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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아파트 애들은 안 돼" Y초 학부모 비뚤어진 자녀사랑

소득수준 따라 줄 세운 Y초교... 3년 전부터 학부모들 집단 민원 드러나

등록|2015.01.27 15:01 수정|2015.01.27 17:45

▲ 안동의 Y초등학교 ⓒ 조정훈


경북 안동의 한 초등학교가 지난 8일 신입생 예비소집을 하면서 거주 아파트별로 줄을 세워 논란이 된 가운데 3년 전 이 학교가 들어서면서부터 일부 아파트 학부모들이 임대아파트 아이들과 구분해줄 것을 교육청에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관련기사 : 안동지역 초등학교 예비소집... 소득 수준에 따라 줄 서기?).

안동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안동시 옥야동에 있던 Y초등학교는 지난 2012년 3월 민간투자 사업(BTL)을 통해 옥동으로 옮겨왔다. '민간투자사업'이란 교육청과 민간사업자가 계약을 맺고 민간사업자가 학교를 지어 운영하면 교육청이 매년 분할해 상환하는 방식이다. Y초등학교에서 약 700미터 떨어진 곳에는 B초등학교가 있다.

Y초등학교의 인근에는 B아파트 단지(지난해 10월 입주, 570여 세대)와 H아파트 단지(610여 세대)가 있다. 또 임대아파트인 주공 6단지와 주공 7단지가 있는데, 두 아파트 단지에는 1800여 세대가 입주해 있다.

분양 아파트 학부모들 "임대 애들은 입학시키지 말라"

Y초등학교가 현재 위치로 옮겨오자 H아파트에 거주하는 학부모들은 임대아파트 아이들이 자신의 자녀들과 함께 수업받는 것을 반대했다. 학부모들은 Y초등학교와 안동교육지원청에 집단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안동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옥동 Y초등학교 인근에는 주택공사에서 지은 주공6단지, 주공7단지, 주공8단지 아파트가 있다"라면서 "분양아파트인 주공8단지 주민들은 자신들이 사는 아파트를 임대아파트와 구분하기 위해 'H아파트'라고 부른다"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 학교 개교 전부터 H아파트 학부모들이 '우리 아이들만 Y초등학교에 보낼 테니 임대아파트 아이들은 전학시키지도, 입학시키지도 말라'고 요구했다"면서 "당시 학부모들을 설득하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H아파트 학부모들이 이 학교를 선호한 것은 Y초등학교가 H아파트 바로 인근에 위치하고, 민간투자사업 방식으로 지어져 B초등학교에 비해 학교 시설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또 Y초등학교 청소를 민간업체가 전담하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당번을 정해 청소하는 일이 없어 선호했다고 한다.

"경제 수준으로 아이 차별... 이해할 수 없었다"

▲ 경북 안동시 옥동에 있는 Y초등학교. 이 학교 주변에 약 3000세대의 일반아파트와 임대아파트가 있다. 일부 학부모들이 지난 2012년 임대아파트 아이들과 함께 수업하지 않겠다고 해 논란이 일었다. ⓒ 조정훈


임대아파트인 주공6단지 관리소장 K씨도 안동교육지원청 관계자의 발언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K씨는 "H아파트 주민들이 자신들의 아이들만 Y초등학교에 보내려고 했다"라면서 "설문조사를 해보면 아이들이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기 와서 학부모들이 경제 수준을 이유로 아이들을 차별하려는 것을 보고 이해할 수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주공6단지에 사는 한 주민도 "H아파트 주민들로부터 '아이들을 B초등학교로 보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라면서 속상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6학년과 2학년 두 아이를 두고 있는 P씨(주공6단지 거주)는 "H아파트 주민들이 '주공6·7단지 아이들은 B초등학교로 보내고, H아파트와 새로 들어오는 아파트(B아파트)의 아이들만 Y초등학교에 보내겠다'고 했다"라면서 "3년 전 학교가 들어오면서 전학을 요구하는 등 많이 시끄러웠다"라고 전했다.

P씨는 "그런 말을 하는 학부모들은 생각이 없어서 그러는 것 아니냐"면서 "안동에서 비싼 아파트에 산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지만, 그래도 아이들에게 미안했다"라고 털어놨다.

Y초등학교 "내년부터는 예비소집 다르게 할 것"

▲ 경북 안동의 Y학교 인근에 있는 임대아파트. 이 아파트 학부모들은 경제적 차별을 받는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한다. ⓒ 조정훈


심지어 H아파트 주민들은 자신들의 아파트 이름에 '주공'이라는 단어가 붙는 것조차 싫어했다고 한다. H아파트 상가에서 '주공세탁소'를 운영하던 A씨는 "4년 전 부녀회 등이 '아파트 가치가 떨어진다'며 가게 이름을 바꿀 것을 요구했다"라면서 "결국 'H세탁소'로 이름을 바꿨다"라고 말했다.

이런 극성스러운 일부 학부모들로 인해 몇 년 전부터 문제가 불거졌지만, Y초등학교는 그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이것이 소득 수준에 따른 줄 세우기 논란으로 이어졌다는 게 인근 주민들의 주장이다.

이와 같은 논란에 대해 Y초등학교 교장은 "관례적으로 아이들에게 줄을 서도록 한 것이지 차별을 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라면서 "내년부터는 다른 방식으로 예비소집을 진행하고 아이들이 위화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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