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쓰레기에 이웃 간 다툼 커진다
마을 공동체 형성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애물 많아
▲ 수원 정자동 주택가주택가 골목에 쌓여 있는 쓰레기 ⓒ 김민규
지난 15일 수원 정자동 한 주택가에서 고성이 들려왔다. 바로 골목 하나를 앞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는 이웃끼리의 다툼이었다. 큰 싸움으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10여분 동안 계속된 말싸움은 다름 아닌 쓰레기 때문이었다. 왜 내 집 담벼락에 쓰레기봉투를 가져다 두냐는 것이었다.
골목길 쓰레기 문제는 이곳만의 문제가 아니다. 얼마 전에도 이곳에서 두 블록 떨어진 곳에서 쓰레기 문제로 이웃 간에 큰 말싸움이 벌어져 주변 주민들이 서로 뜯어 말리는 사건도 있었다. 사실 악취가 나는 여름철만 아니면 종량제 봉투에만 제대로 담겨만 있으면 쓰레기가 쌓여 있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쓰레기가 쌓여 있으면 일부 골목길을 지나는 사람들이 그냥 종량제 봉투에 처리하지 않고 쓰레기를 버리는 게 문제다. 특히 요즘 주택가는 단독주택에서 빌라와 원룸 신축이 늘어나면서 쓰레기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아파트 단지와 달리 명확하게 쓰레기 배출 장소가 구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런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겨울철, 화단이 쓰레기통으로 전락
▲ 수원 정자동 주택가겨울철 화단을 가득 채운 쓰레기 ⓒ 김민규
정자동에서는 마을 만들기 사업이 추진되고 있고 일부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골목길 가꾸기 등에 동참하고 있다. 정자동에는 담장 허물기 사업이 추진된 구역도 있다. 또 소통과 문화의 거리도 있어서 지역 주민들이 공동체 의식도 함양하고 작은 문화 캠페인을 통해서 문화생활에 대한 갈증도 다소 해소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쓰레기 문제는 완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정자동의 한 주택 앞에는 세 개의 화단이 있다. 하지만 생활쓰레기와 담배꽁초로 가득 차 있었다. 봄이 되면 예쁜 꽃이 필 화단이지만 겨울철에는 쓰레기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은 모습이다. 과연 쓰레기로 가득 찬 이 화단에서 올해 봄에는 꽃이 필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영화동 느림보타운의 경우는 화단에 덮개가 설치되어 쓰레기 투기를 방지했다. 이런 아이디어를 정자동 주택가 화단에도 적용한다면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CCTV로 쓰레기 불법투기 잡는다
▲ 수원 정자동 두견어린이공원쓰레기 불법투기 방지 CCTV ⓒ 김민규
몇 해 전만 해도 정자동 두견어린이공원 한쪽에는 쓰레기가 산더미 같이 쌓여 있었다. 인근 상가에서 이곳에 쓰레기를 가져다 버렸고 또 일부 공원 이용객들이 이곳에 쓰레기를 버렸다. 일부 몰상식한 사람들은 차를 타고 와서 이곳에 몰라 쓰레기를 버리기도 했다.
두견어린이공원 앞에는 수원의료원이 있어 외지인의 통행이 많고 또 어린이들의 이용이 많아서 보건과 위생상 쓰레기 불법투기 방지는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에 시 당국은 두견어린이공원에 방범용 겸 쓰레기 불법투기 방지를 위한 CCTV를 설치했다. 그 후 두견어린이공원은 이전과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이곳에서 이제 쓰레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CCTV 설치가 큰 효과를 본 것이다.
앞으로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거나 어린이공원과 같이 특별히 관리가 필요한 지역에 다목적용 CCTV가 더 확충된다면 많은 부수적인 효과가 생길 것이다. 하지만 CCTV 설치는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 현재 낙후가 심해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서 원도심 지역에 CCTV가 집중적으로 설치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쓰레기 불법투기를 막기 위해 전 지역에 설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지역 주민들이 CCTV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동네의 청결은 내가 나설 때 지킬 수 있는 것이다. 또 쓰레기로 이웃 사이에 얼굴을 붉히기 보다는 재치 있는 문구로 쓰레기 투기 방지에 나선다면 오히려 효과는 배가 될 것이다. 지금보다 더 공동체 연대감이 있는 마을이 되기 위해서는 넘을 산이 아직은 많다.
덧붙이는 글
e수원뉴스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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