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휴대폰 소매치기가 많은 이유
[중국에서의 추억⑦] 얼쇼우지를 아세요?
중국에 도착하고 몇 주가 지나 나는 휴대폰을 사기로 했다. 당시 중국 친구들이 많이 쓰던 제품은 모토로라나 삼성 혹은 노키아였다. 가격은 크게 비싸지는 않았지만 일 년여를 머물 내게 새 휴대폰은 좀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일단 귀국하는 한국 유학생이나 아는 친구를 통해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기로 했다.
"얼쇼우지라는 게 있어. 그건 좀 싸."
얼쇼우지(二手机)는 한자를 그대로 해석하면 두 번째로 사용하는 휴대폰이라는 뜻이었다. 근처 마트에 매장이 있다기에 우선 룸메이트가 먼저 사보기로 했다. 사용 흔적이 많지 않고 비교적 깨끗한 데다가 한국에서 쓰던 휴대폰에 비해 그렇게까지 구식 제품이 아니라서 잘 샀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고장이 났고 새것이 아니라서 고치기 어렵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었다.
'돈 아까운데 그냥 새 거 사야 하나?'
그러던 와중에 중국 친구가 자기가 쓰던 휴대폰이 있는데 필요하면 그냥 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나는 얼쇼우지를 사지 않아도 되었다.
당시 중국에서는 휴대폰을 개통하기 위한 특별한 절차가 필요하지 않았다. 근처 가게를 찾아 통신사와 번호를 고르고 유심칩을 사서 충전을 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선불폰과 비슷한 방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기존의 유심칩을 제거하고 자신의 것을 끼워 넣으면 누구나 그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래서 유난히 휴대폰을 훔치는 소매치기와 도둑이 많다고 했다.
"나도 이거 세 번째 휴대폰이야. 웬만하면 바지 주머니에 항상 넣고 점퍼 주머니처럼 헐렁한 곳에는 넣지 마. 그리고 뒤로 매는 가방에 두면 안 된다. 탁자 같은 데에도 올려두지 말고. 집어간다고."
나와 후샹(언어교환)을 하던 친구는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며 충고했다. 그래서 나는 휴대폰을 끈에 매어 목에 걸고 다녔다. 한동안은 절대 잃어 버리거나 누구도 훔쳐갈 수 없다는 생각에 든든했다. 그러던 어느 날 쇼핑몰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 입기 위해 휴대폰을 벗어 놓고는 그냥 나와 버렸다. 돌아가 구석구석 확인했지만 내 휴대폰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배터리가 한 칸도 닳지 않았지만 전화기는 꺼져 있었다. 후에 안 사실이지만 이런 장물은 얼쇼우지로 판매가 된다고 했다.
한 번은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계산을 하고 나왔는데 친구가 휴대폰을 두고 온 것 같다고 했다. 최신기종은 아니었지만 한국에서 가져온 모토로라 제품이었다. 짧게는 30초 아무리 길게 잡아도 우리가 가게를 떠나 온 건 채 1분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종업원 중 그 누구도 휴대폰을 본 사람이 없단다. 그리고 이미 친구의 휴대폰은 꺼져 있었다.
얼쇼우지를 산다는 건 누군가가 도둑맞은 휴대폰을 쓰는 것 같아 꺼림칙한 마음에 새 제품을 사기로 했다. 나의 두 번째 휴대폰은 노키아 제품으로 200위안이 살짝 넘는 저렴한 기종이었다. 전화와 문자는 잘되지만 완전 컬러가 아니었고 4색 정도를 구현하는 제품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한 번도 고장이 나지 않고 끝까지 잘 사용할 수 있었다. 한국에 돌아와 내가 쓰던 최신형 휴대폰을 보니 그제야 중국을 떠나왔다는 게 실감이 났다.
"얼쇼우지라는 게 있어. 그건 좀 싸."
얼쇼우지(二手机)는 한자를 그대로 해석하면 두 번째로 사용하는 휴대폰이라는 뜻이었다. 근처 마트에 매장이 있다기에 우선 룸메이트가 먼저 사보기로 했다. 사용 흔적이 많지 않고 비교적 깨끗한 데다가 한국에서 쓰던 휴대폰에 비해 그렇게까지 구식 제품이 아니라서 잘 샀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고장이 났고 새것이 아니라서 고치기 어렵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었다.
'돈 아까운데 그냥 새 거 사야 하나?'
그러던 와중에 중국 친구가 자기가 쓰던 휴대폰이 있는데 필요하면 그냥 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나는 얼쇼우지를 사지 않아도 되었다.
▲ 잃어버리면 찾기는 힘들어도 쓰고 싶은 금액만큼 충전할 수 있는 중국휴대폰의 장점. 나는 한 번에 10위안에서 30위안 정도를 넣어 사용하고는 했다. ⓒ 최하나
당시 중국에서는 휴대폰을 개통하기 위한 특별한 절차가 필요하지 않았다. 근처 가게를 찾아 통신사와 번호를 고르고 유심칩을 사서 충전을 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선불폰과 비슷한 방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기존의 유심칩을 제거하고 자신의 것을 끼워 넣으면 누구나 그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래서 유난히 휴대폰을 훔치는 소매치기와 도둑이 많다고 했다.
"나도 이거 세 번째 휴대폰이야. 웬만하면 바지 주머니에 항상 넣고 점퍼 주머니처럼 헐렁한 곳에는 넣지 마. 그리고 뒤로 매는 가방에 두면 안 된다. 탁자 같은 데에도 올려두지 말고. 집어간다고."
나와 후샹(언어교환)을 하던 친구는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며 충고했다. 그래서 나는 휴대폰을 끈에 매어 목에 걸고 다녔다. 한동안은 절대 잃어 버리거나 누구도 훔쳐갈 수 없다는 생각에 든든했다. 그러던 어느 날 쇼핑몰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 입기 위해 휴대폰을 벗어 놓고는 그냥 나와 버렸다. 돌아가 구석구석 확인했지만 내 휴대폰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배터리가 한 칸도 닳지 않았지만 전화기는 꺼져 있었다. 후에 안 사실이지만 이런 장물은 얼쇼우지로 판매가 된다고 했다.
한 번은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계산을 하고 나왔는데 친구가 휴대폰을 두고 온 것 같다고 했다. 최신기종은 아니었지만 한국에서 가져온 모토로라 제품이었다. 짧게는 30초 아무리 길게 잡아도 우리가 가게를 떠나 온 건 채 1분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종업원 중 그 누구도 휴대폰을 본 사람이 없단다. 그리고 이미 친구의 휴대폰은 꺼져 있었다.
얼쇼우지를 산다는 건 누군가가 도둑맞은 휴대폰을 쓰는 것 같아 꺼림칙한 마음에 새 제품을 사기로 했다. 나의 두 번째 휴대폰은 노키아 제품으로 200위안이 살짝 넘는 저렴한 기종이었다. 전화와 문자는 잘되지만 완전 컬러가 아니었고 4색 정도를 구현하는 제품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한 번도 고장이 나지 않고 끝까지 잘 사용할 수 있었다. 한국에 돌아와 내가 쓰던 최신형 휴대폰을 보니 그제야 중국을 떠나왔다는 게 실감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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