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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부정할 수 없는 두 가지"

[중국어에 문화 링크 걸기 106] 아니 불(不)

등록|2015.02.05 10:18 수정|2015.02.05 10:20

▲ 아니 불(不)은 씨앗에서 뿌리가 아래로 자라는 모양을 나타내는 상형자였으나 부정사와 발음이 같아 대표적인 부정사로 널리 쓰인다. ⓒ 漢典


부정(否定)이나 금지의 표현은 묘한 힘이 있다.

예를 들어 "이 광고는 보지 마세요!"라는 문구를 접하면 왠지 모를 궁금증에 더 보고 싶어지는 충동을 느낀다.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어지는 인간의 욕망은 얄궂게도 금지되고 억제된 것에 더 강한 매력을 느낀다.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은 다른 사람에게도 베풀지 말라(己所不慾, 勿施於人)"는 이 <논어> 문구를 만약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베풀라"고 했다면 뭔가 좀 밋밋한 느낌이었을 것이다. 부정의 부정을 통해 보다 임팩트 있고, 명확한 뜻이 전달된다. 강한 악센트를 지닌 부정형 표현이 갖는 힘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3년 초에 발표한 '부정할 수 없는 두 가지(两个不能否定)' 담화도 이와 비슷한 느낌을 갖게 한다. 이는 곧 "개혁개방 이후의 시장경제 논리로 개혁개방 이전의 사회주의혁명 시기를 부정할 수 없고, 개혁개방 이전의 논리로 개혁개방 이후의 시기를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을 모두 인정하며 새로운 역사 시기 중국의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부정의 부정을 통해 중국사회가 안고 있는 이념적 모순을 가볍게 뛰어 넘는 시진핑의 화법이 절묘하다.

아니 불(不, bù)은 나무나 풀의 씨앗에서 뿌리가 아래로 자라는 모양을 나타내는 상형자였으나 부정사와 발음이 같다는 이유로 가차되어 대표적인 부정사로 널리 쓰인다. 갑골문을 보지 못한 허신은 <설문해자>에서 새가 날아올라 빙빙 돌며 내려오지 않는(鳥飛上翔不下來也) 모습에서 부정의 의미가 생겨난 걸로 해석해 숱한 이설을 불러왔다.

첫 번째 가로획은 뿌리가 자라나는 씨앗의 끝이며, 나머지 세 획은 솜털처럼 아래로 드리운 뿌리를 나타낸다. 거북이 배딱지에 홈을 파고 그곳에 불씨를 넣어, 그 갈라진 형태를 기록한 갑골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다.

우리말에서는 'ㄷ, ㅈ'음 앞에서 '부'로 발음되는데 중국어에서는 4성 앞에서 성조가 원래 4성에서 2성으로 바뀐다. 음운에서도 한중 양국의 언어가 어딘지 모르게 닮아 있다.

1996년 출판되어 300만부 이상 팔리며 뜨거운 중화민족주의 논쟁을 불러일으킨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중국(中國可以說不)> 이후 <중국은 불쾌하다(中國不高興)>, <중국은 미국에 노라고 말해야 한다(中國應該對美國說不)> 등의 책들이 연이어 출판되며 높아진 위상에 걸맞게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긍정은 수많은 부정의 과정을 거쳐 여과, 응축된 것일 때 단단한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긍정은 언제 어디서 제기될지 모를 부정에 늘 문을 열어둬야 한다.

중국은 '중화'라는 자기긍정에 도취해 목소리를 높이기 전에 스스로 부정과 비판의 통로를 활짝 열어두고 있는지를 먼저 자문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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