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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갈등으로 이득 보는 세력 있다 전대 '개판' 되면 가만두지 않을 것"

[인터뷰] 당대표 경선 불출마한 정세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록|2015.01.11 11:43 수정|2015.01.11 14:13

▲ 새정치민주연합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는 2·8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정세균 의원은 "새누리당에 비해 우리 당은 계파 문제가 심하지 않다"라며 "계파를 들먹여서 정치적으로 이득 보려는 사람들이 자꾸 확대 재생산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 남소연


그 역시 다른 의원들과 의견이 비슷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5선 중진인 정세균 의원은 당의 핵심 개혁과제로 '계파갈등 청산'을 꼽았다. 다만 문제를 진단하는 시선이 달랐다. "계파를 가지고 장사하려는 사람들"이 당내 갈등을 키웠다고 본 것이다.

정 의원은 "새누리당에 비해 우리 당은 계파 문제가 심하지 않다"라며 "계파를 들먹여서 정치적으로 이득 보려는 사람들이 자꾸 확대 재생산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당의 일부 의원들이 선거 패배 등의 원인을 제대로 짚지 않고 무조건 계파 탓을 하는 게 갈등의 원인이라는 뜻이다.

당의 수장을 세 차례 맡으면서 질곡의 역사를 지켜봐온 정 의원은 계파갈등 해법으로 '분권화', '투명화', '민주화'를 꼽았다. 특히 "우리 당에 줄서기 풍조가 있다면, 원인은 공천에 있다고 본다"라며 "상향식 민주적 공천제도가 정립되면 계파 문제가 자연스럽게 없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전대에서부터 개혁 의제를 집중적으로 다뤄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정 의원이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는 2·8 전당대회에 불출마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대가 소위 '빅3(문재인·박지원·정세균)' 간의 진흙탕 싸움으로 전개되지 않기를 바랐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고했다. "전대를 '개판'으로 가져가면 가만두지 않겠다"라며 "'용광로' 전대가 될 수 있도록 필요하면 나서겠다"라고 했다. 이른바 '정세균계'로 불리는 자신의 지지기반으로 전대를 뒤흔들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새정치연합 전당대회 예비경선 다음 날인 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 의원을 만났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이인영 바람'은 아직 미풍... 도울 생각 아직 없다"

▲ 2·8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정세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전대를 '개판'으로 가져가면 가만두지 않겠다"라며 "'용광로' 전대가 될 수 있도록 필요하면 나서겠다"라고 밝혔다. ⓒ 남소연


- 컷오프 결과가 나왔다. 어떤가.
"이인영 후보와 박주선 후보 중 누가 되느냐가 관전 포인트였지만 이 후보가 될 거라는 쪽이 좀 더 우세하지 않았나 싶다. 이 후보는 '86그룹'을 중심으로 전대협 등의 지지그룹이 있다. 그러니까 준비를 한참 한 거다. 박 후보는 준비가 전혀 없었다. 아마 박 후보가 날 원망할지도 모른다. 내가 그냥 출마했으면 박 후보가 도전 안 했을 가능성이 높다."

- 이른바 '문재인 저격수'인 박주선·조경태 후보가 떨어진 걸 보면 당내 친노 그룹이 건재한 것 아닌가.
"상층부보다는 바닥에서 친노 영향이 있다. 상층부는 그렇게 심하지 않다. 내가 보기에는 계파에 속하지 않은 중앙위원이 과반을 넘는다. 현장 분위기가 결과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박 후보는 예비경선 연설 때 1번 타자로 나가서 득점하지 못한 것 같다."

- 이 후보가 당선된 건 당내의 세대교체를 요구하는 '바람' 때문일까.
"아직은 미풍이다. 만약 김부겸 전 의원 정도가 나와서 같이 경선했으면 바람을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

- 이 후보를 밀어주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예비경선에도 전혀 관여하지 않고 엄정중립을 취했다. 대학 총학생회 후배이긴 하지만 그것 때문에 이 후보를 밀진 않는다. 앞으로 도와주겠다는 계획도 지금은 없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데 바보처럼 확언할 필요 없다. 물론 (당이) 벼랑 끝으로 떨어지면 잡기는 할 것이다. 지금은 그런 리스크가 없기 때문에 누군가를 도와줄 계획이 전혀 없다."

- 본선에서는 특정 후보를 지지할 생각이 있나?
"그럴 계획이 없다. 다만 좋은 전대가 되도록 경우에 따라 필요하면 나설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전대는 통합과 희망,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한 혁명적 용광로가 돼야 한다. 계파주의·지역주의 가지고 싸우면 전대의 부정적인 면이 더 부각될 소지가 크다. 그런 건 곤란하다. 방관하거나 구경하지는 않겠다. '전대지킴이'를 자임하겠다. 만약 전대를 '개판'으로 가져가면 내가 가만두지 않겠다."

