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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사과하면 고교 평준화 하겠다?

충남도의회, '이면합의'로 도교육감 사과 압박했나

등록|2015.02.05 14:43 수정|2015.02.05 15:12

▲ 천안고교평준화시민연대와 고교평준화충남운동본부가 충남도의회 부근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 심규상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의원님들과 폭넓은 소통과 논의가 부족했음을 인정하면서 다시 한 번 사과 말씀 올립니다. 충분하게 소통하고 상의하고 논의하겠습니다. 정책 결정 전에 사전에 설명을 충분하게 하고 의원님들의 조언을 받들어서 정책을 결정하겠습니다. 심려를 끼친 점 깊이 사과드립니다."

5일 오전 11시 김지철 충남도교육감이 충남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천안고교평준화 조례개정안 무산과 관련 고개를 숙였다. 사과의 대상은 충남도의회 의원들이다. '사과'라는 단어만 세 번을 사용했다. '조언을 받들겠다'고도 했다. 조례개정안이 부결된 모든 책임이 김 도교육감 자신에게 있다고 밝힌 것이다. 도의원들은 김 교육감의 사과 수준을 가늠하는 듯 김 교육감의 사과문 내용에 귀를 기울였다(관련기사: 천안 고교평준화 조례 무산... 책임 떠넘기는 도의회).

하지만 이는 충남도의회 여야(새누리당-새정치연합) 양당 대표가 김 교육감의 사과를 사실상 압박한 데 따른 것이다. 도의회 양당 대표는 지난 3일 오후 공동 입장문을 통해 "조례개정안을 제출하면서 충분한 협의가 없는 등 대화와 소통이 부족했다"며 김 교육감의 정중한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교육시민단체는 "도의회는 교육감에게 사과를 요구하기 이전에 먼저 도민에 사과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새누리당 의원들의 비교육적 태도를 지적하던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돌연 태도를 바꿔 김 교육감을 공격하고 나선 배경을 놓고 의아해 했다.

이와 관련 <금강일보>는 5일 도의회 여야 의원들 간 '이면합의' 의혹을 제기했다. 이 신문은 양당 간 김 교육감의 선 사과를 전제로 내달 예정된 임시회에서 천안지역 고교평준화 조례안을 통과하도록 서로 협조하기로 이면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새누리당은 조례안을 부결할 경우 닥칠 학부모 반발 등 후폭풍을 우려했고, 새정치연합 측은 조례안 처리를 약속받으려 새누리당의 체면을 살려주기로 했다는 추정이다.

새정치연합 측 도의원들도 이를 부인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의원 개인 자격으로 합의한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천안고교평준화시민연대 관계자는 "천안지역 고교평준화 실시는 도민들이 열망해 온 일로 도의회의 조례안 처리는 매우 당연한 일"이라며 "도의회가 자신들의 직무유기를 도교육감에게 떠넘기는 이면합의를 한 것은 후안무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야 도의원들이 조례 개정안 부결에 대한 비난과 부담을 피하기 위해 꼼수를 쓰고 있다"며 "당당하게 도민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조례안을 처리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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