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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마음 노래하는 20대... 홍대 피터팬을 만나다

[인터뷰] 인디밴드 '초록불꽃소년단'... 청소년의 성을 폭로하는 그들

등록|2015.01.12 17:13 수정|2015.01.12 18:11

인디밴드 '초록불꽃소년단'인디밴드 '초록불꽃소년단'을 찍은 사진 ⓒ 이성관


우리나라 십대는 OECD회원 국가 중 가장 불행한 청소년기를 겪고 있다. 가장 치열한 교육열에 시달리면서도 참정권은 전혀 없다. 그들이 20대가 되어서 10대를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예전에 흔히 하던 말처럼 대학가면 다 좋아진다고 조금만 참으라고 조언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십대들에게 허락되지 않는 ABCD가 있다고 한다. 이는 알코올(Alcohol), 당구(Billiards), 담배(Cigarette), 데이트(Date)의 앞 글자를 나열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학창시절을 지내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데이트 문제는 곧 청소년의 성문제와도 연결이 된다.

그렇다면 이런 현실을 실제 겪고 있는 10대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그들의 성적 호기심과 이성에 대한 순수한 열정, 또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답답함을 노래하는 청년들이 있다. 비록 20대가 되었고, 모두 군대를 다녀온 청년이지만 팀명에 '소년단'이라는 단어를 붙일 만큼 10대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하는 밴드다.

인터뷰에 응해 준 밴드 '초록불꽃소년단'은 리더 및 보컬 조기철, 드럼 고석진, 베이스 양정현, 기타 최재형(객원)으로 구성된 4인조 인디밴드이다. 이들을 지난 7일 오후, 홍대 인근에서 만날 수 있었다.

아래는 이들과 나눈 일문일답의 요지이다.

"청소년의 성, 없는 것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 팀명은 어떻게 지은 거예요?
조기철 : "이탈리아 어떤 동화집 중에 있는 하나의 이야기예요. 사실 책은 읽지도 않고 그냥 맘에 들어서 제가 팀명으로 했어요. 그냥 어느 날 문득…."

- 음악을 하는 목적은 뭐에요?
조기철 : "저 같은 애들에게 들려주고 싶었어요."

- 저 같은 애들이라면?
조기철 : "찌질한 애들요.(웃음) 학교에는 계급이 있어요. 제일 위에 소위 일진이라는 애들이 있고, 그 아래에는 착하고 공부 잘 하고 뭐 그런 애들, 그리고 완전 공부도 싸움도 못하는 완전 하위권 애들이요. 그런데 저는 그 계급 속에서 '중하'에 있었어요.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그냥 있는 듯 없는 듯 하는 그런 애죠. 그런 애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를 해요."
양정현 : "저는 사춘기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고민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조기철 : "고등학교 이야기를 했지만 사회 나와도 그 계급 관계는 똑같은 거 같아요. 어쨌든 언제나 중간 아래 있는 그 '소심남'들이 들어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노래를 만들고 부르고 있어요."

- 각자의 학창시절은 어땠어요?
고석진 : "학창시절부터 밴드를 해 왔는데, 오히려 대학교에 가서는 못했어요. 그러다가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드러머를 구한다는 얘기를 듣고 밴드를 다시 하게 된 것이죠. 사실은 '록 스타'가 되고 싶었어요. 반항하는 삶을 꿈꾸긴 했지만 실생활은 부모님 말씀 잘 듣고 학교 잘 다니고 그랬어요."
양정현 : "저는 조기철군을 만나면서 음악을 하게 됐어요. 좋아하긴 했지만, 밴드할 생각은 못했는데, 록 페스티벌에서 처음 만나서 이렇게 됐죠. 원래는 미술을 했어요. 조용한 성격이고 소심했는데 밴드하면서 성격이 많이 바뀌었죠. 원래는 말도 많이 더듬고 그랬는데 고쳐진 거예요."

- 공연 장면을 인터넷에서 봤는데,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소리치고 뛰고 난리가 나더라고요. 근데 무대에서 내려오면 알바하면서 근근이 살아가는 청년일 뿐이잖아요. 두 삶의 간극은 없나요?
조기철 : "그런 것은 전혀 없어요. 노래하는 사람이나 노래를 듣는 사람이나 저는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양정현 : "저희가 "우리 노래를 들려줄 테니 들어" 하고 강요하는 게 아니고 같이 즐겼으면 하는 것인데, 즐기는데 다른 감정은 없는 것 같아요."

- 가사가 아주 솔직해요. 화자가 소년이라는 전제에서 '자위'나 '섹스' 같은 단어를 가사에 쓰고 있는데, 곡을 쓰면서 자기 검열을 하거나 그런 건 없나요?
조기철 : "작곡이나 작사는 제가 거의 다 합니다. 저희가 사실 무엇을 하든지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에 자기 검열이라는 것은 전혀 없고요.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을 솔직한 단어로 표현하려고 합니다. 제 노래 중에 '닿아라, 나의 노래'라는 곡을 쓸 때는 인사동에 있었는데요.

지방에서 한복을 입고 올라오는 학생들이 간혹 있어요. 저는 한복 입은 여자는 웬만하면 다 예뻐보이거든요. 그런 애들이 단체로 온 거에요. 다 천사 같아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닿았으면 했어요. 제 노래가. (웃음) 그런 식으로 그때그때 느낀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씁니다."

양정현 : "청소년들이 성생활을 하는 것을 무조건 막을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성교육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저희가 학창시절에 받은 성교육이라고는 '구성애'의 영상 같은 것을 틀어주는 게 전부였어요. 피임의 방법은 알 수 있어도 피임을 왜 꼭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죠."
고석진 : "모든 방법론을 떠나서 아이들이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는 교육이 중요한 것 같아요. 성관계를 맺는 두 사람의 실제적인 문제이지, 피임을 어떻게 하고 출산은 어떻고 하는 원론적인 문제는 둘째 문제인 것 같아요. 지금 우리나라에는 사실 청소년의 성을 없는 것으로 치부하려고 하지 않나요? 내 아이가 성관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으려고 하는 부모는 한 명도 없을 거란 말이죠. 그러니까 계속 숨기려고만 하는 거고 직접적 교육이 되지 않는 것이죠."

양정현 : "저희 부모님은 아직도 모르시죠. (웃음)"
고석진 :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성적'이라고 생각해요. 솔직히 '공부'가 아니죠. 그냥 '성적'인거예요. 그 기준에 이성교제는 방해가 되는 일인 것이죠. 실제로 이성교제를 하면 성적이 떨어진다는 게 검증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렇게 믿고 계시는 것이죠. 그래서 청소년의 성문제는 둘째 치고라도 아예 이성교제 자체를 못하게 하시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조기철 : "사실 저희가 여기 앉아서 그런 얘기를 얼마나 할 수 있는 건지 혹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청소년 성문제를 분석하고 들춰내서 얘기하는 것은 저희에게 너무 큰 문제고요. 노래를 부르는 것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래가 들리는 사람은 들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 계획은 어떤 게 있나요?
조기철 : "3월 초에 저희 앨범이 나옵니다. 그럼 그때에 맞춰서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을 할 생각입니다. 3월 7일 정도가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국뉴스투데이>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팟캐스트방송 '이기자의 거북이 뉴스-들리는 취재'에서 인터뷰 전문을 들을 수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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