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 아파트 피하는 법, 이거 하나뿐입니다
[10만인리포트-당신의 집은 안녕하십니까] 시멘트 등급제와 원산지 표시제 실시해야
▲ 만약 서울 SH공사가 서울시민의 건강을 위해 쓰레기 넣지 않은 깨끗한 시멘트를 사용한다면? ⓒ 최병성
지난해 12월 24일, 서울시 SH공사에 다녀왔습니다. 서울시 아파트에 공급하는 시멘트가 깨끗한 것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습니다. 만약 서울시에서 쓰레기를 넣지 않은 시멘트를 사용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힌다면 전국에 미칠 파장이 크기 때문입니다.
아파트 분양비 중 시멘트 값은 1%도 되지 않습니다. 시멘트 값이 아파트값에 미치는 영향이 없으니 SH공사 임원진 역시 깨끗한 시멘트 사용에 어떤 이견도 없었습니다.
그동안 시멘트업계는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들지 않으면 아파트 값이 더 비싸진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런데 <오마이뉴스> 10만인리포트와 <미디어 다음> 뉴스 펀딩의 기사가 놀라운 변화를 이끌어냈습니다. 제가 쓴 기사에 대해 한국시멘트협회가 해명하던 중에 '시멘트 값이 아주 저렴하다'고 다음과 같이 실토했습니다.
한국시멘트협회 해명... "시멘트 값은 정말 저렴"
"게시글의 내용대로 시멘트 값은 정말 저렴합니다. 더 정확하게 30평형 아파트 한 채를 짓는 데 사용하는 시멘트의 양을... 넉넉잡아... 225만 원에 불과합니다."
▲ 30평 아파트에 들어가는 총 시멘트 값이 넉넉하게 잡아 225만원으로 아주 보잘것 없다고 한국시멘트협회에서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경남 창원 아파트 분양비가 평당 1420만원입니다. ⓒ 한국시멘트협회. 경남신문
지난 12월 9일자 <경남신문>에 창원의 아파트 분양비가 한 평에 1420만 원이라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아파트에 들어가가는 총 시멘트 값 225만 원은 한 평 분양비 1420만 원 중 1/6도 되지 않습니다. 이 보잘것없는 시멘트 값 때문에 평생을 쓰레기 안에 갇혀 살아야 합니다.
최근 제 기사가 나간 뒤, 전국 아파트 신축 현장마다 다양한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건설회사들이 시멘트에 방사능 검사를 시작했고, 경기도의 어느 대형 아파트공사 현장은 5개 건설사와 깨끗한 시멘트를 쓰자는 협약서를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경기도 OO아파트 입주자 대표는 건설회사에 쓰레기가 들어가지 않은 깨끗한 시멘트를 요구했습니다. 건설사는 입주자들이 원하는 시멘트 제품을 사용하겠다고 응답했습니다. 입주자 대표가 좀 더 깨끗한 시멘트를 찾던 중, OO시멘트 회사와 통화했습니다. OO시멘트 담당자는 폐타이어를 넣지 않고 유연탄만으로 시멘트를 만들면 15% 정도의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기존의 시멘트에는 모두 쓰레기가 들어가기 때문에 별도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거지요.
넉넉하게 잡은 시멘트 비용 225만 원 중 15%는 33만 7500원입니다. 다시 말해, 약 34만 원만 더 추가하면 폐타이어, 폐고무, 폐비닐, 폐유, 폐절삭유 등 유해 쓰레기를 넣지 않은 아파트에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시멘트에는 폐타이어와 폐고무 등의 가연성 쓰레기뿐만 아니라 하수슬러지, 분진, 소각재 등 비 가연성 쓰레기도 시멘트 제조에 사용됩니다.
사실 아파트는 바닥과 천장을 위아래층과 공유하기 때문에 시멘트 협회가 넉넉하게 잡은 225만 원에 훨씬 미치지 않습니다. 결국, 깨끗한 시멘트는 아무리 많아도 총 300만 원 정도면 충분합니다. 분양비 중 1%도 되지 않는 시멘트 값 때문에 평생 발암물질 가득한 아파트에 살아야 하는 이 모순된 현실을 이제 중단해야 하지 않을까요?
