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독재' 이은상, 또 논쟁이냐?
[취중진담] 문학관-시비-샘 등 논쟁 계속... '골목길 테마조성사업'은?
또 '친독재' 이은상(鷺山 李殷相, 1903~1982) 기념사업이다. 창원(옛 마산 포함)에서는 시시때때 이은상 기념사업을 두고 논쟁이 벌어져왔는데, 최근에 다시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은상은 '민족시인'이고 애국지사이기에 추앙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마산의 자랑인 '3·15의거'를 폄훼하고 독재정권에 빌붙은 인물이기에 기념사업을 절대 안된다는 주장도 있다. 이은상 기념사업을 거론하는 게 오히려 고인을 욕되게 만든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이은상은 누구?
이은상은 누구인가. 마산에서 태어난 그는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공부했다. 그는 이화여자전문학교 교수를 지내고 <동아일보>, <조선일보>에 근무했으며, 1942년 조선어학회사건에 연루되어 구금되었다.
그는 동국대 교수, 충무공이순신장군기념사업회장, 안중근의사숭모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1976년 성곡학술문화재단 이사장을 거쳐 총력안보국민협의회 의장 등을 지냈고, 1981년 국정자문위원 등을 역임하였다.
전두환 정부는 그가 작고했을 때 문화훈장 1등급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고, 국가가 지원하는 '사회장'으로 장례를 치러 국립묘지 현충원에 안장했다.
그러나 그는 '친독재 행적'이 뚜렷하다. 마산 출신인 그는 마산의 자랑인 3·15의거와 4·11마산사건(1960년, 김주열열사 시신인양 날짜)을 폄훼했다. 그는 당시 <조선일보> 등의 인터뷰를 통해 3·15의거에 대해 '불합리·불합법이 빚어낸 불상사'라고 발언했다.
문학관, '가고파' 시비, '은상이샘' 등 논란 계속
이은상 기념사업을 두고 논쟁이 벌어졌던 때가 있었다. 1999년 옛 마산시(2010년 창원시로 통합)는 제비산 공원 부지에 '이은상문학관' 건립과 생가복원, 테마공원 조성 계획을 세웠다.
논쟁 끝에, 옛 마산시의회는 2005년 5월 20일 '마산문학관 운영 조례안'을 채택했다. 옛 마산시와 마산시의회가 '이은상(노산)문학관'을 버리고 '마산문학관'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현재 마산문학관에는 시 "옛 동산에 올라"가 새겨진 '노산시비'만 있다. 문학관 명칭을 '노산'이 아닌 '마산'으로 하기로 결정 난 뒤부터 이은상 기념사업 논쟁은 잠잠했는데, 2013년 마산역 광장에 시비가 세워지면서 다시 시끄러웠다.
코레일 부산경남본부 마산관리역과 국제로타리클럽이 마산역 광장에 시 "가고파"를 새겨, 그해 2월 6일 제막식을 열기로 했다. 당시 마산관리역은 보도자료를 통해 "민족시인 노산 이은상 선생의 가고파 노래비를 세웠다"고 밝혔다.
그런데 제막식을 앞두고 시비에 페인트 테러가 가해진 것이다. 누군가 시비 앞뒷면에 페인트를 칠해 놓았고, 제막식을 앞두고 페인트를 지우는 작업을 벌였지만 그 흔적은 지금도 남아 있다.
남마산로타리클럽과 경남상인연합회, 마산포럼, 마산살리기범시민연합 등 문인․봉사단체들은 '마산역 광장 이은상 시비 보존회'를 결성해, 페인트를 닦아내는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이 시비는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25개 단체로 구성된 3·15정신계승시민단체연대회의는 마산역 광장에서 "역사왜곡, 유신부활 저지를 위한 3·15정신계승 실천대회"를 열기도 했다. 이들은 시비 철거를 시도하다 마찰을 빚기도 했다.
하는 수 없이 3·15정신계승시민단체연대회의는 '가고파' 시비 옆에 "시인의 친독재가"와 "한국민주주의 요람, 민주성지 마산 수호비"라는 안내판을 세워놓았다. 마산역이 시비를 철거할 수 없다고 하자 시민단체가 이은상의 친독재 행적을 기록해 놓은 것이다. 그 안내판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승만 자유당 영구집권 음모 동조 / 독재자와 그 후계자 정부통령 당선 위해 / 전국을 유세하며 부정선거 힘 보탰네 / 3·15와 4·11 마산사건은 도대체 / 불합리 불합법이 빚어낸 불상사라 / 지성잃은 데모요 비정신적 사태로다 / 고향 걱정 한다면서 은근슬쩍 겁주기를 / 무모한 흥분으로 과오를 범치마라 / 과오와 과오 연쇄는 필경은 이적행위 / 4월학생혁명탑문 5·16 위해 써줬을 뿐 / 쿠데타 협력 유신지지 학살자에 아첨 떨며 / 독재권력 품속으로 가고파라 가고파"(시인의 친독재가).
