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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행정관까지 헛소리..." 이정현 "정치할 자격 없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친이-친박' 격돌

등록|2015.01.14 10:50 수정|2015.01.14 15:00
친이계의 수장이었던 이재오 의원과 친박계의 핵심인 이정현 최고위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두고 격돌했다.

14일 오전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이재오 의원이 "인적 쇄신 대상들에게 면죄부보다 더 큰 힘을 실어줬다"라고 박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비판하자, 이정현 최고위원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국민 요구를 모르면 정치할 자격 없다"라고 반박했다.

이재오 "행정관까지 헛소리 하고 다니면 되겠나?"

문건파동의 배후? 굳은 표정의 김무성음종환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이 청와대 문건파동의 배후로 지목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를 주재하며 이완구 원내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이재오 의원. ⓒ 남소연


가장 먼저 발언에 나선 이는 이재오 의원이었다. 이 의원은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의 짧은 발언이 끝나자마자 '중구삭금(衆口鑠金)'이라는 한자성어를 꺼내들었다. '중구삭금'이란 '뭇사람의 말은 쇠도 녹인다'는 뜻으로 그만큼 '여론의 힘이 크다'는 말이다.

이 의원은 "옛날 지도자들은 이것을 금과옥조로 생각하고 정치했다"라며 "그런데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이 중구삭금과는 완전히 거꾸로 가는 회견이다"라고 꼬집었다. "여론을 반영하는 기자회견이 아니라 여론과 거꾸로 가는 기자회견이었다"는 지적이다.

이어 이 의원은 "저도 (이명박 정부의) 내각에 있을 때 불려가서 회견문 보고 이것이 여론에 합당하냐 안 하냐를 검증했다"라며 "그런데 (여론은) 인적 쇄신을 되게 요구했는데 (오히려) 그 대상들에게 면죄부보다 더 큰 힘을 실어줬다"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문고리 3인방이 진짜 실세가 되어 버렸다"라며 "(문고리) 비서관 3인만 아니라 행정관까지 나서서 온 데 헛소리하고 다니면 되겠나?"라고 질타했다. 지난해 12월 한 술자리에서 "문건파동 배후는 K, Y"라고 말했다고 알려진 음종환 청와대 홍보수석실 선임행정관까지 겨냥한 것이다. 음 선임행정관은 이정현 최고위원을 오랫동안 보좌한 인물이다.

이 의원은 "지도자의 덕목 중 하나는 잘못됐다면 빨리 고칠 줄 아는 것이다"라며 "이번 신년 기자회견이 잘못됐다는 걸 알면 빨리 고쳐서 후속조치를 내려야 한다"라고 거듭 인적 쇄신을 요구했다.

또한 이 의원은 당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이 저렇게 나가면 당이 공식적으로 '청와대, 이렇게 하면 안 된다'거나 '대통령,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한마디 해야 한다"라며 "비선실세 있든 없든 여론은 그 사람들을 인적 쇄신하라고 요구하는데 그들을 감싸고 돌면 어떻게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당이 아니라고 공식적으로 얘기해야 하는데 청와대 논평보다 한 발 더 나아가 버렸다"라며 "제가 우리 의원들 많이 만나보는데 생각이 저와 똑같은데 말을 안 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청와대는 임기 3년 남았지만 우리 임기는 1년 남았다"라며 "이 많은 사안을 해결하고 선거에 임해야 하는데 지금은 3년 남은 청와대가 1년 남은 당에 힘 실어줘야 할 때다, 금년 1년은 청와대가 당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정현 "대통령의 '경제살리기 일관성' 평가해줘야"

이재오 공격에 '발끈'한 이정현14일 오전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한 이재오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비판한 데 이어 '이정현 사람'으로 분류되는 음종환 행정관까지 거론하며 "헛소리하고 다닌다"라고 질책하자, 이정현 최고위원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국민 요구를 모르면 정치할 자격 없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 남소연


이정현 최고위원이 발끈할 수밖에 없었다. 이재오 의원이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비판한 데만 그치지 않고 '이정현 사람'으로 분류되는 음종환 행정관까지 거론하며 "헛소리하고 다닌다"라고 질책했기 때문이다. 

이 최고위원은 "지금 국민들이 대통령과 정치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원하고 바라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라며 "이것조차 판단하지 못하면 스스로 정치할 자격 없다, 그것을 정확하게 읽지 못한다면 정당이나 정치인으로서 존재할 이유가 없다"라고 이재오 의원을 직접 겨냥했다.

이 최고위원은 "지금 국민들이 정치권과 대통령, 정부에게 바라는 것은 먹고 사는 문제에 전념해달라는 것이다"라며 "그래서 박 대통령이 3년 연속 일관성있게 경제에 전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 최고위원은 "그 밖의 다른 사항은 다른 기회에 말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 마땅하다"라며 "예를 들어 정부 개혁, 청와대 개혁 등 인사문제를 최종인사권자가 공개적으로 저렇게 하겠다고 방향을 제시하는 순간 모든 조직이 올스톱 된다"라고 지적했다.

이 최고위원은 "그 인사가 끝나기 전에 일이 손에 안 잡히는데 누가 손해겠나? 국민이 어려워진다"라며 "진심으로 국민을 위하는 대통령이라면, 정치인이라면, 정말 국민을 위해서 일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국민이 원하는 것에 전념해야 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최고위원은 "수출 갖고 먹고 사는 대한민국에서 적어도 국제시장을 넓히는 데 전념하고 거기에 모든 여력을 쏟아부어야 한다"라며 "걸핏하면 개헌, 대연정, 선거지원 등을 얘기하고 국무총리 내세워 정치에 개입해 혼란을 야기하고, 갈등과 분열, 대립을 조장하는 정치행태는 잘못됐다"라고 비판했다.

끝으로 이 최고위원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지만 일관성 있게 먹고 사는 문제에 전념하려는 대통령 의지를 평가해줘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자신의 발언을 마무리했다. 

심재철 "쇄신 요구가 잘못인양 치부돼"

앞서 심재철 의원도 "국민과 언론은 지난해 나라를 뒤집어놨던 청와대 문건유출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어떤 쇄신을 보여줄 것인지에 주목했다"라며 "하지만 국민들이 주목했던 전반적인 쇄신요구는 잘못된 것인양 치부되고 말았다"라고 대통령 신년기자회견 비판에 나섰다.

심 최고위원은 "국민들이 관심 가졌던 건 소통 불통에 대한 대통령의 견해였다"라며 "이 역시 대통령 본인께서는 소통 잘하고 있는데 언론과 국민이 잘 모르고 있다는 취지로 답변했는데 국민들이 얼마나 동의할지 모르겠다"라고 꼬집었다.

심 최고위원은 "장관 대면보고가 필요없다, 민정수석 항명은 항명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등은 국민의 생각과 동떨어진 것들이다"라며 "대통령 신년회견으로 온 국민이 이전 잘못을 말끔히 정리하고 새출발하기를 기대했는데 그리 되지 않아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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