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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 '대동병원' 매각... 근대건축물, 사라진다

역사보존 통한 원도심 활성화 모색해야

등록|2015.01.12 18:20 수정|2015.01.12 18:21

▲ 예산읍 임성로에 위치한 대동병원 건물과 골목쪽으로 길게 이어진 나무담의 모습. 오래된 간판이 아직도 걸려있다. ⓒ 장선애


새해 벽두부터 충남 예산군 역사의 상징건물이 또 하나 사라진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근대건축물이자, 근·현대 예산 의료시설로 주민들과 함께 했던 대동병원이 지난 연말 매각돼 헐릴 예정이다. 대동병원을 매입한 예산침례교회는 병원과 창고건물들을 철거해 주차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 교회 성지현(79) 담임목사는 "작고한 최 원장님과 생전에 자별하게 지낸 터라 나 자신도 아쉬움이 크다. 본채와 정원은 살려서 휴식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검토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소식을 알려온 한 주민은 "대동병원은 문을 닫은 지 20년 정도 지난 지금까지 위치를 설명할 때마다 기준이 될 정도로 주민들과 함께해 온 세월이 길다. 오래 전부터 집을 내놓았다고 해서 개인이 사게 되면 헐리지 않을까 불안했는데…. 정말 너무 서운하다. 한 시대가 사라지는 것 같다"며 크게 아쉬워했다.

대동병원은 1920년대에 일본인 의사가 지었으며, 해방이후 고 최익열 원장이 매입해 2000년 최원장이 별세할 때까지 예산군민은 물론 장항선 일대 주민들과 한 시대를 같이 한 의료시설이다.

대지 규모는 1709㎡(517평)로 본채는 겹집으로 지어진 전형적인 일본가옥이고, 뒤편에는 창고동이 있다. 마당에는 흑송과 적송, 백송을 비롯한 다양한 정원수와 우물, 콜타르를 입힌 나무담과 문 등 일제당시의 시대상을 그대로 보여줘 '분례기' 같은 드라마와 영화 촬영장소로 여러 번 등장했다.

<무한정보>도 그동안 수차례 보도(2002년 1월 1일자 특집기사 '예산근대 건축물 보존 내일이면 늦는다'/ 2009년 1월 5일자 특집기사 '임성로 살고 싶은 집, 걷고 싶은 거리로'/ 2009년 2월 16일자 '중앙극장 공용주차장 아닌 문화공간으로 활용해야'/ 2009년 7월 20일자 '지켜줘서 고마워요-예산 90년 역사 간직한 대동병원'/ 2013년 1월 14일자 '원도심 전통상점 보호 절실-지원조례 제정해야')를 통해 근대건축물 보존을 통한 예산읍특성화사업을 촉구해왔으나, 군수들 누구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반면 군산과 전주 등 역사적인 건축물을 보존해 관광자원화하면서 이른바 '대박이 난' 지자체들도 있다. 우리나라 근대건축물과 관련해서는 일제잔재논란이 간혹 제기되고 있으나, "우리 전통만 우리 것이 아니라, 일제 강점상태에서 진행된 근대역사 역시 아프지만 보존해야할 우리의 역사"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역사교육의 현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주민은 "예산의 랜드마크가 다 없어지고 있다"고 안타까워 하면서 "제일교회, 중앙극장, 대동병원 사례에서 보듯 역사문화보존을 위해서는 군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방법 밖에는 없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서도 새롭게 만드느라 막대한 예산을 들이는 것보다 예산읍내만이 갖고 있는 것들을 지켜나가는 게 훨씬 경제적이고 가능성 있는 투자다"라고 강조했다.

발전을 얘기할 때 기존의 것들은 하찮게 치부되곤 한다. 그 과정에서 소중한 자산들이 사라진다. 나중에야 그 중요성을 깨닫고 두배, 세배의 비용을 치러 복원하느라 부산을 떨지만, 돈으로도 복원이 안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보존도 투자다. 사유재산은 강제적인 보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호서은행(도지정기념물 제66호)과 예산성당(충남도지정기념물 제164호)을 제외하면 화려했던 우리지역의 근대사를 증명할 건물은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모두 없어진 뒤 가슴치지 말고 제발 있을 때 지키자. 내일이면 또 늦는다.

'대동병원 골목' 역사 속으로

2002년과 2009년, 그리고 최근 대동병원 안팎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기록을 위해 상태가 가장 좋은 2009년 자료사진을 싣는다.

▲ 모두가 ‘대동병원 골목’이라고 부르던 길. 콜타르 입힌 나무담이 곧 사라질 예정이다. ⓒ 장선애


▲ 대문안에서 본 골목길 풍경. 나무로 된 미닫이 대문이 특이하다. ⓒ 장선애


▲ 대문에서 본채로 이르는 길. 정원 역시 일본식으로 꾸며져 있다. ⓒ 장선애


▲ 지금은 보기 어려워진 마당안 우물 모습. 지붕 아래 두레박 줄을 거는 도르레가 걸려있다. ⓒ 장선애


▲ 딱 봐도 일본가옥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현관. 한옥과 달리 창살이 많고 문이 넓다. ⓒ 장선애


▲ 현관에서 마주보이는 복도. 왼편은 안방, 오른편은 정원이 훤히 보이는 유리문이다. ⓒ 장선애


▲ 1920년대에 지어졌음에도 입원실을 따로 둘 정도로 규모를 갖추고 있는 모습. 입원실 1호 출입문 모습. ⓒ 장선애


▲ 뒤뜰 풍경. 건물은 창고다. ⓒ 장선애


덧붙이는 글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신문>과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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