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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가 소개한 73편의 책, 무엇이 있을까

[서평] <우리가 사랑한 헤.세 헤세기 사랑한 책.들>

등록|2015.02.04 13:53 수정|2015.02.04 14:25
<데미안>, <나르키스와 골드문트>, <수레바퀴 아래서>, <크눌프 : 유리알 유희> 등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의 작품에 한 번쯤 심취해 보지 않은 이들이 있을까. <우리가 사랑한 헤.세 헤세기 사랑한 책.들>은 독서광이던 헤세가 62년 간 신문, 잡지 등에 기고한 서평과 에세이 3천여 편에서 73편을 가려 엮은 것이다.

우리가 사랑한 헤. 세. 헤세가 사랑한 책.들.카프카에서 도스토엡스키까지 헤세가 읽어주는 작품 ⓒ 김영사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니체, 슈테판 츠비이크 등 유럽의 대가에서부터 노자의 도덕경 , 바가바드 기타까지 소개하는 데서 헤세의 폭넓은 독서 편력을 엿볼 수 있다. 구성은 서양 작품, 헤세가 만난 작가에 대한 기억, 동양 작품에 대한 글들로 돼 있다.

헤세는 글을 쉽게 쓰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고, 타인이 피를 흘리는 정신적 고통을 감내하며 쓴 글을 아무렇게나 대충 읽으며 게으름을 부리는 것을 니체만큼 경계헸다. 자신도 피로 글을 썼고, 타인이 피로 쓴 글도 그만큼 존종했던 것이다.

글로 쓰인 모든 것 중에서 나는 오로지 글쓴이가 피로 쓴 것만을 사랑한다. 피로 글을 써라. 그러면 어는 피가 정신임을 알 것이다. 타인의 피를 이해하기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글을 읽으며 게으름 부리는 자들을 미워한다.-<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중

헤세는 먼저 타인의 피를 이해하기 위해 치열하고 아프게 피를 토하듯 글을 읽었고, 자신도 피로 글을 썼다. 그 결과 가슴으로 피로 글을 읽은 수 많은 독자를 친구로 갖게 됐다.

헤세는 온갖 화려한 색채 가득한 그림책으로 풍요로움을 더하고 민간에 전승되는 이야기를 통해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펼치며 시간과 공간을 넘어 무한한 상상력을 길렀다. 그런 독서가 자양분이 되어 불후의 명작인 청소년 성장 소설 <데미안>과 <나르키스와 골드문트>를 썼다.

헤세의 글을 통해 만나는 로맹 롤랑이나 보카치오의 데카메론, 노자의 도덕경이 주는 느낌은 특별하다. 헤세는 중국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지만 노자가 최고 본질인 선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정확하게 전달 싶어 했다.  이것이 헤세가 작품으로 만나고 이해하고 소개한 책이나 작가가 귀한 이유다.  헤세가 소개한 일흔 세 편의 작품과 작가가 책을 멀리했던 당신의 가슴에 새로운 독서의 불길을 타오르게 할 불쏘시개가 돼 줄 것을 기대한다.

<도덕경>
참된 말이 꼭 아름다운 것은 아니요,
아름다운 말이 꼭 참된 것은 아니다.
쓸모 있음이 꼭 설득력 있는 것은 아니요,
설득력이 꼭 쓸모 있는 것은 아니다.
지혜로운 사람이 꼭 학식이 있는 것은 아니요,
학식 있는 사람이 꼭 지혜로운 것은 아니다.
부름 받은 사람은 재물을 쌓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위한 일을 많이 할수록
더 많은 것을 소유한다.
다른 사람에게 더 많이 줄수록
더 많은 것을 갖는다.
하늘의 뜻은 해로움 없는 축복이다.
부름 받은 사람의 뜻은 싸우지 않고 행함이다.
덧붙이는 글 우리가 사랑한 헤.세. 헤세가 사랑한 책.들. / 헤르만 헤세. 안인희 역고 옮김/. 김영사/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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