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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 녹이는 투쟁 열기... 거리로 나선 삼성 노동자

폐업철회·매각철회·임단협 체결 등 이유 제각각... 2차 상경 투쟁 예고

등록|2015.01.23 15:55 수정|2015.01.23 15:55

"이재용 부회장, 우린 노예가 아니예요"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지난 19일 오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삼성그룹 신임사장단 만찬이 열린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앞에서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위장폐업 STOP', 'AS기사는 노예가 아니예요'라고 적힌 펼침막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남소연


삼성 노동자들의 투쟁이 뜨겁다. 삼성 사업장에 노동조합 결성이 이어지고, 집회와 시위, 10보 1배가 벌어지고 있다. 노동조합이 아닌 노동자협의회도 집회를 벌이고 파업 수위를 높이고 있다.

'동투(冬鬪, 겨울 투쟁)'에 나선 삼성 노동자들은 한 두 곳이 아니다. 삼성전자서비스 진주·마산센터 노동자들이 '폐업철회', 삼성테크윈·삼성토탈·삼성종합화학·삼성탈레스 노동자들은 '매각철회',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노동자들은 '임단협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무노조 경영'을 해오고 있다. 그런데도 여러 개 사업장에서 한꺼번에 노사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추운 겨울인데도 삼성 노동자들은 왜 뜨겁게 투쟁하고 있을까.

삼성전자서비스 진주·마산센터 '폐업철회' 투쟁 이어져

삼성전자서비스 진주·마산센터 노동자들이 처절하게 싸우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센터는 위탁업체에서 운영해 오고 있는데, 위탁업체는 경영적자 등의 이유를 들어 폐업했다. 진주센터는 지난해 10월 6일, 마산센터는 올해 1월 2일 폐업했다.

삼성전자서비스 전국 센터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해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가입한 때는 지난 2013년이었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가입 조직률은 경남지역 센터가 다른 지역 센터에 비해 높다.

금속노조는 '위장폐업'이라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진주센터가 폐업하자 금속노조는 진주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시가지를 행진하면서 '폐업철회'를 외쳤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진주센터분회 조합원들은 해를 넘겨 싸우고 있다.

그러나 새해 들어 마산센터까지 폐업했다. 요즘 진주·마산센터 조합원들은 창원 성산구 상남동에 있는 창원센터 앞에서 자주 집회를 갖는다. 삼성전자서비스 창원센터가 경남지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은 지난 22일 이곳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 삼성전자서비스 진주-마산센터가 폐업한 가운데,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경남지역분회는 지난 16일 오후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1킬로미터 가량 거리에 있는 삼성전자서비스 창원센터 앞까지 '위장폐업 철회 요구 10보 1배'를 벌였다. ⓒ 윤성효


또 마산·진주센터 조합원들은 지난 16일 창원센터에서 1km 가량 거리에 있는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위장폐업 철회'를 내걸고 10보 1배를 하기도 했다. 이들은 집회와 10보 1배를 진행하면서 때로는 경찰과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마산·진주분회 조합원들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 앞에서 "비정규직 서비스 기사 노동탄압 중단"을 외쳤다. 이날 저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신라호텔에서 '삼성그룹 신임임원 만찬'을 벌였는데, 그 행사에 맞춰 노동자들이 시위를 벌인 것이다.

이날 조합원들은 "삼성을 위해 일했는데 억울하게 해고됐다", "비정규지 철폐하라", "위장폐업 철회하고 고용승계 보장하라"고 외쳤다. 이날 조합원 3명이 만찬회장으로 들어가려고 하다 제지당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서비스 진주센터는 폐업 뒤 직영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투입됐다. 마산센터는 창원점 사장이 신규점 개장 공고를 냈다.

길거리로 내몰린 삼성전자서비스 수리 기사들은 "회사측이 어떤 조치를 취한다고 해도 노동조합은 건재하다"며 싸우고 있다. 진주·마산센터 폐업 사태가 장기화하자,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유영일 지회장 등 간부들이 창원에 상주하며 투쟁하고 있다.