▲ 시멘트공장에 쌓여 있는 사진 속의 타는 쓰레기와 안 타는 쓰레기 모두가 오늘 우리 집이 됩니다. 그런데 시멘트값 225만 원에 약 70만원만 더해 300만 원 가량이면 이런 유독성 쓰레기를 넣지 않은 안전한 시멘트를 만들 수 있습니다. 아파트 분양비 3억원 중에 70만원이 우리 가족이 평생 발암물질 가득한 시멘트에 살아야 할 만큼 큰 돈일까요? ⓒ 최병성
등급제 실시와 원산지 표시하면 쓰레기 시멘트는 해결
서울시 SH공사를 만나 건강한 집을 짓기 위한 실천 방법을 찾는 중에 복병을 만났습니다. SH공사는 관공서이기에 시멘트 제품을 조달청에 의해서만 납품받게 돼 있습니다. 만약, 국내 시멘트 중에 '쓰레기 시멘트'와 쓰레기를 넣지 않은 '친환경 시멘트' 제품이 따로 구분되어 있다면 조달청에 친환경 시멘트로 구매해 달라고 요청하면 간단히 해결됩니다. 깨끗한 시멘트와 가격 차이가 크게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국내 시멘트는 모두가 쓰레기 시멘트인지라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요즘 쓰레기 시멘트 기사를 보고 어느 회사 시멘트 제품이 가장 안전하느냐는 문의가 많이 들어옵니다. 참,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지요. 국내 모든 시멘트 공장이 쓰레기를 넣어 시멘트를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건강한 집을 짓는 일은 영영 불가능한 것일까요? 아닙니다. 시멘트 등급제를 실시하면 간단합니다. 쓰레기를 넣지 않은 '친환경 시멘트'와 쓰레기로 만든 '쓰레기 시멘트'로 구분하는 등급제를 실시해 소비자들이 선택하게 하는 겁니다.
쓰레기 시멘트 관련 기사가 국회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지난해 12월 9일 열린 국민안전혁신특위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새누리당 김동완 의원은 "1999년부터 지어진 모든 아파트가 '발암 쓰레기 아파트'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1999년 정부가 쓰레기 재활용 방안 중 하나로 폐타이어나 폐유, 소각재, 하수슬러지 등을 시멘트 소성로에 사용하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라며 "발암 쓰레기 시멘트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법제화하고 시멘트 제품에 원산지와 성분표시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고작 1100원짜리 강아지 사료도 원산지와 성분표시를 합니다. 그런데 우리 가족이 24시간 살아가는 수억 원짜리 아파트를 짓는 시멘트는 그 어떤 표시도 없습니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 시멘트 제품의 원산지와 성분 표시제 실시가 시급합니다. ⓒ 최병성
쓰레기 시멘트 해결책은 바로 이것입니다. 시멘트 제품에 원산지와 성분을 표시케 하면 소비자들이 일본 쓰레기를 사용하는 시멘트 제품을 불매함으로써 일본 쓰레기 수입은 자연스레 정리될 수 있습니다. 또, 유해성분을 표시케 함으로써 시멘트 공장 스스로 안전한 시멘트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또, 등급제를 실시하여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권리를 주면 됩니다.
그동안 시멘트는 원산지와 성분 표시를 하지 않는 특혜를 줌으로써, 쓰레기 처리비를 받고 가져온 일본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들었습니다. 국민들은 전혀 몰랐습니다. 미국, 호주, 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 전 세계 폐타이어를 수입하여 시멘트를 만들어도 몰랐습니다. 시멘트 안에 발암물질이 중국산보다 50배에서 170배까지 더 많아도 국민은 그 사실을 전혀 모른 채, 발암물질 가득한 아파트를 비싼 값을 주고 살아왔던 것입니다.
시멘트 등급제와 성분표시제는 지금 처음 나온 이야기가 아닙니다. 제가 쓰레기 시멘트 문제로 세상을 뜨겁게 달궜던 2008년,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당시 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등급제와 성분 표시제를 제안했습니다. 국정감사 발언 내용을 옮겨보겠습니다.
[김상희 의원]
"이번 국감은 '시멘트 국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시멘트 문제는 이번 국감에서 결론이 났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한 가지를 더 제안하고 싶습니다.
지금 소비자들이 자기가 선택하는 집에 시멘트와 관련해서 선택권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보니까 시멘트와 관련해서는 표시가 하나도 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시멘트를 안전품질대상 공산품에 포함시켜서 이 부분에 대한 성분표시를 하게 하는 겁니다. 시멘트가 폐기물로 만들어진 시멘트인지 아니면 그런 것이 아닌지, 이것을 소비자들이 알도록 해야 됩니다.
최근 서울시가 조사한 자료에서도 어린이 20%가 아토피성 피부염을 앓고 있습니다. 이 분들은 이것을 피할 방법이 없어서 시골로 이사 가거나 흙집을 짓거나 하는 답답한 상황에 있습니다. 적어도 시멘트와 관련해서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떻습니까? 장관님."