"모든 사람을 잠시 속일 수는 있으나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민주주의 역사의 정수, 3·15마산정신과 결코 양립할 수 없는 이은상의 반민주 친독재 행적을 널리 시민에게 알리고, 3·15정신을 올곧게 계승하기 위하여 뜻있는 시민들의 성금으로 이 비를 여기에 세운다"(수호비).
오래 전부터 '은상이샘' 철거도 요구하기도
이은상과 관련한 기념물은 또 있다. 마산 육호광장 옆에 있는 '은상이 샘'이다. 이 샘은 지금의 자리에서 20m 떨어진 곳에 있다가 도시개발로 1999년 6월 옮겨 놓았던 것이다.
옛 마산시가 세운 표지석에는 "민족시인 노산 이은상 선생을 기리고 시민의 얼과 정서를 해맑게 하기 위하여 생명의 젖줄 은상이샘을 이 자리에 옮겨 복원합니다"고 되어 있다.
열린사회희망연대는 2006년부터 은상이샘의 철거를 촉구했다. 이 단체는 한때 3·15의거 기념일 때마다 이곳에서 '은상이샘 철거 촉구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김영만 전 열린사회희망연대 대표는 "이은상 추종자들은 주민들이 이 우물을 '은상이샘'이라 불렀다고 주장하지만 '은상이'를 '이은상'으로 단정할 수 없다"며 "지역에서는 맑고 깨끗한 물이 흘러나오는 샘을 통칭 '은새미'라 하고, 경상도 발음으로 샘을 '새미'라고 말하는데, 이 샘은 '은상이샘'이 아니라 '은새미'로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창원시는 옛 마산 상남동(현 노산동)의 도시재생사업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은상의 작품을 주제로 한 골목길 테마조성사업을 벌인다는 내용이다. 창원시는 이 사업 계획을 아직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창원시의원 등을 통해 확인이 되고 있다.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마산), 6월항쟁정신계승사업회,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등 관계자들은 13일 창원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더 이상 이은상을 두고 문화관광자원이니 문화콘텐츠니 하는 말은 하지 마라"며 "그는 관광상품으로서의 매력도 가치도 이미 상실했다"고 밝혔다.
현재 창원시는 '마산문학관' 명칭을 '노산문학관'으로 변경할 계획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골목길 테마조성사업의 구체적인 계획이 나와 이은상과 관련한 내용이 들어갈 경우 논란이 될 수도 있다.
김영만 전 대표는 "'은상이샘'처럼 조작·왜곡해서 전설을 만들 수도 있고, 친독재 인물을 미화할 수도 있는데, 창원시의 골목길 테마조성사업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상은 '민족시인'이고 애국지사이기에 추앙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마산의 자랑인 '3·15의거'를 폄훼하고 독재정권에 빌붙은 인물이기에 기념사업을 절대 안된다는 주장도 있다. 이은상 기념사업을 거론하는 게 오히려 고인을 욕되게 만든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 3.15의거를 폄훼했던 이은상이 쓴 <가고파> 시비가 마산역광장에 세워져 있는데, 14일 누군가 시비 앞면에 페인트로 훼손해 놓았다. 페인트는 계란에 넣어 던져져으며, 바닥과 시비 앞면에 계란이 붙어 있었다. ⓒ 윤성효
이은상은 누구?
이은상은 누구인가. 마산에서 태어난 그는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공부했다. 그는 이화여자전문학교 교수를 지내고 <동아일보>, <조선일보>에 근무했으며, 1942년 조선어학회사건에 연루되어 구금되었다.
그는 동국대 교수, 충무공이순신장군기념사업회장, 안중근의사숭모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1976년 성곡학술문화재단 이사장을 거쳐 총력안보국민협의회 의장 등을 지냈고, 1981년 국정자문위원 등을 역임하였다.
전두환 정부는 그가 작고했을 때 문화훈장 1등급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고, 국가가 지원하는 '사회장'으로 장례를 치러 국립묘지 현충원에 안장했다.
그러나 그는 '친독재 행적'이 뚜렷하다. 마산 출신인 그는 마산의 자랑인 3·15의거와 4·11마산사건(1960년, 김주열열사 시신인양 날짜)을 폄훼했다. 그는 당시 <조선일보> 등의 인터뷰를 통해 3·15의거에 대해 '불합리·불합법이 빚어낸 불상사'라고 발언했다.
문학관, '가고파' 시비, '은상이샘' 등 논란 계속
▲ 마산문학관 전경. ⓒ 윤성효
논쟁 끝에, 옛 마산시의회는 2005년 5월 20일 '마산문학관 운영 조례안'을 채택했다. 옛 마산시와 마산시의회가 '이은상(노산)문학관'을 버리고 '마산문학관'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현재 마산문학관에는 시 "옛 동산에 올라"가 새겨진 '노산시비'만 있다. 문학관 명칭을 '노산'이 아닌 '마산'으로 하기로 결정 난 뒤부터 이은상 기념사업 논쟁은 잠잠했는데, 2013년 마산역 광장에 시비가 세워지면서 다시 시끄러웠다.
