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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서 어린 놈한테 욕먹으니 좋냐"... 33세 팀장의 막말

티브로드 강북센터서 팀장이 노조간부 폭행 논란... 센터 "욕설은 안 했다"

등록|2015.02.02 11:26 수정|2015.02.02 11:26

"매 맞고 다닐 수 없다"티브로드 강북센터 근방에 게시된 현수막 ⓒ 김일웅


나이 어린 관리자에게 노동자가 폭행당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가해자는 회사 총괄팀장이고 피해자는 노조 지회장. 33세인 가해자는 50세인 피해자에게 "나이 먹고 나이 어린 놈한테 욕먹으니까 좋으냐"라며 인간적인 모멸감까지 안겨줬다고 노조는 주장하고 있다.

이 일로 항의하자 사측은 "폭력은 흔한 일 아니냐?"며 대수롭지 않은 사건으로 치부했고 가해자인 총괄팀장은 '정직 1개월' 솜방망이 징계를 받는 데 그쳤다는 것.

이 일은 지난 19일 서울 강북구에 케이블방송을 서비스하는 티브로드 강북기술센터(아래 강북센터)에서 벌어졌다.

사실 강북센터는 그동안 종종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2013년 5월 30일자 <미디어스> 기사에 따르면 같은 해 4월 수리 기사의 월급에서 벌금 등 공제액 147만 원을 제외하고 16만 원만 지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같은 해 8월엔 '휴가 못 가는 비정규직'이란 주제로 SBS 취재진과 인터뷰했다는 이유로 보복성 인사를 하기도 했다.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티브로드지부(이하 티브로드지부)의 주장에 따르면, 당일 업무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온 A지회장(티브로드 강북기술센터지회)은 퇴근도 못한 채 팀장 B씨에게 불려가 지표관리 문제로 지적을 받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이미 퇴근했던 C총괄팀장(폭행 가해자)이 다시 회사로 들어와 본인이 지회장과 면담하겠다며 B팀장을 내보냈다. C총괄팀장은 지회장에게 지표관리를 잘하라며 훈계를 하던 중 갑작스레 지회장을 향해 책상을 엎었고 책상에 얼굴을 맞은 지회장은 입술이 터지고 이가 흔들리는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A지회장의 입술이 터져 피가 흘렀지만 C총괄팀장은 어떠한 사과나 응급조치도 취하지 않았으며 이후에도 C총괄팀장이 지회장의 머리를 툭툭 건드리고 턱을 만지면서 "나이 먹고 나이 어린놈한테 욕먹으니까 좋으냐"라고 지회장에게 막말을 했다는 게 노조측 주장이다. 이후 노조측이 경찰에 신고를 했고, C총괄팀장과 지회장은 경찰서로 가 조사를 받았다. 피해자인 지회장은 현재 C총괄팀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조측이 사과와 후속대책 및 재발 방지를 요구하며 센터를 찾았으나 센터장은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폭행사건은 흔한 일 아니냐"며 대수롭지 않은 사건으로 치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사내 징계위원회를 개최하겠다"라는 말로 사건을 일단락 하려 했다는 게 노조측 주장이다. 이어 사측은 센터장과 팀장 2명 등 사측으로만 구성된 징계위원회를 열어 C총괄팀장에게 '정직 1개월'이란 솜방망이 징계를 내렸다고 노조는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센터장은 "폭행사건이 흔한 일이라고 할 사람이 어디 있느냐"라며 노조의 주장을 부인한 뒤 "총괄팀장은 '욕설을 한 적은 없고 대화 도중 책상을 들어올렸는데 잘못해서 지회장의 입에 맞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총괄팀장의 말이 그렇더라도 위협적인 분위기에서 대화를 한 것은 잘못이기에 징계위원회에서 정직 1개월 징계를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센터장은 이어 "총괄팀장이 29일 사직서를 냈고 30일 수리가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노조 간부 폭행사태'를 겪은 티브로드지부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티브로드 지부는 지난 27일, 희망연대노조 조합원과 지역주민 등이 참여한 가운데 강북센터 앞에서 규탄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서 이영진 티브로드지부장은 "강북센터와 인접한 센터에서도 조합원 한 명이 얼마 전 정직 1개월이라는 징계를 받았는데 사유가 전화상담원의 글에 비방성 댓글을 달았다는 것이었다"며 "욕설도 포함되지 않은 댓글과 폭행이 똑같은 징계를 받았다는 것은 명백한 노조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티브로드지부는 강북센터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때까지 센터와 사업부 앞 집회 등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티브로드 강북센터 규탄집회조합원들과 지역주민들이 함께한 규탄집회 ⓒ 김일웅


한편 강북구 지역사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열린사회북부시민회, 두루두루배움터, 삼각산재미난마을, 노동당 강북구당원협의회 등 강북구 지역의 21개 시민사회단체, 노조, 진보정당은 지난 27일 공동성명을 발표해 "구시대적이고 반노동적인 행태를 보인 강북센터를 규탄하고 책임 있는 후속조치와 재발방지 약속, 그리고 사과를 강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 지역단체들은 강북센터를 규탄하는 주민서명운동도 진행하고 있으며 센터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센터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는 등 문제해결을 위한 지역사회 차원의 노력을 계속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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