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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정성이라면... 어떤 소원이든 들어주시겠네

[인도 여행④] 부처가 처음 설법한 사르나트 가는 길

등록|2015.02.04 14:58 수정|2015.02.04 15:26

자원봉사가트 벽에 벽화를 그리고 있는 자원봉사자 ⓒ 박설화


바라나시는 한국인들뿐 아니라 전세계의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바라나시만의 매력에 빠져 오랜 기간을 머무르기도 하고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바라나시의 매력을 꼽자면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는 점이다. 자신만의 엄격한 룰에 따라 구도를 하는 이들부터, 어머니의 강 겅가(갠지스강)에 몸을 씻어내며 하루의 자잘한 잘잘못을 속죄하는 평범한 소시민들까지….

명상중인 사람바라나시에서는 명상을 하거나 요가를 하는 사람이 많다. ⓒ 박설화


가족의 목욕늑장을 부리는 누나에게 물울 부어주는 남동생 ⓒ 박설화


겅가의 목욕지난 해의 과오를 씻고 한 해의 복을 바라는 목욕 ⓒ 박설화


'Wisdom assists more than strength(지혜가 힘보다 도움이 된다)'라는 자신들 속담의 영향일까. 끊임없이 본질에 대해 고민하고 삶을 바탕으로 정진하길 원하는 그들의 삶을 대하는 것이 신선하다.

일상에 찌들어서 근본적인 고민들과는 담 쌓은 삶을 살다 가서 그런가보다. 자신의 삶을 정진하는 모습뿐 아니라 일상에서 타인과(혹은 동물과) 조화를 이루는 삶의 자세나 자연을 존중하는 모습이 그렇다. 인도의 타 지역에 비해 종교적인 장소라 그런지 이곳은 그런 모습이 특히 도드라진다.

겅가(갠지스 강)에 배를 띄운 사람들보통 삼삼오오 모이면 일인당 부담할 가격이 내려간다. ⓒ 박설화


우연찮게 바라나시에 있는 동안 새해를 맞았다. 한국 밖에서 맞는 새해는 늘 마음가짐이 다르다. 후회와 조바심이 주를 이루는 한국에서의 새해 마음가짐보다는 이들의 삶을 대하는 자세의 장점을 본받자는 생각과 새해에 대한 기대감이 주를 이룬다. 물론 비슷한 또래의 타인들이 사는 삶과 내 것의 차이에 의한 괴리감에서 완벽히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지만 한국 사회를 떠나 있어 그런지 영향이 조금 덜한 것도 사실이다.

여행자 숙소들이 몰려 있는 거리에서 만난 타이완 아가씨 둘과 중국인 여행자 한 명과 어울려 겅가에 배를 띄웠다. 가트에서는 군중들 보란 듯이 신에게 드리는 제사 뿌자가 화려하게 한창이다. 그 와중에 겅가의 검은 물 위에 꽃으로 장식된 소원을 띄웠다.

일명 디아라고 하는 이 아름다운 꾸러미는 꽃들 사이에 초 하나가 박힌 모습인데 겅가 주위의 가트에서 손쉽게 살 수 있다. 그렇게 디아는 각자의 소원을 담고 겅가를 떠다닌다. 이 또한 장관이다. 물 위에 떠있는 꽃들에 치장된 촛불을 보자면 그 아름다움과 정성에 어떤 신이라도 소원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할 듯싶다.

겅가의 밤뿌자로 인해 준비하는 사람들과 모여든 군중들로 활기를 띠고 있는 밤 정경 ⓒ 박설화


제사를 드리는 사람들과 구경하는 사람들뿌자를 구경하기 위해 가트(Ghat)로 몰려든 배들. ⓒ 박설화


디아를 파는 소년디아는 힌디어로 초를 뜻한다. ⓒ 박설화


디아초 ⓒ 박설화


디아를 밀어주는 여인목욕을 하다, 떠내려오는 디아를 다시 물로 밀어주고 있다. ⓒ 박설화


바라나시에서 1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사르나트(Sarnath)라는 곳이 있다. 불교의 4대 성지 중 하나로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후, 처음으로 설법을 한 곳이다. 특별히 어떤 한 종교에 의타(依他)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행을 하는 중엔 종교적으로 의미가 있는 곳은 어떤 종교의 장소든 둘러보는 편이다.

델리의 바하이 사원(Bahai Temple)바하이교는 1844년 페르시아에서 생겨난 종교로 모든 종교가 신성한 근원에서 하나이고, 인류는 한 겨레이며, 지구는 한 나라라는 바하올라의 가르침을 전파한다. ⓒ 박설화


바라나시를 여행 중인 한국 아가씨 두 명과 동행했다. 어찌 갈까 고민을 하다 릭샤를 셋이 이용하기도 뭣하고 굳이 시간도 많은데 걸어가면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다. 매일 해질녁, 지는 해를 바라보며 거꾸로 서서 요가 하는 사람이 있는 바라나시라도 구글맵은 작동하는 법. 대충 거리를 가늠해보니 11킬로미터가 좀 넘게 나온다. 이 정도면 괜찮지 않겠나 싶어 출발한 사르나트.

사르나트의 가족잔디 위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하는 가족 ⓒ 박설화


구글 맵이 나타낸 11킬로미터가 좀 넘는 거리는 거짓말이 아니었을 게다. 걷는 내내 릭샤들과 자동차들이 뿜어내는 먼지를 홀딱 뒤집어쓰고 지도가 나타내는 길을 따라갔다. 초행길이라 찾기 어려웠다. 혼자였다면 더 헤맸을 텐데 같이 동행한 사람들이 똘똘했다. 그러나 예상한 시간보다 두 배가 넘는 시간이 걸렸다. 이유가 있었다. 목적지는 분명했지만 걷는 동안 거쳤던 모든 장소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집 앞에서 똥을 누고 있는 아기를 힐끔거리며 귀엽다고 까르르 터지는 웃음을 나누었고 시장을 발견하고는 그 안에서 또 상인들과 한바탕 수다를 떨어댔다. 너무나 먹음직스럽지만 무거워서 살 수 없는 수박 값이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사라는 상인의 말로 대화는 종료됐고 또 길을 나섰다. 길을 지나다 염소가 입은 옷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또 십여 분….

시장발길 닿으면 쉽게 빠져 나올 수 없는 다양하고 신선한 재료를 파는 로컬 시장. ⓒ 박설화


여행은 이런 것이 아닌가 한다. 길 위의 해프닝. 우리는 사르나트를 가기 위해 길을 나섰지만 정작 내 마음 속엔 부처가 처음으로 설법을 했다는 그 장소보다는 그 곳을 가기까지의 여정이 더 기억에 남는다. 결국엔 목적지가 아닌 그 과정이 여행인 셈이다.
덧붙이는 글 2013년 12월부터 2014년 2월에 걸친 인도의 종단여행을 바탕으로 합니다. 현지 장소의 표기는 현지에서 이용하는 발음을 기준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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