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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서울지방경찰청장에 공식사과 요구

'경찰 <오마이뉴스> 기자 사칭 불법 채증' 관련... "답변 없으면 법적 대응"

등록|2015.01.09 17:11 수정|2015.01.09 19:49

경찰이 자사 기자를 사칭해 쌍용차 해고자들의 오체투지 행진을 불법으로 채증한 사건과 관련해 <오마이뉴스>는 9일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공식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또한 오는 15일까지 공식사과와 함께 납득할 만한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법적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7일 오전 서울 구로경찰서 정보과 최현규 경장이 <오마이뉴스> 기자를 사칭해 '쌍용차 해고자 전원복직, 정리해고 철폐를 위한 오체투지 행진단'을 불법으로 채증하는 일이 벌어졌다. 사복차림의 최 경장은 서울 구로역에서 신도림역으로 이동하는 행진단을 오전 10시께부터 따라다니며 DSLR카메라로 수차례 촬영했다. 현장에서 최 경장이 사용한 카메라는 <오마이뉴스> 사진기자가 사용하는 것과 같은 기종이었다.

이날 최 경장은 신분을 묻는 한 사진가와 <미디어오늘> 기자에게 거듭해서 자신을 "<오마이뉴스> 기자"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수상히 여긴 참가자들이 그를 둘러싸고 재차 신분을 물으면서 거짓말이 탄로 났다. 참가자들은 함께 온 취재기자가 누구인지, <오마이뉴스> 사장의 이름이 무엇인지 등의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최 경장에게 거세게 항의했고, 결국 이용철 구로경찰서 정보과장이 다가와 "우리 직원"이라고 밝히면서 그의 신분이 드러났다.

몸 숨기고 오체투지 행진단 따라 다니는 경찰금속노조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연대 단체 참가자들이 7일 오전 서울 구로구 쌍용자동차 구로정비사업소 앞에서 정리해고 비정규직법제도 전면폐기를 위한 2차 오체투지 행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카메라를 든 구로경찰서 정보과 소속 경찰(붉은 색 표시) 몸을 숨기며 행진단을 주시하고 있다. 이날 구로경찰서 정보과 경찰은 <오마이뉴스> 기자라고 사칭하며 불법채증을 벌이다가 오체투지 행진단에게 발각됐다. ⓒ 유성호


경찰청 예규 제472호(채증활동규칙)를 보면 채증은 각종 집회와 시위 및 치안현장에서 불법행위자의 증거자료 확보를 위한 것이다. 경찰은 이런 현장에서 불법 또는 불법이 우려될 때만 촬영, 녹화 또는 녹음을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이날 오체투지 행진은 미리 신고가 됐고, 경찰 안내 하에 평화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불법이 우려될 만한 상황이 없음에도 경찰이 신분을 속이고 시민을 채증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 행위다. 경찰직무집행법(제1조)에 따르면 "경찰관의 직권은 그 직무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도에서 행사되어야 하며 남용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다. 만약 경찰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친다면 같은 법(제12조)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하도록 돼 있다.

당일 현장에 있었던 권영국 '민주사회를 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는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평화롭게 행진 중인 시민을 경찰이 채증하는 것은 형법상 직권남용에 해당되며, 신분 사칭으로 <오마이뉴스>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린 점에 대해서는 민법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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