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번호 '8888' 황금버스, 제주 명물 될까
[기자가 간다] 중국인 관광객 타깃이지만 내국인도 이용가능
▲ 지난해 11월부터 운행 중인 황금버스. ⓒ 신용철
지난해 11월 11일, 제주 시내에 '낯선 버스' 한 대가 등장했다. 중국인들에게 부(富)를 상징하는 황금색으로 버스 내부와 외부에 옷을 입히고,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숫자 '8'로 구성된 차량번호 8888 '황금버스'가 바로 그것.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그렇잖아도 중국인들이 제주 땅을 매입하며 제주가 망가지고 있는데 중국인들을 위해 이건 또 무슨 이벤트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뿐만 아니라, 중국인들만 승차하는 버스라는 왜곡된 정보와 정작 버스에 손님들이 많이 타지 않는다며 예산 낭비라는 지적 등 여러 소식들이 제주 시내를 떠돌았다.
이와 관련 기자는 지난 6일 오전 '황금버스'에 승차해 제주웰컴센터부터 그랜드호텔까지 스물 두 정거장 총 1시 40여분 되는 코스를 돌어봤다. 그러며 관계자들로부터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과정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들을 듣고 승차한 관광객들에게 탑승 소감을 물었다.
▲ 내·외국들을 위한 음성 안내시스템. ⓒ 신용철
제주도관광협회 관계자는 "중국인들을 비롯해 외국인 관광객들의 개별 관광이 제주에서도 증가하게 됐다"며 "하지만 서울·부산 등 대도시권은 대중교통 수단이 쉬운 반면 제주는 상대적으로 교통이 열악해 그동안 개별 관광객들이 교통에 불편을 겪어 왔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가 탑승한 시각은 오전 11시. 중국인 여성 한 명과 아랍계 여성 한 명을 빼면 대부분 내국인들이 이용하고 있었다. 황금버스는 국내 신용카드로 결제(성인 1만2000원, 아동 1만 원)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비하고 있었으며 교통카드도 이달 안으로 장착할 예정이다.
또한 중국인들 80%가 사용하는 은련카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중국 관광객들의 편의를 도모했다. 제주 시내 내 22곳의 황금버스 정류장 어디에서나 탑승이 가능하고, 승차권만 구입하면 그날 하루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동문시장에서 부인과 함께 여러 선물들을 구매하고 승차한 박병화(서울·66)씨는 "오늘 아침 8시에 탔는데, 우리들 밖에 없어서 오히려 기사분과 안내원(황금버스는 중국인들을 위한 통역 가이드 겸 안내원을 두고 있다)분에게 미안했다"며 "황금버스를 좀 더 홍보해서 보다 많은 관광객들이 이용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황금버스는 동문시장과 서문시장, 바오젠 거리 등을 경유하며 지역상권과 연계할 수 있도록 코스 노선을 그려 제주 시내 105곳과 제휴협약을 통해 지역상인과 관광객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고려했다.
올해 대학에 진학할 이지현(서울·19)씨는 "어제 친구 세 명과 제주에 여행 왔는데 공항에서 황금버스 안내 전단지를 우연히 봤다"며 "아직 운전면허를 따지 못해 제주 여행하기가 조금 불편했는데 오늘 하루 날 잡고 황금버스만 타려고 한다. 황금버스 이동 코스대로 하루 제주시 여행을 할 수 있어 참 좋다"면서 친구들과 제주도립미술관에서 하차했다.
▲ 승객들에게 안내하고 있는 '황금버스' 통역가이드 겸 안내원. ⓒ 신용철
45인승 버스 차량을 승객들의 편의를 위해 32인승으로 개조한 트롤리 형(전차형) 황금버스. 통역 가이드가 탑승하고 내·외국들을 위해 음성 안내시스템을 갖춘 황금버스. 제주도관광협회는 이런 황금버스를 '제주명물'로 만들기 위해 다음주부터는 네이버와 다음 등 메인포털사이트 광고를 비롯해 중국대표여행사이트 유재망 등 다각적으로 마케팅 홍보를 할 계획이다.
시범운행을 거쳐 실질적으로 실제 운행을 시작한 지 한 달 조금 넘은 황금버스를 두고 효율성과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아직 섣부른 듯하다. 몇 달간의 홍보 기간을 거쳐 비수기를 지나 성수기 때의 반응과 운행 시작 1년 뒤 황금버스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보다 적확한 평가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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