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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시집 세 권에 할 이야기 다 해야 한다"... 이유는?

김유철 시인, 세 번째 시집 <천개의 바람> 펴내... 6일 저녁 토크콘서트 열어

등록|2015.02.07 13:52 수정|2015.02.07 13:52
"꽃으로 시작되는 소풍이 얼마나 아름다우랴/적막으로 시작하는 봄은 또 얼마나 아름다우랴/첫 날개짓으로 창공을 수놓는 것/그래 우리네 소풍음 봄 비(飛)로구나"(김유철 시 "봄 비(飛)" 전문).

김유철 시인은 새 시집 <천개의 바람>(도서출판 피플파워)을 내고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6일 저녁 창원대 봉림관에서 열린 행사에는 박종훈 경남도교육감과 여영국 경남도의원, 한은정 창원시의원 등이 참석해 좌석을 거의 다 메웠다.

현재 경남민예총 부회장인 그는 그동안 시집 <그대였나요>를 포함해 2권을 냈고, 이번이 세 번째다. 토크콘서트는 이성철 창원대 교수(사회학)의 진행으로 박훈 변호사와 김갑수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대표가 김 시인과 함께 무대에 올라 이야기를 나누었고, 우창수 가수가 노래를 불렀다.

우창수 가수는 김 시인의 시 "햇살은 부활하지 않는다"에 곡을 붙여 부르기도 했다. 박훈 변호사와 김갑수 대표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김 시인의 시 "새벽에 귀 기울여" 등을 낭송하기도 했다.

김유철 시인은 앞으로 시집을 더 내지 않을 것이라 '강조'했다. 세 번째 시집이 마지막이라는 것. 그러나 그는 시를 계속 쓰겠지만 시를 묶는 '집'은 만들지 않겠다고 했다. 그 이유가 있었다.

"시인은 시집 세 권으로 할 이야기를 다해야 한다고 평소 생각해 왔다. 세 권이면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 나이 60살이 되기 전에 할 이야기를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독자들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지만, 갈림이나 다툼, 분열과 싸움을 넘을 수 있는 희망을 시집 세 권 속에 담으면 된다고 생각이다."

▲ 김유철 시인이 새 시집 <천개의 바람>을 펴내고 6일 저녁 창원대에서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사진은 김 시인이 이성철 창원대 교수(사회학)의 진행으로 박훈 변호사, 김갑수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대표와 토크콘서트를 열다 박 변호사가 시낭송하는 모습. ⓒ 윤성효


요즘 곧잘 창작시를 쓴다고 한 박훈 변호사는 "이번 시집을 읽으면서 아픔과 관찰이 투영된 작품이 많았다, 다시는 시집을 내지 않겠다고 하는 것까지 축하 드린다"고, 우창수 가수는 "시에 대해 이야기를 하라는 것보다 시에 곡을 붙여 노래로 부르는 게 더 쉽다, 김 시인의 시에 곡을 붙여 보았다"고 말했다.

김갑수 대표는 "토크콘서트 시작 전 좌석이 좀 비어 걱정하면서 속으로 복지로 인해 나태해서 안 오는 줄 알았다(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복지가 높으면 국민이 나태해진다'고 한 발언을 빗대어 한 말), 그런데 많이 와서 축하해 주어 고맙다"며 "시는 울음을 숨막힐 듯 모아서 한번에 토해내는 것이라 생각해왔는데, 이번 시집을 보고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 바람마다/소리가 있기를//그 바람마다/춤이 있기를//그 바람마다/진정, 바람이 있기를//천개의 바람마다"(시 "천개의 바람" 전문).

"오늘이 지나면/오늘이 지나면/오늘이 지나면/다시 오시나요"(시 "떨어져 핀 꽃에게 물어보고 싶은 말" 전문).

"동백은 붉어져 떨어지고/나는 희어져 휘어진다/겨울은 간 것인가/봄이 온 것인가/동백은 떨어져 붉어지고/나는 휘어져 희어진다/오늘 봄비가 내렸다"(시 "동백과 나" 전문).

▲ 김유철 시인이 새 시집 <천개의 바람>을 펴내고 6일 저녁 창원대에서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사진은 우창수 가수 등이 김 시인의 작품에 곡을 붙여 노래를 부르는 모습. ⓒ 윤성효


흔히 시는 짧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 시들은 짧다. 그러나 눈동자를 돌리지 않고도 바로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짧은 시지만, 계속 눈을 고정시키게 만드는 시다. 한 번 더 읽게 만들어, 그 깊은 의미를 음미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시다.

'천개의 바람'을 다 헤아려야 하기에도 그렇고, 떨어져 핀 꽃에게 물어보고 싶은 말의 정답도 찾지 못했기에 그렇고, 봄비 내리면 떨어지는 동백처럼 시인의 인생도 더 깊어질 것이기에 그렇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봄부터 한여름까지 푸른 잎 한가득/펼쳐놓았던 편지가 있었다//사랑한다고/미안하다고/보고싶다고//배달되지 않은 편지가 고개를 푹 떨구고 가을을/맞는다/고개를 푹 떨구고"(시 "배달되지 않은 편지" 전문).

김원 문학평론가는 평론에서 "김유철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속에는 우리가 차마 받아들여야 했던 그러나 기어이 보내지 못한 지난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이 들어 있다"며 '엎드려 듣는 빗소리는 너였다'는 바닥 밑에서의 깨달음마저도 사치 같았던 시간들이었다,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묻고 또 묻고 싶었던 한마디"라고 했다.

▲ 김유철 시인이 새 시집 <천개의 바람>을 펴내고 6일 저녁 창원대에서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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