- 왜 당 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했나.
"빅3가 치열하게 경쟁하면 꼴불견이 될 소지가 많다고 당 안팎에서 걱정한 거 아닌가. 그렇게 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에는 김부겸 전 의원이든 이인영 후보든 젊은 그룹이 한 명쯤은 꼭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안 나오면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올라오지 않겠나. 누구를 특정한 건 아니다. 그냥 빈 자리가 하나 생기면 젊은 사람들이 올라와 전대 구도의 모양이 좋아지겠구나 싶었다.

빅3 대결보다는 훨씬 모양새가 좋다. 국민 관심을 끌어서 전대가 흥행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빅3 중 다른 두 분은 당 대표 한 번도 맡아본 적이 없지 않나. 나는 비대위원장을 포함해 당 대표를 세 번 맡았다. 누군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전대에 역동성을 불어넣으려면 당 대표를 해본 사람이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안 나오면 나머지 후보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내 지지자들을 상대로 표를 얻어야만 한다.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친노도 아니고 특정 지역 소속도 아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특정 지역이나 계파만으로 당선이 안 된다. 중원 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게 더 바람직한 모습이다.

사실은 내가 당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전대에 나서야겠다 생각했고 준비도 했다. 그런데 나의 출마가 당을 구하거나 수렁에서 빼내는 데 일조하지 못한다면 무의미한 일 아닌가."

"대선 패배 책임과 당 대표 경선은 별개"

▲ 정세균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내가 당 대표 할 때는 별 험한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래도 다 포용했다. 전부 불러서 선거운동하게 했다. 공천도 계파 안 따지고 진행했다. 그것이 선거에서 이길 수 있었던 이유"라고 말했다. ⓒ 남소연


- 당내 불출마 요구가 부담됐나.
"부담까지는 안 됐다. 다른 사람들(문재인·박지원 의원)도 다 나가니까. 그러나 그분들의 진정성을 잘 접수했다. 당을 위해서 그렇게 주장하는 것이다. 어느 특정인을 위하거나 사심이 있는 건 아니다."

- 만약 당 대표 경선에 출마했다면 본선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을 것이라 자신하나.
"괜찮았을 거라 생각한다. 정세균이라는 후보를 평가해봐라. 시비 걸 게 별로 없다. 당 대표를 여러 번 맡았다는 거 말고는. 과거에 실력을 보여줬다. 우리 당 역사상 당 대표 임기 2년을 채운 유일한 사람이다. 양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당을 통합할 수 있는 그런 특장이 있다."

- 빅2 본선 진출을 어떻게 평가하나.
"그렇게 환영받는 출전은 아니다. 김대중 비서실장과 노무현 비서실장의 대결, 영·호남 대결이 좋은 구도는 아니다. 그러나 이왕 출전했으니 당을 위해서 잘해주길 바란다. 통합을 이루고 강력한 야당을 만들겠다는 구호에 그치면 안 된다.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의견을 제시하고, 당원들의 동참을 유도하고, 국민들의 지지를 받게 만들어야 한다."

- 컷오프를 통과한 세 후보의 장단점은 각각 무엇인가.
"문재인 후보는 품위와 진정성이 있다. 좋은 정치인이다. 박지원 후보는 노련하고 투쟁력 있다. 경륜 있는 정치인이다. 이인영 후보는 젊고 패기 있고 열정 있다. 미래형 병기다. 단점은 굳이 말해야 하나 싶다(웃음)."

- 문 후보의 약점은 '대선 패배' 경험이라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책임져야 한다고 한다.
"대선 패배 책임과 당 대표 경선 출마는 별개다. 만약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했다면 논란이 될 수 있지만, 당권 경쟁 자리에서 책임을 추궁한다? 기본적으로 당을 재건하고 현재 총선을 제대로 준비하고 수권력 있는 정당을 만들 수 있는지 여부가 판단 기준 아닌가. 선거에서 이기고 지는 문제는 정치인을 전체적으로 평가할 때의 한 부분이다. 그게 전부는 아니다. 2017년 대선도 마찬가지다. 더 좋은 후보가 없다면 출마할 수 있다."

- 현재 전대가 의제 경쟁 없이 친노-비노 구도 위주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지금부터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수준을 더 높여야 한다. 당명을 바꾸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를 어떻게 달성하고, 수권정당으로 어떻게 거듭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공감대를 만들고 합의점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

- 어떠한 의제를 전대에서 주요하게 다뤄야 할까.
"'계파갈등을 어떻게 청산할 것인가'다. 사실 계파 문제가 진짜 심한 건 새누리당이다. 우리는 새누리당에 비해 심한 것도 아니다. 계파를 들먹여서 정치적으로 이득 보려는 사람들이 자꾸 확대 재생산하는 게 문제다."