[이만의 환경부 장관]
"내주신 의견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지식경제부 등 종합적으로 검토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 일본 쓰레기가 삼척항으로 수입되는 현장입니다. 시멘트 제품의 원산지 표시가 없다는 점을 악용하여 일본 쓰레기로 시멘트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원산지표시와 등급제 실시는 일본 쓰레기 수입 근절은 물론 쓰레기시멘트를 원천적으로 해결할 최고의 길입니다. ⓒ 최병성
깨끗한 시멘트는 모두가 함께 사는 길입니다
그동안 시멘트 공장과 환경부는 '외국도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든다'며 쓰레기 시멘트를 합리화해 왔습니다. 그러나 해외 많은 나라에서도 쓰레기 시멘트라는 잘못된 정책에 대해 소송이 이어지고, 주민의 반대 항의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쓰레기를 사용하는 시멘트 공장은 환경과 인간의 건강에 잠재적인 위협이 된다.'
2007년 5월, 캐나다 법원은 환경부가 승인한 '시멘트 공장의 쓰레기 소각'도 법적인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결하며 위와 같이 말했습니다. 2010년엔 라파즈시멘트공장의 쓰레기 소각을 반대하는 슬로베니아 시민의 시위도 있었습니다.
▲ ZERO WASTE EUROPE 홈페이지에 지난 2014년11월14일자 뉴스입니다. 2010년 슬로베니아 국민들이 라파즈시멘트공장의 스레기소각을 반대하는 시위를 했음과 해외 여러나라 사람들이 모여 시멘트 공장의 쓰레기 소각에 대해 반대 의견들을 나눴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환경부의 주장과는 달리 해외의 시민들도 쓰레기시멘트에 찬성하지 않습니다. ⓒ ZERO WASTE EUROPE
'쓰레기 시멘트'란 유해 쓰레기가 시멘트로 모양만 바뀌어 우리 안방과 사무실에 다시 돌아 온다는 해외 논문들도 많이 있습니다. 미국 환경보호청 행정관 캐롤 브라우너(Carol Browner)는 <위험 폐기물을 소각하는 시멘트소성로에 관한 진실>(The Real Story About Burning Hazardous Waste in Cement Kilns)이란 보고서에 이렇게 말합니다.
"시멘트 공장에서 중금속이 함유된 폐기물을 소각하는 것은 비소(As), 카드늄(Cd), 크롬(Cd)과 같이 유독하며 발암물질이 든 금속들을 시멘트 공장 굴뚝의 먼지를 통해서나 시멘트 자체 내에 포함되어 사회 곳곳에 다시 돌아오는 효과를 지닌다. (중략) 국가 연료 소비에 있어 진정한 절약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차치하고, 에너지 절약을 위해 시멘트공장에서 위험 폐기물을 사용하는 것은 간단히 말해 부끄러운 일이다."
한국시멘트협회는 시멘트 공장이 쓰레기를 소각하며 국가적으로 절감되는 쓰레기 처리 비용이 연간 1740억 원이라고 밝혔습니다. 1740억 원은 5000만 국민 일인당 3480원에 불과합니다. 3480원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4500원짜리 담배 한 갑도 살 수 없고, 5000원짜리 짜장 한 그릇도 사 먹을 수 없는 보잘것없는 돈입니다. 이뿐 아니라 깨끗한 시멘트로 아파트를 건설해도 시멘트 비용은 분양비 중 1%도 되지 않습니다.
결국, 쓰레기 시멘트란 국가적으로도 국민 개인적으로도 전혀 경제성이 없음이 판명되었습니다. 시멘트 공장의 이익을 위해 우리 아이들이 발암물질 가득한 쓰레기 시멘트에 갇혀 평생 살아야 한다는 게 타당한 것일까요?
지난 12월 9일 창원시에서 건강한 집에 대해 강연했습니다. 가음 주공재건축 조합원들을 비롯해 창원의 여러 재건축 조합원들과 멀리 전주와 거제도에서도 참석했습니다.
▲ 쓰레기를 넣지 않은 안전하고 깨끗한 시멘트로 집을 짓는 것은 건설사와 시멘트공장과 국민 모두를 위한 일입니다. 국민들은 가족의 건강을 위해 깨끗한 시멘트 값을 지불할 용의가 있기 때문입니다. 건설회사와 시멘트공장의 각성을 촉구합니다. ⓒ 최병성
이날 강연에서 저는 "건강한 집짓기는 건설회사와 시멘트 공장과 국민이 다 함께 살기 위한 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 시멘트 값을 더 내더라도 건강한 집에 살겠다고 응답한 국민이 86%가 넘었습니다. 국민의 요구에 따라 시멘트 회사는 정당한 가격을 받고 깨끗한 시멘트를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건설회사는 좋은 건축 재료로 건강한 집을 지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국민들은 안전하고 건강한 집에 살 권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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