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정치적 이벤트가 아닌 진짜 통일의 길로

최근 다시 대화하려는 남북의 모습

등록|2015.01.03 17:56 수정|2015.01.03 18:08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청소년 특별면 '너아니'에 실렸습니다. '너아니'는 청소년의 글을 가감없이 싣습니다. [편집자말]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 1월 6일 신년 기자회견을 열어 한반도 통일시대에 대비하자고 제안하며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발언을 했었다. 이 발언은 엄청난 주목을 받으면서 많은 논란을 낳았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 발언에 대해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겨레 21>(2014.02.10 제997호)에서 "통일대박론은 마치 연애도 못하고 있는 노총각·노처녀에게 '결혼이 대박이야'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며 "배우자를 어떻게 만나 사랑하고 어떻게 결혼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계획도 없이 '결혼이 무조건 최고다'라고 외쳐대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못해 매우 초현실적이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였다. 하지만 한쪽에선 국민들이 통일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한 점은 평가해 줄만 하다고 칭찬하기도 하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 발언은 지난 11월 초 대북전단살포 논란 때 부각되었는데,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고하면서 대북전단살포는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었다. 경찰이 정의당이 날리려던 '사이버 사살 비판 전단'이 담긴 풍선을 제지하면서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위와 같은 비판이 더욱 증폭되었다.

지난 한해 동안의 박근혜 정부 통일정책을 보면 문민정부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더 나을 수 없다"며 '통일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후 남북실무접촉회담이 계속해서 열리다가 '서울 불바다' 사건으로 갑자기 전쟁 분위기를 만들어지고, 이후 다시 관계개선을 하며 1994년 최초의 남북정상회당을 할 것 같은 모습을 보였지만, 김일성이 사망하자 갑자기 정국을 '공안정국'으로 바꿔버렸다. 그러니까 냉온탕을 왔다갔다 하기 통일정책을 펼쳤던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지난 한 해 동안과 너무도 유사한 것 같다.

신년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는 발언과 이후 '드레스덴 선언' 등을 통해 통일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지만, 그후에는 비방전은 계속됐다. '대북 전단 살포'로 제 2차 남북 고위급 회담이 취소되는 등 남북관계가 위기로 빠져들려 할 때에는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 등의 이유로 전단살포에 대해서 제대로 제지하지 못하면서 남북관계를 점점 더 파국으로 몰아갔다. 또 최근에는 '북한인권'이라는 대북압박 카드를 꺼내들기도 했었다.

정치적 이벤트가 되지 않았으면

최근 영화 <디 인터뷰> 관련 파동으로 인해 북-미 관계가 악화되도 있는 상황에서 남북한이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 같은 분위기를 보이면서 "통일은 대박"이라는 말이 다시금 떠오르고 있는 것 같다.

지난 29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통일준비위원회 명의로 북한에 내년 1월 중 남북한 상호관심사에 대한 당국간 대화를 공식 제안하는 전통문을 보내고 이어 30일에는 회담이 열리면 5·24조치 해제나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북측의 요구 내용을 들어볼 것이라고 북한에게 대화를 요구했다. 정부의 이런 태도에 대해 북한 <노동신문>은 "남북관계를 파국 상태로 몰아넣은 장본인은 남한 당국"이라고 하며 "남한 당국은 대결정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신년사를 통해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 데 따라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라고 하며 "중단된 고위급 접촉이나 부문별 회담도 할 수 있다"면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정부는 김정은의 신년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였으며, 류길재 장관은 "우리 정부는 가까운 시일 내에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남북 당국간 대화가 개최되길 기대한다"고 하였다. (미국은 김정은의 대화 가능성 발언의 의도를 주시하고 있다.)

또 정부는 "남북대화 형태와 관련해 막후 접촉 또는 물밑 접촉을 추진하거나 검토한 바 없다"고 밝히며 공식적인 경로를 통한 남북대화를 하겠다는 뜻을 재확인 시켰다.

여야, 정치권에서도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남북대화를 시사한 것을 환영하였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 대변인은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 고위급 접촉뿐만 아니라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언급했다"며 "남북 정상회담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하였고,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진심으로 환영의 뜻을 밝힌다"며 "김 위원장의 오늘 신년사를 계기로 남북 관계의 새로운 국면이 열릴 수 있길 다시 한 번 국민과 함께 큰 기대를 표한다"고 하였다.

또 정의당 역시 김종민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특히 고위급 회담의 재개, 부문별 회담 개최 등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남북정상간 회담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한 것은 남북관계 전환에 긍정적 신호가 될 것으로 평가한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우리 정부와 북한이 서로 '조건을 달면서 과연 대화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우리에게 대화를 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이고,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조건식으로 내걸면서 남북 대화가 진짜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도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진정한 의지가 있다면 아무런 조건 없이 대화에 나와야"한다고 밝히며 한미군사훈련을 계속할 것이라고 하였다.

김갑식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15년 북한 신년사 분석과 정세 전망 토론회에서 "한미 군사훈련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으니, (남북대화가) 실질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위와 같은 우려가 나오면서 최근 남북대화의 움직임이 정치적 이벤트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제발 정치적 이벤트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것이 정치적 이벤트가 되고 남북대화가 이뤄지지 못한다면 남북관계는 이 정권에서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작년 '냉온탕 왔다갔다 하기'를 북한이 계속보면서 반감을 키워 왔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다시 '냉온탕 왔다갔다'만 한다면 이 정권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바라기를 다시는 기대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는 것이다. 부디 최근의 남북대화의 분위기가 정치적 이벤트로 전락하는 게 아니라 진짜 통일의 길로 가는 시작이 되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제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kimkyokkr)에도 올립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