- 국민들은 야당의 계파갈등이 엄청 심하다고 느낀다.
"계파를 가지고 장사하려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렇다. 무슨 일이 있으면 '내 탓'이라고 안 하고 계파부터 탓한다. 예를 들어보겠다. 지도부가 교체가 된다면 원인이 뭘까? 계파 때문일까? 아니다. 선거에 지거나 실책이 있어서다. 책임정치 때문이다. 이걸 무조건 계파 때문이라고 탓한다? 그게 잘못이다."

"이번 전대 성공 못하면 탈당·분당설 더 커질 것"

▲ 빅2 본선진출에 대해 정세균 의원은 "김대중 비서실장과 노무현 비서실장의 대결, 영·호남 대결이 좋은 구도는 아니다. 그러나 이왕 출전했으니 당을 위해서 잘해주길 바란다. 통합을 이루고 강력한 야당을 만들겠다는 구호에 그치면 안 된다"라며 국민들의 지지를 얻는 길이 필수임을 강조했다. ⓒ 남소연


- 계파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첫째는 분권화다. 제왕적대통령제처럼 제왕적 당 대표가 되면 안 된다. 권한이 당원에게까지 분산돼야 한다. 둘째는 투명화다. 몇몇이 밀실에서 논의하면 안 된다. 투명화는 곧 소통과 연결된다. 소통을 잘 해서 당원들이 모든 내용을 알게끔 해야 한다. 셋째는 민주화다. 상향식으로 당원의 참여가 이뤄지는 게 정당 민주화다.

분권화·투명화·민주화의 결정판은 공천제도다. 혹시라도 우리 당에 줄서기 풍조가 있다면, 원인은 공천에 있다고 본다. 상향식 민주적 공천제도가 정립되면 계파 문제가 자연스럽게 없어질 것이다. 당원이나 선거 입지자들이 줄서기를 안 해도 되기 때문이다. 이를 확실하게 약속하고 노력하는 전대가 돼야 한다. 또 합종연횡하고 계파 줄 세우고 지역주의 동원하면 당에 무슨 희망이 있겠나.

내가 당 대표 할 때는 별 험한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래도 다 포용했다. 전부 불러서 선거운동하게 했다. 공천도 계파 안 따지고 진행했다. 선거에서 이길 수 있었던 이유다. 선거 이기니까 물러나라는 사람 한 명 없었다. 자꾸 편 가르고 끼리끼리 뭉치니 계파 문제가 해결 안 되는 거다."

- 정동영 상임고문이 탈당해 신당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그분은 우리당 대선후보였기 때문에 그냥 소문으로 끝났으면 한다. 그런 일이 안 일어났으면 좋겠다. 안 일어나게 하는 길은 새정치연합 지지도를 높이는 것이다. 30%만 돼도 그런 소리는 못할 것 아닌가.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이번 전대가 중요하다. 만약 전대가 완전 성공해버리면, 국민들이 '새정치연합에 기대를 걸어보자'고 할 테다. 그러면 쫓아낸다 해도 당에서 안 나간다. 성공 못 시키면 탈당·분당설이 더 힘을 얻을 수 있다."

- 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국민모임이 오는 4월 재·보궐선거에서 후보를 낼 가능성이 높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가 새로운 대표의 정치적 역할일 것이다.
"다음 당 대표의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다. 잘 극복해야 한다."

- 전대에서 문 후보가 당선되면 당이 쪼개질 거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럴 거면 대표를 추대하지 전대는 왜 하나. 과정에 문제가 없다면, 결과 또한 문제가 없는 것 아닌가. 경선 과정이 민주적으로 진행돼 아무 흠결이 없다면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 이를 부정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누가 되면 안 된다'가 선거 전략일 수는 있지만, 누가 된다는 이유로 분당을 일으키는 정당에는 희망이 없다. 죽음으로 가는 길이다. 국민들도 동의해주지 않을 것이다. 정상적인 당이라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 여야에서 전략공천 폐지가 개혁안으로 거론된다. 
"인기에 영합하는 것이라 본다. 우리 국민들은 일정한 수준의 물갈이를 원한다. 당력이 짧아도 신진이나 전문가 등에게는 길이 열려야 한다고 본다. 전략공천이라는 제도가 존재하는 이유다. 이러한 제도의 원 취지를 잘 살린다면, 전략공천은 필요한 제도다. 오·남용, 악용만 안 하면 된다."

 - 문 후보를 비롯해 이해찬·한명숙 의원 등 친노로 분류되는 분들이 20대 총선에 불출마한다면 당에 도움이 될까.
"총선 불출마는 당에 도움이 된다는 확신이 있어야 의미 있다. 예를 들어 이해찬 의원이 세종시에 국회의원으로 출마하면 이기고, 다른 후보가 나가면 진다고 치자. 그러면 이 의원이 출마해야 한다. 민심에 물어보고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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