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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교통공사 '갑질' 인사, 유 시장 승인만 남아

하위직 줄이고 고위직 늘려... "관피아 자리만 늘어난다"

등록|2015.02.02 15:46 수정|2015.02.02 15:46
인천교통공사(아래 공사) 이사회가 최근 고위직의 '갑질'에 해당하는 조직 개편과 인사를 의결해 빈축을 사고 있다. 공사는 이사회 의결 사항을 인천시에 보고했고, 유정복 시장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공사 직원은 현재 1308명이다. 직급은 최하위 9급부터 최고위 1급까지 모두 9개다. 공무원 서기관(4급)에 해당하는 공사 1급은 8명, 사무관(5급)에 해당하는 2급은 35명이다. 그 밑으로 3급 131명, 4급 226명, 5급 424명, 6급 이하 484명이다.

공사는 지난 1월 22일 이사회를 열어 1급과 2급을 각각 5명과 6명 늘리고, 3급과 4급, 5급을 각각 4명, 3명, 4명을 줄이고, 6급 이하 41명을 향후 인천 지하철 2호선으로 배치하는 조직체계 개편안과 인사 개편안을 의결했다.

공사의 조직도를 보면, 사장 아래 각 사업 본부가 있고, 그 아래 각 사업처와 사업소, 그리고 산하 각 사업팀이 있다. 공사는 이번 조직 체계 개편에서 사업 본부와 사업처 사이에 사업부를 신설했다. 동시에 인사 개편으로 1급이 사업 부장을 맡게 했고, 기존 각 처는 팀으로 바꿔 2급이 팀장을 맡게 했다.

공사 이사회가 의결한 개편안을 유 시장이 승인하면 1급은 8명에서 13명, 2급은 35명에서 41명으로 늘어난다. 반대로 3급은 131명에서 127명, 4급은 226명에서 223명, 5급은 424명에서 420명으로 줄어든다. 고위직에서 11명이 늘어나는 대신, 하위직에서 11명이 줄어들어 정원에는 변함이 없다. 손·발보다 머리가 많아지는 개편이자, 공사의 인건비 증가를 초래한다는 논란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공사는 인천 지하철 요금을 올해 3월 인상할 계획이다. 인상폭은 현재 1050원에서 1250원으로 200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시가 재정 위기를 겪고 있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면이 있지만, 요금을 올려 늘어난 고위 간부 인건비를 마련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비용 절감 한다며 고임금 고위직 늘려

공사는 비용 절감을 위해 조직 체계와 인사를 개편한다고 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선 인건비가 많이 드는 고위 간부를 줄여야 하는데, 공사는 고위직을 늘리는 대신 하위직을 줄이는 방안을 택했다.

처음 공사는 3급 이상에서 13명을 늘리고, 6급 이하에서 41명을 줄여 전체적으로 약 21억 원을 절감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이 방안은 하위직만 조정한다는 안팎의 저항과 비판을 감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택한 방법은 2급 이상을 11명 늘리고, 3급 이하 5급 이상을 11명 줄이는 방안을 택했다. 6급 이하 41명은 향후 인천 지하철 2호선 사업부로 배치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로써 처음 기대했던 비용 절감은 물거품 됐다. 오히려 고위직 증가에 따른 비용만 늘게 됐다. 당장 6급 이하를 조정하진 않았지만, 2급 이상을 늘리면서 3~5급을 줄여 결국 고위직을 늘렸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이에 대해 공사 관계자는 "고위직을 늘린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계획에 따라 늘린 것이다. 인천 지하철 2호선 개통에 맞는 조직을 준비하기 위해 개편한 것이다. 아울러 영업 개발팀과 안전 세일즈 요원을 신설해 공사 영업을 증대하는 방안도 같이 준비했다"고 말했다.

영업 개발팀은 공사의 수익 창출 모델을 개발하는 팀이고, 안전 세일즈 요원은 '역장' 개념이다. 공사는 기존 인력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해 수익 구조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영업 개발팀과 안전 세일즈 요원의 구체적 역할과 목표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못했다.

아울러 6급 이하 인사는 '조삼모사'에 가깝다. 2016년 7월 개통 예정인 인천 지하철 2호선에 투입될 인력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400명 안팎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공사는 향후 41명을 이곳에 전환 배치하겠다고 했다. 2호선을 운영하기 위한 조직 규모도 확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고위직을 늘리면서 하위직을 향후 전환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아시안게임 후폭풍, 시 본청 과잉 인력 탈출구로?

게다가 이번 고위직 늘리기 인사는 지하철 요금 인상과 맞물려 시민들의 비판이 상당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공사가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시에서 4~5급(사무관~서기관)에 해당하는 공무원들이 나와야하기 때문이다.

아시안게임이 끝난 후 대회 조직 위원회 인력은 455명에서 현재 61명으로 줄었다. 중앙부처와 공공 기관에서 파견된 47명과 일선 기초 지자체에서 파견된 74명이 복귀했으며, 전문 계약직이 87명에서 28명으로 줄었다. 시 본청에서 파견된 직원도 232명에서 33명만 남아 있다.

즉, 인천시 행정 조직에 '국' 하나가 늘긴 했지만, 200여 명이 시 본청에, 74명이 군·구에 복귀하면서 시 본청과 기초 지자체 각 부서에는 정원보다 많은 인력이 배치 돼있다. 부산시는 아시안게임을 치르고 난후 과잉 인력을 정리하는 데 약 7여 년이 걸렸다. 인천시 또한 이와 비슷한 불이 발등에 떨어졌고, 시 본청의 과잉 인력이 공무원을 그만두고 자리를 잡을 곳 중 하나가 공사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신규철 인천참여예산네트워트 사무처장은 "아시안게임이 끝난 후 재정 위기가 더욱 현실화되고 있다. 이미 복지 사업이 후퇴했다. 지하철 요금 인상은 대표적인 시민들의 고통분담이다. 공무원과 공사 직원부터 고통 분담에 나서도 모자랄 판에, '관피아'들의 자리만 늘린다면 엄청난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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