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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샤 '역전승'... 토레스 39초 벼락골 아깝다

[2014-2015 스페인 국왕컵 8강 2차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2-3 FC 바르셀로나

등록|2015.01.29 08:54 수정|2015.01.29 08:54
경기 시작 후 단 39초만에 페르난도 토레스의 오른발이 빛났다. 그러지 않아도 뜨거울 수밖에 없는 경기장이 더 들썩거렸다. 전반전에만 두 팀 합쳐서 다섯 골이나 터졌으니 더이상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벅찬 박진감이 느껴지는 축구장이었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이끌고 있는 FC 바르셀로나가 한국 시각으로 29일 오전 5시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비센테 칼데론에서 열린 2014-2015 스페니시 코파 델 레이(스페인 국왕 컵) 8강 2차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방문 경기에서 전반전에만 3-2 펠레 스코어를 만들어내며 역전승을 거뒀다. 1, 2차전 합산 점수(4-2)로도 FC 바르셀로나가 우위를 지켰다.

39초 선취골 페르난도 토레스, '그라운드 키스'

잠시도 경기장에서 눈을 뗄 수가 없는 명승부였다. 주심의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고 40초도 안 되어서 골이 터지고 그 뒤에도 손에 땀을 쥐는 장면들이 쉼 없이 이어졌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선취골의 주인공은 고향으로 돌아온 페르난도 토레스였다.

왼쪽 풀백 기예르메 시케이라의 가로채기 역습 패스를 받은 페르난도 토레스는 지체없이 바르셀로나 수비수 마스체라노를 따돌렸다. 오른발 바깥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우아한 첫 번째 터치가 예술 그 자체였다. 그리고는 곧바로 오른발 슛을 성공시켰다. 잔디 위에 엎드려 키스 득점 뒤풀이를 펼친 안방 복귀 골의 주인공은 페르난도 토레스 바로 그였다.

하지만 이 골은 시작에 불과했다. 팬들을 더 즐겁게 해주는 쉼 없는 공격 축구의 향연이 본격적으로 펼쳐진 것이다. 역시 축구의 골은 역습 과정에서 더 강렬하게 꽂히는 법이었다. 9분, 바르셀로나의 동점골이 터졌다. 그들이 자랑하는 공격 트리오 '리오넬 메시-루이스 수아레스-네이마르'로 이어진 역습 줄기가 완벽했다. 루이스 수아레스의 오른발 바깥쪽 찔러주기가 일품이었다.

이 동점골로 더 뜨거워진 그라운드는 주심의 정신없는 경기 운영 때문에 불편한 이야기들이 연거푸 쏟아져나왔다. 매끄럽게 운영하기 어려울 정도로 양보없는 맞대결이었지만 기준을 잃은 판정은 옥의 티였다.

먼저 28분에 판정 논란 장면이 FC 바르셀로나 벌칙구역 표시선 위에서 만들어졌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오른쪽 풀백 후안 프란의 드리블을 바르셀로나 수비수 마스체라노가 걸어서 넘어뜨린 것이다. 반칙 선언은 맞았지만 페널티킥을 줄 위치가 아니었던 것이기에 문제가 될 만한 장면이었다. 후안 프란이 넘어진 곳이 벌칙구역 안이었지만 마스체라노의 걸기 반칙 위치는 분명히 벌칙구역 표시선 밖이었다.

호르디 알바의 핸드 볼 반칙은 왜?

찜찜하지만 이렇게 페널티킥을 얻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라울 가르시아가 침착하게 오른발 인사이드킥을 차 넣어 다시 앞서갈 수 있었다. 그러나 9분도 지나지 않아 반대쪽 골문에서 또 골이 터졌다.

바르셀로나 미드필더 라키티치가 올린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세르히오 부스케츠의 헤더 슛이 나왔는데 이를 걷어내려던 안방 수비수 미란다가 오른발을 잘못 내뻗는 바람에 자책골이 나온 것이다.

그리고 3분 뒤에 또 한 차례 판정 논란이 일어났다. 4강에 오르기 위해 1골이 아쉬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바르셀로나 골문 바로 앞에서 결정적인 추가골 기회를 잡았다. 앙투완 그리즈만의 강력한 발리슛이 골문 안쪽으로 향하는 순간, 바르셀로나 수비수 호르디 알바가 왼팔을 내뻗어 막아냈다. 제1부심도 그리 멀지 않은 자리였기에 페널티킥이 선언될 것으로 보였지만 주심은 고의적인 핸드 볼 반칙이 아니라며 경기를 그대로 진행시켰다.

공교롭게도 핸드 볼 의심을 받은 그 호르디 알바가 곧바로 역습에 가담하여 기막힌 가위차기 패스를 통해 동료 네이마르의 결정적인 역전골을 도왔다. 리오넬 메시의 방향 전환 역습 패스 판단이 압권이었지만 주심으로서는 오심 논란을 피할 수 없는 연계 장면이었다.

이처럼 전반전에만 펠레 스코어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라커룸으로 걸어 들어가던 양팀 선수들은 불필요한 신경전을 여전히 펼쳤다. 그 와중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간판 미드필더 가비가 후반전에 끝내 나오지 못했다. 두 번째 노란딱지를 받고 쫓겨난 것이다. 경기 진행중에 벌어진 일이 아니라 관중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열 명이 되어버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어쩔 수 없이 토레스의 단짝 앙투완 그리즈만을 빼고 사울 니게스를 들여보내며 중원의 급한 불을 끌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교체 선수 카니가 71분에 회심의 오른발 대각선 슛을 날렸지만 바르셀로나 문지기 스테겐이 왼쪽으로 날아올라 기막히게 쳐내고 말았다.

1골이 아쉬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83분에 한 명의 미드필더가 더 쫓겨났다. 이미 69분에 노란딱지를 받은 바 있는 마리오 수아레스가 리오넬 메시의 드리블을 뒤에서 저지하다가 고의적인 걸기 반칙을 저질러 두 번째 딱지를 받고 말았다.

이렇게 두 경기 합산 점수 4-2로 4강에 오른 FC 바르셀로나는 '비야레알 vs 헤타페' 경기 승리 팀과 결승행 길목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덧붙이는 글 ※ 2014-2015 스페인 국왕 컵 8강 2차전 결과(29일 오전 5시, 비센테 칼데론-마드리드)

★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2-3 FC 바르셀로나 [득점 : 페르난도 토레스(39초.도움-기예르메 시케이라), 라울 가르시아(29분,PK) / 네이마르(9분,도움-루이스 수아레스), 미란다(38분,자책골), 네이마르(41분,도움-호르디 알바)]
- 1, 2차전 합산 4-2로 FC 바르셀로나 4강 진출!

◎ AT 마드리드 선수들
FW : 앙투완 그리즈만(46분↔사울 니게스), 페르난도 토레스
MF : 아르다 투란(62분↔카니), 마리오 수아레스(퇴장-83분), 가비(퇴장-45+1분), 라울 가르시아
DF : 기예르메 시케이라, 호세 히메네스, 미란다, 후안 프란 (58분↔헤수스 가메스)
GK : 얀 오블락

◎ 바르셀로나 선수들
FW : 네이마르(77분↔페드로 로드리게스), 루이스 수아레스, 리오넬 메시
MF :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세르히오 부스케츠, 이반 라키티치(70분↔하피냐)
DF : 호르디 알바, 마스체라노(62분↔제레미 마티유), 헤라르드 피케, 다니엘 아우베스
GK : 마르크-안드레 테어 스테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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