코레일 부산경남본부 마산관리역과 국제로타리클럽이 마산역 광장에 시 "가고파"를 새겨, 그해 2월 6일 제막식을 열기로 했다. 당시 마산관리역은 보도자료를 통해 "민족시인 노산 이은상 선생의 가고파 노래비를 세웠다"고 밝혔다.
그런데 제막식을 앞두고 시비에 페인트 테러가 가해진 것이다. 누군가 시비 앞뒷면에 페인트를 칠해 놓았고, 제막식을 앞두고 페인트를 지우는 작업을 벌였지만 그 흔적은 지금도 남아 있다.
남마산로타리클럽과 경남상인연합회, 마산포럼, 마산살리기범시민연합 등 문인․봉사단체들은 '마산역 광장 이은상 시비 보존회'를 결성해, 페인트를 닦아내는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이 시비는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25개 단체로 구성된 3·15정신계승시민단체연대회의는 마산역 광장에서 "역사왜곡, 유신부활 저지를 위한 3·15정신계승 실천대회"를 열기도 했다. 이들은 시비 철거를 시도하다 마찰을 빚기도 했다.
▲ 3.15정신계승시민단체연대회의, 전국철도노조 부산지방본부, 민주노총 경남본부가 14일 오전 마산역 광장에 세워진 이은상의 '가고파 시비' 옆에 "시인의 친독재가"라는 안내판을 세웠다. ⓒ 윤성효
하는 수 없이 3·15정신계승시민단체연대회의는 '가고파' 시비 옆에 "시인의 친독재가"와 "한국민주주의 요람, 민주성지 마산 수호비"라는 안내판을 세워놓았다. 마산역이 시비를 철거할 수 없다고 하자 시민단체가 이은상의 친독재 행적을 기록해 놓은 것이다. 그 안내판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승만 자유당 영구집권 음모 동조 / 독재자와 그 후계자 정부통령 당선 위해 / 전국을 유세하며 부정선거 힘 보탰네 / 3·15와 4·11 마산사건은 도대체 / 불합리 불합법이 빚어낸 불상사라 / 지성잃은 데모요 비정신적 사태로다 / 고향 걱정 한다면서 은근슬쩍 겁주기를 / 무모한 흥분으로 과오를 범치마라 / 과오와 과오 연쇄는 필경은 이적행위 / 4월학생혁명탑문 5·16 위해 써줬을 뿐 / 쿠데타 협력 유신지지 학살자에 아첨 떨며 / 독재권력 품속으로 가고파라 가고파"(시인의 친독재가).
"모든 사람을 잠시 속일 수는 있으나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민주주의 역사의 정수, 3·15마산정신과 결코 양립할 수 없는 이은상의 반민주 친독재 행적을 널리 시민에게 알리고, 3·15정신을 올곧게 계승하기 위하여 뜻있는 시민들의 성금으로 이 비를 여기에 세운다"(수호비).
오래 전부터 '은상이샘' 철거도 요구하기도
▲ 열린사회희망연대는 2006년부터 마산 육호광장 옆에 있는 '은상이샘'의 철거를 촉구하고 있다. ⓒ 윤성효
옛 마산시가 세운 표지석에는 "민족시인 노산 이은상 선생을 기리고 시민의 얼과 정서를 해맑게 하기 위하여 생명의 젖줄 은상이샘을 이 자리에 옮겨 복원합니다"고 되어 있다.
열린사회희망연대는 2006년부터 은상이샘의 철거를 촉구했다. 이 단체는 한때 3·15의거 기념일 때마다 이곳에서 '은상이샘 철거 촉구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김영만 전 열린사회희망연대 대표는 "이은상 추종자들은 주민들이 이 우물을 '은상이샘'이라 불렀다고 주장하지만 '은상이'를 '이은상'으로 단정할 수 없다"며 "지역에서는 맑고 깨끗한 물이 흘러나오는 샘을 통칭 '은새미'라 하고, 경상도 발음으로 샘을 '새미'라고 말하는데, 이 샘은 '은상이샘'이 아니라 '은새미'로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창원시는 옛 마산 상남동(현 노산동)의 도시재생사업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은상의 작품을 주제로 한 골목길 테마조성사업을 벌인다는 내용이다. 창원시는 이 사업 계획을 아직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창원시의원 등을 통해 확인이 되고 있다.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마산), 6월항쟁정신계승사업회,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등 관계자들은 13일 창원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더 이상 이은상을 두고 문화관광자원이니 문화콘텐츠니 하는 말은 하지 마라"며 "그는 관광상품으로서의 매력도 가치도 이미 상실했다"고 밝혔다.
현재 창원시는 '마산문학관' 명칭을 '노산문학관'으로 변경할 계획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골목길 테마조성사업의 구체적인 계획이 나와 이은상과 관련한 내용이 들어갈 경우 논란이 될 수도 있다.
김영만 전 대표는 "'은상이샘'처럼 조작·왜곡해서 전설을 만들 수도 있고, 친독재 인물을 미화할 수도 있는데, 창원시의 골목길 테마조성사업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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