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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것이 없어요" 전주 시민의 세월호 '기억 행진'

[현장] "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참사"... 전주서 새해 첫 '세월호 동네 걷기'

등록|2015.01.03 12:34 수정|2015.01.03 13:57

▲ 세월호를 기억하는 전주 시민들이 작년부터 '동네에서 세월호 풍남문 농성장까지 걷기' 행진을 하고 있다. 1월 2일 첫 걷기 행진은 한옥마을로 정했다. ⓒ 문주현


"유가족들한테 하고 싶은 말이요? 여러분이 지치지 않으면, 우리도 지치지 않을 거예요."

4·16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는 전주 시민들. 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동네에서 세월호 풍남문 천막까지 걷기'를 통해 매주 걸으며 세월호를 기억해왔다. 을미년(2015년) 새해가 됐지만 그 걸음은 달라지지 않았다.

세월호 동네 걷기... 왜?

"바뀐 것이 없어요"

그들이 걷는 이유다. 지난 2일 8번째 세월호 동네 걷기. 이날 걷기에 함께한 이들은 모두 여섯 명이었다.

은퇴한 지 15년이 지난 교사부터 농민 운동에 잔뼈가 굵은 농부, 두 고교생의 엄마, 세월호를 잊지 않으려는 대학생, 보험설계사까지 직업도 다양하다. 서로 삶이 달랐지만,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아픔은 그들을 하나로 만들었다.

지난 2일, 그들은 마치 지구를 지키는 독수리 오형제처럼 노란 망토를 두르고 발걸음을 옮겼다. 이날 행진은 관광객으로 항상 붐비는 한옥마을을 향했다.

▲ 세월호를 기억하는 전주 시민들이 작년부터 '동네에서 세월호 풍남문 농성장까지 걷기' 행진을 하고 있다. 1월 2일 한옥마을 걷기 행진에 참가한 시민들. ⓒ 문주현


▲ 세월호를 기억하는 전주 시민들이 작년부터 '동네에서 세월호 풍남문 농성장까지 걷기' 행진을 하고 있다. 1월 2일 첫 걷기 행진은 한옥마을로 정했다. ⓒ 문주현


"오늘이 제일 조촐하네요. 몸과 마음이 허락하면 단 두 명이 모이더라도 매주 걸을 생각이에요. 많이 모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걸으면서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는 마음을 다지는 것이 중요해요. 계속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죠."

지난해 12월 '동네에서 세월호 풍남문 천막까지' 행진을 제안한 사람 중 하나인 기희진(46, 송천동)씨가 말했다. '자두, 영자, 금희, 현미, 희진, 은정', 발랄한 이름을 가진 이른바 '엄마'들의 제안으로 시작된 '동네에서 천막까지 걷기 행진'. 서로에게 부담을 주는 행진이 아니라는 점을 희진씨가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특별법 제정을 바라는 서명 운동이 어느 정도 마감됐을 때, 특별법이 제정됐잖아요. 잘 제정이 됐으면 좋을 텐데, 많이 부족했어요. 특별법 제정했으니 끝났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조사 위원들이 제대로 조사해서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관심을 갖자는 의미로 전주 시내를 걸어보자는 생각에 시작했어요."

▲ 세월호를 기억하는 전주 시민들이 작년부터 '동네에서 세월호 풍남문 농성장까지 걷기' 행진을 하고 있다. 1월 2일 첫 걷기 행진은 한옥마을로 정했다. ⓒ 문주현


이날 한옥 마을은 사람들로 붐볐다. 최근 유명세를 타고 있는 벽화 마을부터 오목대, 한옥마을 구석구석 관광객으로 가득했고, 이들은 "세월호도 잊지 말고 관광도 즐겁게하세요"라며 지나는 관광객에게 인사처럼 말을 건넸다. 이날 행진에 참여한 박상희 목사는 "서로 아끼고 보듬어 오래 갈 수 있는 거룩한 행진이 됐으면 좋겠다"며 소감을 전했다.

박상희 목사와 나란히 걷던 황민주(은퇴 교사, 6·15 전북본부 공동대표)씨는 "온 국민을 슬프게 한 참극(세월호 참사)이 일어나고 진실이 단 한가지도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가족들이 힘들어하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세월호'를 단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면서 "새해에는 유가족들이 눈물을 거둘 수 있도록 우리가 계속 함께해야 한다"며 행진이 계속돼야 하는 이유를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 신년사 실망... 진상 규명까지 관심 가질 것"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4년 12월 31일 신년사를 통해 경제 회복과 통일 기반 구축을 2015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 없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로 가기 위해 "적폐를 해소하는 일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한 해 세월호 참사로 슬픔을 온몸으로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러운 신년사였다는 평가도 나오는 이유다.

이에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자 하는 시민들은 더욱 포기할 수 없다. 이미 이들에게는 세월호 참사를 이야기하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희진씨는 지난 여름 휴가를 세월호 특별법 서명운동을 하는 데 다 썼다. 한옥마을에서 하루 1000여 명의 서명을 받았다.

"여름 휴가 때 광화문 농성장을 가려고 했는데, 보탬이 되고자 전주에서 서명 운동을 받는 일에 함께 했어요. 그래서 이번 새해는 광화문과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보냈어요. 마음이 많이 가벼워진 느낌이에요."

보험회사에 다니며 세월호 풍남문 농성장 상황 실장까지 하고 있는 채주병(47, 서신동)씨의 일상도 세월호로 시작하고 끝난다. 그는 걷기 행진을 위해 웹자보도 만들고 홍보도 열심이다.

"사람들이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몸부림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세월호에 대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요. 행진도 그래서 하는 것이고, 농성장을 설치한 것도 마찬가지예요.

▲ 세월호를 기억하는 전주 시민들이 작년부터 '동네에서 세월호 풍남문 농성장까지 걷기' 행진을 하고 있다. 1월 2일 첫 걷기 행진은 한옥마을로 정했다. ⓒ 문주현


걷기 행진의 종착지는 언제나 세월호 풍남문 농성장이다. 2시간 가까이 걷고 도착한 농성장도 시민들이 지키고 있었다. 이 날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전북지역 희망나비' 활동을 하는 청년들이 농성장 지킴이 역할을 자처했다. 걷기 행진을 진행한 시민과 이들은 짧게 인사를 나누고 농성장에 둘러 앉아 시민들에게 나눠줄 노란 리본 열쇠 고리를 만들었다. 그 중 한 시민이 말했다.

"기억해달라는 유가족들의 말을 올해도 지키고 싶어요."

세월호를 기억하는 전주지역 시민들은 걸으며, 농성장을 지키며, 노란 리본을 만들며 이 말을 지키고 있다.  

▲ 세월호를 기억하는 전주 시민들이 작년부터 '동네에서 세월호 풍남문 농성장까지 걷기' 행진을 하고 있다. 1월 2일 첫 걷기 행진은 한옥마을로 정했다. ⓒ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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