유영일 지회장은 "폐업은 자본의 '갑질'이다, 재벌의 갑질에 더 이상 놀아나지 않겠다"며 "비정규직과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통곡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테크윈 등 4개사, 매각철회 공동투쟁 계속

▲ 금속노조 경남지부 삼성테크윈지회, 삼성테크윈노조, 한국노총 화학노련 삼성종합화학노조, 삼성토탈노조, 삼성탈레스 비상대책위는 지난 21일 삼성그룹 본사 앞에서 공동투쟁을 벌이고, ‘매각 반대’를 요구하는 항의서한문을 발표했다. ⓒ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삼성토탈·삼성종합화학·삼성탈레스 노동자(노조․비상대책위)들은 공동투쟁을 벌이고 있다. 4개사 전체 직원은 8700여 명에 이른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11월, 4개 업체를 한화그룹에 매각한다고 발표했고, 현재 매각과 관련한 실사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매각방침 발표 뒤, 삼성테크윈 창원2사업장과 창원3사업장 소속 1000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23일 금속노조 경남지부 삼성테크윈지회(지회장 윤종균)는 "조합원들의 지지와 성원이 높고, 노조 가입비 납부율 96%를 돌파했으며, 1인당 100만 원씩 내기로 최근 결의했던 투쟁기금 납부율도 벌써 절반가량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들은 '100년 가는 노조'가 될 것이라 다짐하고 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삼성테크윈지회, 삼성테크윈노조, 한국노총 화학노련 삼성종합화학노조, 삼성토탈노조, 삼성탈레스 비상대책위는 지난 21일 삼성그룹 본사 앞에서 공동투쟁을 벌이고, '매각 반대'를 외쳤다. 4개 업체 노동자들이 공동 집회를 한 적은 삼성그룹이 만들어진 뒤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우리는 지금 분통과 분노로 여기에 섰다"며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희생양으로 방산사업과 화학계열사를 선택한 현실을 강력히 규탄한다, 지난해 리더 한 사람의 잘못된 결정으로 망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매각의 본질은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아무런 상관없는 경영권 승계 세습에 따른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한 삼성자본의 거래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이에 부당한 절차와 잘못된 결정에 의한 매각은 전면 백지화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이들은 이날 공동항의서한을 통해 "삼성자본은 4개사의 매각을 즉각 철회할 것"과 "삼성자본은 민주노조 탄압과 노노갈등 배후 조장을 중단할 것", "삼성자본은 노동자를 진정한 파트너로 인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삼성은 노동자들의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조활동을 방해하는 악질적인 노조탄압과 사내 인터넷망 등을 통해 노동조합을 불법과 폭력을 일삼는 이상한 단체로 매도하는 행위, 그리고 조직적이고 악질적인 노노간의 갈등 조장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4개사 노동자들은 오는 29일에도 2차 상경투쟁을 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파업 수위 높여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노동자들도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삼성중공업에는 노동조합이 결성되어 있지 않고 노동자협의회가 구성되어 있다. 노동자협의회는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한다.

삼성중공업 노-사는 지난해 임단협 교섭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해를 넘겼다. 지난해 삼성중공업 노-사는 임금협상에 잠정합의했지만,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됐다.

노동자협의회는 줄어든 '초과이익분배금(PS)'과 '생산성격려금(PI)'의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지난 9일 삼성그룹 본사 앞에서 상경집회를 열었는데, 이들이 상경집회를 하기는 매우 드물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파업을 위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해 가결시켰다. 지난 14일 찬반투표에서 전체 조합원 5482명 가운데 4441명(81%)이 투표해, 3848명(86.6%)이 찬성해, 압도적 가결을 보였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당장 파업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우선 사측과 협상에 최대한 성실하게 나선다는 게 노동자협의회의 계획이다. 그리고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은 삼성중공업 노사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실시된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위원장 선거 때 노동조합을 결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후보가 나오기도 했다.

삼성 노동자들의 계속된 투쟁과 관련해, 김재명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23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노동자들의 기본권은 어떠한 경우에도 보장되어야 하고 존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동자들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인권이 자본에 의해 착취를 당해온 것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삼성은 노동자들을 착취한 모든 가치를 보상해야 할 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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