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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 떡국 먹을 수 없던 사람들이 먹던 가난한 음식

[서평] <세시풍속의 지속과 변용>

등록|2015.01.21 14:58 수정|2015.01.21 14:58
기차표 예매가 시작됐다는 소식이 민족 대이동을 알리는 서곡쯤으로 들립니다. 설 기차표 예매가 시작됐다는 소식이 그렇고, 추석 기차표 예매가 그렇습니다. 지난 추석 때도 그랬지만 다가오는 설 역시 민족 대이동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많은 사람이 귀성과 귀경길로 나설 거라 생각됩니다.

설이나 추석하면 대이동에 이어 송편과 떡국 그리고 성묘가 연상됩니다. 추석을 상징하는 송편은 원래 2월 초하루에 화간(볏가릿대) 앞에 놓고 풍농을 기원하기 위해 만들던 음식이었다고 합니다. 설날 음식을 상징하는 떡만둣국 또한 예전에는 지금과 달랐다고 합니다.

떡국하면 의례 만두 몇 개쯤 들어 있는 떡만둣국을 연상할 것입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집이 가난해 떡국을 해 먹기가 어려웠던 사람들이 해먹은 음식이 만두라고 합니다. 요즘은 추석이나 설 때 차례를 지내고 나면 성묘를 다녀오는 걸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이 또한 예전에는 한식날에만 행하는 게 성묘였다고 하니 세시풍속도 뭔가 많이 달라지거나, 변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세시풍속은 한 해를 단위로 일정한 시기에 관습적·전승적·반복적·의례적으로 거행하는 행동 양식 또는 생활 행위 내지 음력 정월부터 섣달까지 같은 시기에 반복되는 주기전승의례, 또는 집단적으로 매년 동일한 역순(歷巡)에 따라 동일 양식의 관습적 의례가 되풀이 되는 전승행사로 정의한다. -<세시풍속의 지속과 변용> 13쪽

사리진 풍속, 새로 생겨난 풍속 <세시풍속의 지속과 변용>

▲ <세시풍속의 지속과 변용> (편저자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원 / 펴낸곳 채륜 / 2014년 11월 20일 / 값 2만 2000원) ⓒ 채륜


책 <세시풍속의 지속과 변용>(편저자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원, 펴낸곳 채륜)은 우리나라에서 연중 되돌림되고 있는 여러 세시풍속이 근대사에서 어떻게 변화되거나 변색되고 있는 지를 담고 있는 세시풍숙 변천사입니다.

세시풍속이라고 해서 불멸일 수도 없고 불변일리도 없습니다. 자연계가 다 그러하듯 세시풍속 역시 석전(石戰)처럼 사라져 없어진 것도 있고, 추석이나 설처럼 아직 그대로 인 것도 있고, 변형되거나 변질 된 것도 있고, 크리스마스처럼 예전에는 없었던 게 새로 생겨난 것도 있습니다.

13달로 기술된 여러 세시풍속 관련 내용 중에서도 대표성을 띠는 주요 세시풍속은 원단, 대보름, 입춘(정월), 천정병, 삼성점(2월), 한식, 중삼(3월), 석가탄신일(4월), 단오(5월) 유두, 삼복(6월), 칠석, 쇄서, 백중(7월), 추석(8월), 중양절(9월), 시제, 고사, 김장(10월), 동지(11월), 세찬, 구세배, 수세, 복조리 사기(12월), 수의 짓기(윤월) 등 모두 25가지이다. -<세시풍속의 지속과 변용> 107쪽

'조선총독부 간행물'에서 찾아 볼 수 세시풍속들입니다. 귀에 익숙한 것들도 있지만 아주 생소한 것들도 없지 않습니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세시풍속들은 개화기에서 일제 강점기까지 지속되던 한국에서의 전통과 변천사 중 일부입니다.

조선 후기 개화기를 맞은 우리나라의 세시풍속 양상은 다양하고, 개화기를 맞아 방문한 외국인의 눈이 비춘 세시풍속은 온정주의적 오리엔탈리즘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선교사가 본 굿, 명절을 전후 해 펼쳐지던 풍경, 지금은 볼 수 없는 돌싸움(석전), 단옷날 그네뛰기, 연날리기 등이 이방인의 눈높이에서 본 감성과 소감으로 정리돼 있는 내용들을 인용해 소개하고 있어 너무 익숙해 우리는 미처 깨닫지 못하는 세시풍속을 보다 객관적으로 되돌아 볼 수 있게 해 줍니다.

나라가 개화되며, 음력을 사용하다 양력을 사용하게 되는 과정은 세시풍속이 지속되거나 사라지는데 커다란 영향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식 유래에 담긴 개자추 이야기는 전설이어서 재미있고, 크리스마스가 도입되는 과정을 읽을 수 있는 내용은 근대사여서 진지합니다.  

책에서는 '조선총독부 간행물', '임하일기'는 물론 근대 매체에 수록돼 있는 내용들을 다양하게 인용해 설명하고 있어 없어지고 변한 세시풍속, 변형됐거나 새로 생겨난 온갖 세시풍속에 실린 변천사를 보다 객관적이면서도 입체적으로 더듬어 볼 수 있어 의미 있는 책 읽기가 될 거라 기대되는 내용입니다.
덧붙이는 글 <세시풍속의 지속과 변용> (편저자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원 / 펴낸곳 채륜 / 2014년 11월 20일 / 값 2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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