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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보내는 선물, 태평양을 건넙니다

미국에서 2년 만에 보내는 선물

등록|2015.01.07 15:11 수정|2015.01.07 15:11
오늘, 한국에 다녀온다는 이웃 편에 부모님께 보낼 선물을 부탁하고 왔습니다. 미국에 온 2년 동안 부모님께 작은 선물 하나 보내지 못한 것이 늘 마음에 걸려있던 참이었습니다. 딸이 미국에 살고 있다는 걸 주변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알 텐데 그동안 뭐 하나 자랑할 게 없었으니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도 앞섰습니다. 그 핑계로 오랜만에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엄마, 다음 주에 택배 하나 갈 거야. 나한테 문자라도 편하게 보내라고 태블릿 하나 샀어."

"뭐 하러 샀어. 보내지 마. 너 써. 엄마 필요 없어."

역시나 예상했던 반응입니다.

"왜 필요가 없어. 지금 쓰는 건 글씨가 너무 작잖아. 이건 화면이 커서 편할 거야."

미국에 오기 전까지 엄마와 저는 휴대폰 문자로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많이 주고받았습니다. 퇴직하시고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엄마가 외롭지 않도록 결혼 후에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미국에 오니 한국에서처럼 그렇게 되지를 않습니다. 시차가 극과 극이라 전화 한 통 하는 것에도 자꾸만 이유가 붙습니다.

▲ 미국에 온지 2년만에 처음으로 한국의 부모님께 선물을 보냅니다. ⓒ 김다영


때마침 한국에 다녀온다는 이웃이 있어 그 편으로 태블릿을 부탁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부모님께 가장 필요한 것은 옷이나 가방 등의 과시용 선물이 아닌 딸과의 '편한 연결'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엄마가 현재 쓰고 있는 것은 동생이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구형 스마트폰으로 배터리 수명이 다 돼 사용할 때만 켜고는 합니다).

태블릿만 보내자니 그동안 못 챙겨 드렸던 두 번의 어버이날과 두 번의 생신이 떠올랐습니다. 화상전화를 할 때마다 세월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부모님의 모습을 생각하면 실버영양제라도 챙겨 보내드려야 하는데 이웃에게 부탁하는 입장이라 그럴 수도 없었습니다.

고민 끝에 소재가 좋은 여름 티셔츠를 한 장씩 샀습니다. 그리고 그 티셔츠로 태블릿을 감쌌습니다. 태블릿만 보낸 줄 알고 계시는 엄마는 택배를 받으면 분명 뭐 하러 옷까지 보냈냐 그러실 것입니다.

태블릿 박스 안에는 파스 몇 장도 함께 넣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쉽게 살 수 있는 게 파스인데 미국 것이 특별히 좋다거나 해서 보낸 것은 아닙니다. 그 파스는 지난 2년간 부모님 건강을 위해 아무 것도 해드리지 못했던 죄송한 마음의 표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부모님은 뭐 하러 이런 것도 보냈냐 그러시겠지요.

부모님이 필요 없다면 정말 필요 없는 줄 알고 "사지 말래"라고 말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필요 없으니까 사지 말라는 엄마 목소리가 강경해서 정말 필요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그때처럼 똑같이 필요 없다, 힘주어 말하지만 예전 같지 않습니다. 보냈으니까 받으면 연락하시라는 내 목소리가 그때의 엄마처럼 강경합니다.

태블릿이 도착하면 미국에 오기 전 그때처럼 엄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떨어져있는 거리가 무색하도록 아주 사소한 이야기까지 해드릴 생각입니다. 그렇게 엄마와 나 사이를 이어줄 태블릿은 지금 태평양을 건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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