨가 단식 농성을 벌이던 7~8월만 해도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단 시민들로 북적이던 농성장엔 이제 찬바람만 불고 있었다.
뽀얀 빛을 발하던 천막도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타는 속내 만큼이나 시커멓게 변해 있었다. 그나마도 텅 빈 천막이 더 많았다. 더군다나 농성장의 새해 소망인 '진상규명'은 시작부터 진통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1월부터 활동에 들어가는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는 출범 전부터 일부 위원들의 자격을 둘러싸고 논란이 거세다.
▲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새해 첫날,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을 찾은 법륜 스님 ⓒ 이준길
법륜 스님이 도착하자 광화문 지킴이 영석이 아빠 오병환씨가 쓸쓸이 천막을 지키고 있었다. 스님의 손을 꼭 잡으면서 "새해에는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꼭 이뤄지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스님은 오씨의 손을 잡고 천막 안으로 들어가 짧게 대화를 나누었다.
정토회에서는 지난 2014년 한해 동안 140만 명의 서명을 받아서 유가족들에게 전달한 바 있다. 지금도 온라인에서 계속 서명을 받으면서, 아이들 생일 잔치도 계속 지원하고 있으며, 유가족들이 전국 순회 간담회를 할 때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오씨가 "불교계 쪽에서는 너무 조용한 것 같아요. 처음에만 힘을 실어주다가 시간이 지나니까 결국은 다시 유가족만 남아서 가슴 아파요"라며 씁쓸한 표정을 짓자 법륜 스님은 "미안해요. 비록 미약한 힘이지만 힘을 보태고 응원하겠습니다. 힘을 내세요"라며 격려의 말을 전했다.
▲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법륜 스님이 광화문 지킴이 영석이 아빠 오병환씨를 만나 위로와 격려의 말을 전하고 있다. ⓒ 이준길
"힘들죠? 그래도 힘내서 해야 돼요. 쉽게 될 일이면 벌써 해결되었겠지요. 어렵다는 것을 알고 시작하면 어렵더라도 견뎌내는데, 쉽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면 나중에 안 되면 사람이 지치게 돼요. 길게 싸워야 될 일이니까 싸우는 일도 재미를 붙여서 해야 돼요. 쉬운 일이면 이렇게 천막치고 농성할 일이 뭐가 있겠어요? 쉽지 않다는 것을 전제하고 해나가야지요. 우리도 응원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법륜 스님은 영석이 아빠 오병환씨를 꼭 안아주고 용기를 북돋워주었다. 새해에는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위가 발족하고 진상규명 활동이 시작되는 중요한 시점이다. 오씨는 거듭 국민들의 동참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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