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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황선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즉시 기각해야

등록|2015.01.12 17:56 수정|2015.01.12 18:21

▲ 통일콘서트 황선 구속여앙기각 촉구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 유옥진


2015년 새해, 남북 정상이 주고받는 메시지가 심상치 않다. 이는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 협력에 대한 쌍방의 기대가 그만큼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더구나 올해는 한반도가 분단된 지 70년이 되는 해이다.

해방된 한반도 앞에 놓인 일제 식민지배 청산과 자주독립국가 건설 과제는 민족 누구도 원치 않던 분단으로 인해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 폐해와 고통은 유·무형으로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분단은 여기서 그친 것이 아니라 끝내 전쟁으로 이어졌다.

한반도는 끝나지 않는 전쟁의 한가운데서 평화와 생존권을 위협당하며 공포와 불안감을 안고 살아야만 했다. 광복 70주년의 진정한 의미는 분단과 함께 그것이 부식시킨 모든 것들을 해소시키는 것이다. 그렇기에 올해 평화번영과 통일을 가져올 남북정상회담 찬성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는 매우 높다.

그러나 통일대박을 외치며 한마음으로 단절과 갈등의 분단 70년을 마감하고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자고 나선 대통령은, 통일콘서트를 연 황선과 그의 가족들만큼은 예외로 만들고 있다.

역사는 우리에게 통일과 관련한 2가지 길을 보여주고 있다. 하나는 한국전쟁은 단일체제로의 통일달성 시도는 체제 대결이 낳은 위험성과 부당성을, 다른 하나는 분단 반세기 만에 열린 첫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체제공존은 민족의 화해협력이 낳은 안정성과 합리성을 남겼다. 비용에서나 편익에서 볼 때, 둘 중 무엇이 남과 북에게 유리한 길인가.

올해 전개될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에 대한 선견지명이었을까. 주지하다시피 지난해 황선은 재미동포 신은미씨와 통일콘서트를 진행했다. 남북의 통일은 일방의 주장과 내용으로 달성될 수 없다. 상호공존은 서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할 때, 더욱 돈독해지기 마련이다. 이해의 질량이 높아질수록 거부감과 불신은 줄어들고, 격차가 줄어들수록 평화통일로 내딛는 걸음도 그만큼 빨라진다.

남북관계 격폐로 북한에 대한 각종 흑색선전과 억측이 난무한 가운데, 황선이 통일콘서트에서 한 방북 경험담은 통일의 동반자인 북한에 대한 오해를 줄이고 이해를 높이려는 것으로 일관되어 있다.

한 사회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시적 접근과 거시적 접근이 모두 필요하다. 그녀 방북 경험이 북한의 전면을 담을 순 없겠지만, 그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팩트(fact)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 팩트는 남북의 편견과 거리감을 줄일 수 있는 가치있는 자료다.

종편 등 언론들은 평화통일에 보탬이 되려던 통일콘서트를 하나같이 '종북토크쇼'로 매도함으로써 그 선의를 무시했다. 북녘의 물줄기가 깨끗하고, 대동강 맥주가 맛있으며, 새 지도자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기대가 크다는 발언들은 그 진의와 달리 북한을 지상낙원으로, 3대 세습 찬양으로 왜곡됐고, 급기야 그가 북한 통전부의 지령을 받았다는 애먼 종북몰이를 당해야만 했다.

황선에 대한 마녀사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폭탄테러로 생명을 위협 당하는가 하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가택 압수수색마저 당했다. 그녀를 향한 온갖 정신적, 신체적, 물리적 폭력은 끝내 사전 구속영장 청구로까지 이어졌다.

애초 종편 등 언론이 조작한 '지상낙원'이 경찰조사로 사실무근임이 밝혀지자, 통일콘서트는 사라지고 지금은 압수물품을 이적표현물로 조작해 그녀를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외에 동조 혐의를 씌우고 있다.

그녀가 소지했다는 북한의 선군정치 선전 문건은 실상 남편의 재판자료로 이미 무죄 판결이 났던 것이고, 평양출판사에서 출간됐다는 반미교과서는 현재 판매 중인 상지대 교수 홍성태 박사가 저술한 반미교과서다. 지금도 제 2, 3의 조작은 끊이질 않고 있다.

그녀는 우리가 늘 접하는 전형적인 아줌마다. 나의 어머니와 누나, 언니, 동생, 그리고 부인처럼 자식과 남편, 부모님을 걱정하고, 여느 며느리처럼 명절날과 제삿날이면 음식준비에 바쁘다. 해마다 올라가는 보증금, 달마다 낼 월세 걱정에도 소신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려는 이 시대의 평범한 가정주부다. 검찰의 사전 구속영장 청구 소식을 듣고 사춘기를 앞둔 딸 걱정에 눈물짓는 그녀를 일각의 주장처럼 체제부정을 선동하고 북한을 미화, 추종하는 종북마녀로 볼 수 있을까.

조작, 왜곡으로 일관된 지금의 구속영장 청구는 즉각 기각되어야 한다. 한반도 평화번영과 숨결을 함께 하는 그녀는 통일활동을 통해 그 어떤 영예도 감투도 원한 적이 없다. 이런 그녀에게 박수를 쳐주지 못할망정 흠집내고 주저앉히려는 그 어떤 시도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 공안몽둥이를 더 이상 휘둘러서도 안 된다. 연초 불어오는 통일 온풍이 황선,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에게도 여과없이 와 닿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유옥진은 황선과 함께 팟캐스트 라디오 반민특위 진행한 공동진행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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