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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 "세금도둑" 발언 이후, 모든 게 달라졌다

[주장] 조대환 세월호 특위 부위원장의 행보, 석연치 않다

등록|2015.01.30 17:07 수정|2015.01.30 17:07
이런 나라가 있을까.

단 한명도 구조하지 못한 부실하고 무능한 정부. 그런 정부가 언제 부턴가 참사를 잊으라고 강요하더니, 이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마저 뭉개려 한다.

1월 29일, 세월호 유족들이 특별법 제정을 호소하며 광화문 농성을 돌입한 지 200일이 되었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 그리고 겨울이 되고 한 해가 넘어갔지만 9명의 실종자는 여전히 깊은 진도 앞바다에 있고, 유가족들은 진실을 인양해 달라며 안산에서 팽목항까지 수백km의 도보 행진을 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적 합의로 제정된 특별법이 시작도 하기 전에 삐걱대고 있다. 2월 말께 출범하기로 했던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아래 세월호특위)가 출범을 코앞에 두고 발걸음을 멈췄다. 새누리당 추천 상임위원인 세월호특위 조대환 부위원장이 세월호준비기획단에 파견된 공무원에 대해 소환을 요청했고, 해양수산부와 행정자치부가 이들을 원대복귀 시켰다.

세월호 특위 설립준비단은 특별법에 따른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을 준비하여 국무회의에서 통과 시켜야 하고, 조직과 예산 계획을 짜내며, 세월호 특위에서 일할 120여명에 달하는 직원을 공채해야 하는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야 할 시점이지만, 이 모든 작업은 사실상 전면 중단되었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신호탄을 쏜 것은 새누리당이다. 지난 1월 16일, 그러니까 13월의 세금폭탄 세례로 직장인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을 때, 난데없이 청와대의 복심이라고 알려진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사무처가 너무 비대하다며 "세금도둑"이라는 막말을 쏟아내었다.

그리고 이틀 후, 새누리당에서 추천한 황전원 특위 위원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설립준비단 예산요구액을 "황당하고 터무니없다"라고 비판했다. 급기야는 새누리당 추천 조대환 부위원장이 설립준비단 해체를 발의했고 부결되자 설립준비단에 파견된 공무원에 대해 철수를 요청한 것이다. 

조대환 특위 부위원장의 행보, 석연치 않다

한 사람은 여당 추천...또 한 사람은 유가족 추천지난 27일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을 방문한 세월호 특위 준비단 조대환 부위원장(왼쪽·새누리당 추천)이 이석태 위원장(오른쪽·유가족 추천)의 곁을 지나고 있다. ⓒ 남소연


또 그러는구나, 생각할지 모른다. 국정조사에 자료 제출을 거부했던 청와대, 국정감사에 김기춘 비서실장의 국정감사 출석을 반대하며 파탄내고, 세월호 참사가 단순한 교통사고라고 핑계대고, 유가족이 대학특례를 요구했다고 있지도 않는 거짓말로 특별법을 '특혜법'이라고 둘러대며, 특별법 제정을 반대했던 것처럼 또 그러는 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래서는 안 된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 이전과 이후는 달라야 한다. 정부에겐 이 특별법상 특별위원회를 성실히 지원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19일 제정되고 2015년 1월 1일 시행된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아래 세월호 특별법)' 전문을 보자.

4조에는 "업무를 수행할 때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고 업무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유지" 해야 한다며 위원회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그런데 새누리당 추천 위원인 조대환 부위원장의 행보에선 독립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김재원 의원이 "세금도둑"이란 발언을 한 이후 뭔가 일사분란하게 착착 진행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 건 나뿐일까? 분명한 것은 조 부위원장의 행보가 정치적 중립성, 업무의 독립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또 제1조에는 특별법의 목적이 담겨있는데, 참사의 발생원인·수습과정·후속조치 등의 사실관계와 책임소재의 진상을 밝히고 피해자를 지원하며, 안전한 사회를 건설·확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백번을 양보하여 조대환 부위원장이 설립준비단에 파견된 공무원에 대해 원대복귀 요청을 한다고 해도 진상규명 활동을 지원해야할 정부는 원대복귀를 만류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또 파견철회 요청을 해왔다는 사실을 세월호특위 위원장에게 알려주어야 했던 것 아닌가.

새누리당과 정부는 예산 부족 운운하며 세월호 특위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 '세금도둑'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그런데 진정 '세금도둑'이라 볼 수 있는, 26조 원을 투자하고 22조의 손실을 본 자원외교에 대해서는 왜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지 궁금하다. 또 엄청난 양의 녹조라떼를 생산하고 있는 4대강사업의 경우도 손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는데, 왜 수자원공사 책임자에게는 세금도둑이라고 하지 않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나도 이런 나라에서 살고 싶다

▲ 세월호 특별법 진상조사특위를 구성하기 위한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설립준비단(아래 특위 준비단) 내 공무원 조직이 지난 23일 철수했다. ⓒ 윤솔지


좀 더 들어가 보자. 청와대의 복심으로 알려진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왜 지금 세금도둑이라는 말을 한 것일까. 혹시 세금도둑을 핑계로 공무원들을 철수시키고 설립준비단을 무력화하여 예산과 인력을 대폭 줄여 철저한 진상규명 활동을 저해하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설립시기를 늦춰 4월 재보선 시점 이후로 출범을 연기하려는 것이었나? 특위 조사 시 밝혀질 내용으로 인해 여권에 쏟아질 비판의 하중을 줄이려고 말이다.

특별조사위원회는 활동기간을  1년과 6개월 연기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1년으로 계산하면 내년 2월말 3월 초순, 4월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이다. 이 때문에 출범 시점을 최대한 연기하려 한 것은 아닐까? 또 세월호 인양에도 1000억 정도의 재정을 소요된다고 하니, 이참에 세금 문제를 끌어들여 인양에도 영향을 미치려는 포석이 아닐까? 나의 예측은 꼬리에 꼬리를 물지만 솔직히 내가 틀렸으면 좋겠다. 진정으로.

지난해 7월 23일, 피격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탑승자의 시신 중 40구가 네덜란드로 돌아왔다.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을 떠났던 희생자들이 6일 만에  돌아온 것이다.

이날 국왕 내외와 총리가 직접 나와 시신을 맞이했고, 네덜란드 전국에는 조기가 계양됐다. 운구차가 지나는 100km 거리의 고속도로는 전면 통제됐다. 이날 네덜란드 전국에는 조기가 게양됐으며 군용기 도착에 맞춰 전국 교회에서 5분간 조종이 울려 퍼졌다. 네덜란드 국민은 오후 4시부터 1분간 일제히 추모의 묵념을 올렸고 그 시간 항공기 이착륙이 금지됐으며 열차도 멈춰 섰다. 이 모든 일이 네덜란드 정부가 이날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하며 진행된 것이다. 어느 누구도 불평하지 않는다. '세금도둑'이라 하지 않았고, 정부가 앞장서서 국민적 추도 분위기를 만들었다.

국가라면 모름지기 이 정도는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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