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귀향> 통해 평화를 말하고 싶었다"
대구에서 위안부 아픔 다룬 영화 '귀향' 후원콘서트 열려
▲ 영화 <귀향> 대구후원콘서트 포스터. ⓒ 조정훈
"대구에 살면서 여러분 앞에 나서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오늘은 나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일본군에게 끌려가 말을 듣지 않는다고 전기고문까지 받았습니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을 겪지 않기 위해 여러분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이용수(87) 할머니는 지난달 31일 오후 대구시 중구 봉산문화회관에서 열린 일제강점기 종군위안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귀향> 후원을 위한 대구콘서트 현장에서 눈시울을 적셨다. 이날 이용수 할머니는 가요 '동백아가씨'를 기타 반주에 맞춰 불렀다. 객석에서도 박수와 함께 노래를 따라 불렀다. 대구에서 태어난 이용수 할머니는 16살 때인 1943년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혹독한 고문을 당했다.
영화 <귀향>을 후원하는 대구사람들과 두:목회, 고도예술기획, '밴드죠'가 주최한 이날 후원콘서트에는 350여 명의 관객들이 봉산문화회관을 가득 메웠다. 이날 후원콘서트는 서울과 원주, 충주 등에 이은 일곱 번째이다.
▲ 위안부의 아픔을 다룬 영화 '귀향' ⓒ 조정훈
후원콘서트의 문은 밴드죠와 '노래를 찾는 사람들' 출신 김가영씨가 먼저 열었다. 귀향 후원콘서트를 처음 기획했던 밴드죠의 리더 배철씨는 "위안부 할머니들 이야기는 우리 역사의 이야기"라며 많은 후원을 부탁했다.
이어 춤꾼 박정희씨의 춤 '나비의 눈 되이어라'와 고홍선씨의 판소리가 이어졌다. 박정희씨가 위안부의 고통스런 삶과 위안부 소녀상을 춤으로 표현하자 객석에서는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기자이자 노래하는 사람 이춘호씨는 이용수 할머니와 함께 나와 동요를 불렀다. 이춘호씨는 이용수 할머니를 향해 "어린애처럼 너무 예쁜 할머니가 정말 이쁜 옷을 입고 나오셨다"며 소개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이렇게 많은 관객 앞에 서니 앞이 하나도 안 보인다"고 인사했다.
▲ 춤꾼 박정희씨와 제자 박소현씨가 위안부 할머니를 주제로 한 춤 '나비의 눈 되이어라'를 추고 있는 모습. ⓒ 조정훈
▲ 기자이자 가수인 이춘호씨와 영화 '귀향'의 감독 조정래씨, 이용수 할머니가 31일 오후 대구봉산문화회관에서 열린 후원콘서트에서 관객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조정훈
이용수 할머니는 "올해는 해방된 지 70년째가 되지만 우리는 아직 해방되지 못했다"며 "일본을 설득해 사과를 받고 평화롭게 지낼 수 있어야 한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을 겪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고 호소했다.
영화 <귀향>의 감독 조정래씨는 "이용수 할머니를 만나 '나를 위안부라고 부르지 마라, 나는 일본군 위안부가 아니라 이용수이다'라는 말을 듣고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위안부 문제를 담은 영화를 11년이나 준비했다"며 "이 영화를 통해 평화를 말하고 싶었다"고 영화를 기획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조 감독은 "일본은 강제연행은 없었다고 하고 죄가 없다고 한다"며 "하지만 평균 나이 16, 17세의 어린 여자아이들 20여만 명이 강제로 끌려가 살아 돌아온 분들은 1만 명도 안 된다. 대부분 다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일본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후원콘서트를 기획한 대표일꾼 심상균씨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가장 많이 끌려갔던 대구와 경북이 '귀향' 영화에 대해 가장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앞으로도 영화가 개봉하면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행사는 토요마당과 비정규교수노조경북대분회, 달구벌실버스토리협동조합, 대구민변, 상상산악회, 팔공문화원, 인의협, 퀸벨호텔, 정우컴퍼니,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곽병원 등이 후원했다.
한편 영화 <귀향>은 지난해 10월 주인공 정민이 위안부로 끌려가기 전 아빠와 들녘을 걷는 장면을 미리 찍었다. 이어 오는 2월 위안소 세트가 완성되면 3월부터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 오는 8월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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