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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이영신 작가 개인전 <꿈꾸는 여인 - 꿈을 부르다>

등록|2015.01.13 15:11 수정|2015.01.17 16:26

이영신 개인전꿈꾸는 여인 - 꿈을 부르다 ⓒ 김준희


이영신 개인전작품 앞에 선 이 작가 ⓒ 김준희


웃는 사람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웃는 여인들을 보면 더욱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까. 이영신(55) 작가는 이렇게 행복하게 웃으면서 노래하는 여인들을 그리고 있다. 이 작가의 작품을 보면 보는 사람도 함께 웃고 싶어질 정도다. 누군가를 웃게 만든다는 것. 쉽지 않지만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요즘 세상이 많이 힘들잖아요. 저는 제 작품을 보는 분들에게 얘기해주고 싶어요. 당신은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당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아주세요. 제 작품을 통해서 이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이영신 작가의 개인전이 서울 방배동 갤러리토스트(관장 이도영)에서 지난 9일부터 시작되었다. 서양화를 전공한 이 작가는 초기에 '새'를 주제로 작품활동을 하다가 20여 년 전부터 '꿈꾸는 여인'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갤러리 안에는 행복하게 노래하는 여인들의 그림 약 25점이 전시되어있고, 한쪽에는 조약돌을 이용한 설치미술도 전시되어있다. 전시회가 시작되는 날 갤러리토스트에서 이 작가에게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제가 몇 년 전에 아산병원에서 개인전을 한적이 있었어요. 그때도 지금과 같은 주제의 작품들을 전시했었죠. 그때 환자분들이 휠체어를 타고 오셔서, 링겔 주사를 맞으시면서 제 작품을 보셨어요. 그 환자분들이 제 작품을 보시면서 그렇게 좋아하시더라구요. 어떤 환자분은 제 작품을 보면서 우시기도 했어요. 그 자리에서 저도 같이 울게되더라구요. 예술작품이 이런 역할을 할 수 있구나, 그때 그걸 가장 크게 깨닫게 된 것 같아요."

행복하게 웃는 여인들을 묘사한 작품

이영신 개인전꿈꾸는 여인 - 꿈을 부르다 ⓒ 김준희


이영신 개인전전시장 한쪽의 조약돌 ⓒ 김준희


예술의 역할은 여러 가지다. 그중 하나는 예술이 가진 치유와 힐링의 역할이다. 자신의 작품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준다면,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주고 위로해준다면 그만큼 좋은 것도 없을 것. 이 작가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꿈을 이야기한다. 전시장 한쪽에 놓여진 조약돌 역시 웃는 여인의 모습으로 만들어져 있다.

"누구나 꿈이 있잖아요. 당신이 가진 꿈을 이룰 수 있을거예요, 라고 말하고 싶어요. 대신에 그 길을 가는 동안 조약돌을 놓으라고 하고 싶어요. <헨젤과 그레텔>에서 아이들이 숲에 들어갈 때처럼. 그 조약돌은 자신이 다시 돌아올 길을 알려주는 거예요. 다시 돌아올 수 없을 만큼 너무 멀리 가버리면 안되잖아요."

이 작가는 꿈과 욕망의 차이에 대해서도 말한다. 꿈은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다. 자신의 내면에 있던 가능성들을 마음껏, 활짝 표현하는 것이다. 대신에 욕망은 내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이다. '여기가 어디지?'라고 말할 만큼. 그것을 추구하고 이루게되면 다시는 자신에게 돌아올 수 없다.

작품 속에서 여인들은 모두 한복을 입고 행복한 표정으로 꿈을 부르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한복을 좋아했던 이 작가는 그림 속 여인들에게 한복을 입히기 시작했고 그것이 너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대신에 작품 속에 남성은 한 명도 없다.

한복을 입고 웃는 다민족 여성들

이영신 개인전꿈꾸는 여인 - 꿈을 부르다 ⓒ 김준희


이영신 개인전꿈꾸는 여인 - 꿈을 부르다 ⓒ 김준희


"예전에 남자를 그림에 넣은 적이 있었는데 잘 안 어울리더라구요. 남자와 여자가 같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제가 잘 표현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제가 워낙 여자가 많은 집안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에 남자를 잘 이해하지 못하나 봐요."

그림 속 여인들은 모두 한복을 입고 있지만, 다른 민족 다른 나라 사람처럼 보이는 여성들도 있다. 이 또한 작가가 나름대로 의도한 것이다. 이 세상이 한국만은 아니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여인들을 묘사하면서, 당신들도 참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앞으로는 한복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전통복장을 입은 여인들도 작품 속에 넣고 싶다고 한다.

요즘 세상에서 활짝 웃을 만한 일은 점점 없어져가는 것 같다. 그렇다면 웃는 여인들을 바라보면서 나도 한번 따라서 웃어보면 어떨까. 웃는 순간만큼은 모든 근심이 사라질 수 있다. 그것이 웃음이 가진 힘일 것이다.

꿈을 찾아 집을 나섰습니다.
석양이 비치는 어느 날,
너무 멀어져서 다시 돌아오는 길을 잃지 않도록
추억의 길 옆에 아름다운 꿈이 담긴 조약돌을 하나씩 놓고 갑니다.


인생이라는 함께 가는 길 위에서
내 인생의 힘듦과 지침을 고백할 때
누군가 내 등을 두드려 줌과 같이
세상을 향해서
"당신은 정말 아름다운 분입니다"라고 고백하고 싶습니다.
제 그림을 보는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되기를 꿈꾸는 그런 꿈을 부릅니다.


                                                      - 이영신 작가노트 -

덧붙이는 글 <꿈꾸는 여인 - 꿈을 부르다> 이영신 개인전
2015. 1. 9 - 1. 22

갤러리토스트, 서울 서초구 방배로 42길 46, 3층
02 532 6460, www.gallerytoa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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