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안상수, 10년전 폐기된 반민주인사 기념사업 재추진?

창원시, 친독재 이력 있는 이은상 골목길 조성 계획... 시민모임 반발

등록|2015.01.13 15:28 수정|2015.01.13 15:32
"공적으로 추앙받는 인물은 도덕적, 역사적 흠결이 없어야 합니다. 지역의 시민사회가 성숙돼 가는 과정에서 역사적 진실이 밝혀지는 건 불가피합니다. 우리는 그 현실에 직면해 있습니다. 더 이상의 논란으로 고인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은 길이 무엇인지 살펴야 할 것입니다."

지난 2005년 5월 20일, 옛 마산시의회에서 '이은상 문학관'이 아닌 '마산문학관' 운영조례안을 제출하면서 황철곤 전 마산시장이 했던 말이다.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은 13일, 안상수 현 창원시장에게 '이은상 기념사업 중단하라'고 촉구하면서 10년 전 황 전 시장이 했던 발언을 기억하라고 요구했다.

"옛 마산시, 2005년 '이은상 문학관' 버린 이유 알아야"

▲ 창원시가 이은상 기념사업 추진 계획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창원지역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으로 구성된 '이은상 기념사업 재론을 반대하는 시민모임'은 13일 창원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안상수 시장은 민주성지 창원의 3·15정신을 훼손한 이은상 기념사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윤성효


옛 창원·마산·진해는 2010년 창원시로 통합했다. 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 안상수 시장이 당선됐다. 최근 창원시는 옛 마산 상남동(현 노산동)의 도시재생사업의 하나로 이은상 작품을 주제로 한 골목길 테마 조성사업에 착수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뒤 시민사회단체가 발끈하고 나섰다. 우무석 (사)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회장, 조명제 6월항쟁정신계승기념사업회 사무차장, 백남해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회장(신부), 김영만 열린사회희망연대 고문 등 인사들은 13일 창원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안상수 시장은 민주성지 창원의 3·15정신을 훼손한 이은상 기념사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마산(창원)에서는 이은상 기념사업을 두고 한 때 논쟁이 벌어졌다. 옛 마산시가 1996년 "후세 교육의 장으로 삼겠다"며 총 30억 원을 들여 제비산(노비산) 공원부지에 '이은상 문학관'을 건립하고, 생가복원과 테마공원을 조성하기로 했었다.

이은상기념사업은 당시 친일음악가 조두남 기념사업과 맞물려 거센 논쟁을 불러왔다. 오랜 논쟁 끝에 지난 2003년 11월, 옛 마산시는 예술·언론·시민단체·학계인사로 구성된 '시민위원회'를 구성해 여론을 살폈다.

시민위원회는 '이은상 문학관'을 버리고 '마산 문학관'으로 명칭을 변경하기로 했다. 이를 당시 황철곤 전 마산시장이 받아들였다. 2005년 5월 20일 마산시의회는 '마산문학관 운영 조례안'을 상정해 찬반토론 끝에 재석의원 27명 중 14명이 찬성(반대 13명)해 통과시켰던 것이다.

"안상수 시장, 또 다른 골칫거리 안게 될 것"

▲ 창원시가 이은상 기념사업 추진 계획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창원지역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으로 구성된 '이은상 기념사업 재론을 반대하는 시민모임'은 13일 창원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안상수 시장은 민주성지 창원의 3·15정신을 훼손한 이은상 기념사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윤성효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은 '이은상 기념사업 재론을 반대하는 시민모임'(아래 시민모임)을 만들어 입장을 표명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지난 6·4지방선거 때 안 시장을 도운 일부 문인들이 이은상 기념사업을 부활시켜달라는 요구를 했다는 소문이 떠돌았다"며 "그러나 우리는 전혀 개의치 않았는데, 최근 창원시가 골목길 테마 조성사업 착수단계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확인하니 소문이 구체적 사실로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모임은 이어 "앞으로 창원시가 이은상을 위해 시민들의 혈세를 지원할 근거를 만든 것"이라며 "분명히 말해 두지만, 그렇게 되면 안 시장은 창원시 통합갈등에 버금가는 또 하나의 골칫거리를 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10년 전 논쟁과 관련해, 시민모임은 "1999년부터 6년 동안 마산은 이 문제로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할 정도로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며 "끝내는 조두남 문제와 맞물려 (당시) 마산시장은 밀가루 투척에 곤욕을 치르고, 조두남·이은상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회원들 여럿이 감옥으로 가는 사태까지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2005년 옛 마산시의회의 표결 결과와 관련해, 이들은 "어떤 이들에겐 그때 1표 차가 억울해서 이은상 논쟁을 이념논쟁으로 몰아가려 하지만 당시 시의회 구성은 특정정당 일색이었다"며 "이 점을 생각하면 그들이 아직도 '좌파선동' 운운하는 것은 진실과 정의에 패배한 자들의 궤변일 따름"이라 지적했다.

시민모임은 "이제 더 이상 이은상을 두고 우리 지역의 문화관광자원이니 문화콘텐츠니 하는 말은 하지 마라"며 "그는 관광상품으로서의 매력도 가치도 이미 상실했다"고 규정했다. 그리고 "안상수 시장은 꺼진 불씨를 다시 살려 대형화재를 일으키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일부 문인들은 마산 출신인 노산 이은상(1903~1982)을 "애국지사이며 위대한 민족시인"이라거나 "국립묘지 현충원에 안장되어 있다"고 추앙하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국민문화 무궁화장과 대한민국건국포장 수상, 금관문화훈장을 추서받았다. 그러나 그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찬양하고, 3·15의거에 참여했던 마산시민들을 '무모한 흥분', '지성잃은 데모' 등으로 폄훼했다. 또한 "유신만이 살 길"이라며 '친독재' 행적이 뚜렷하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