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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오늘 맥도날드를 점거하는 이유

[주장] 2월 7일, 알바노동자 최초의 행동의 날로 기록될 것

등록|2015.02.07 15:57 수정|2015.02.07 15:57

▲ 알바노조는 지난해 12월 18일 맥도날드 청담DT점 앞에서 '불법천지 강도날드, 알바들은 단체교섭을 요구한다'는 기자회견을 열고 맥도날드 근로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 알바노조


한 번이라도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맥도날드 매장에는 왜 아르바이트(크루)들만 가득한가'에 대해서 말이다. 24시간 돌아가는 맥도날드. 빵을 만들고, 주문을 받고, 청소를 하고, 배달하는 일은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데, 맥도날드에는 관리직을 제외한 모든 직원들은 비정규직 아르바이트로 채용된다.

왜 맥도날드는 알바를 채용하고, 최저임금만 지급하는가?

장기간 안정적으로 일하고 싶어도, 맥도날드가 직장이더라도 계약기간은 최대 1년을 넘을 수 없다. 물론 (결과적으로) 1년이 넘게 일하는 알바들도 있지만,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는 알바들은 관리자들의 눈칫밥 먹으며 일할 수밖에 없고, 부당한 일에 항의하기도 어렵다. 지난 1월 21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기자들과 간담회에서 '맥도날드와 같은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직원을 무조건 알바로만 채용하는 관행에 대해선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한번 더 생각해보자. 맥도날드 알바는 왜 최저임금만 받을까? 크루의 시급은 올해 최저임금인 5580원이다. 최저임금은 '지키기만 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최소한으로 지급해야 하는 임금을 뜻한다.

대기업부터 개인사업자까지 알바들을 고용한 사업주의 지불능력은 천차만별이지만, 대기업인 맥도날드에서 딱 최저임금만 주는 상황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개인사업자들이 임금을 올릴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이다. 결국 알바들의 시급은 대기업이 앞장서 최저임금에 꽁꽁 묶어둔 상황이 되었다.

맥도날드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크루들이 있다. 부모로부터 독립해 생활하는 청소년들부터 엄청난 학비를 대야 하는 대학생들까지.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과 '투잡' 뛰는 라이더(배달) 아저씨들, 자녀 양육비 벌려는 주부사원들도 있다. 장애인과 시니어 사원들까지도.

이 모든 맥도날드 노동자들이 최저임금만 받으면 먹고사는 데 문제가 없을지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직원을 가장 큰 자산으로 여긴다는 맥도날드의 본사 CEO 시급은 무려 1천만 원에 육박하는데도 말이다. 아르바이트노동조합(알바노조)의 설문조사에서는 상당수의 맥도날드 알바들이 쉴 틈 없이 일하며 최저임금 받는 건 억울하다고 답했다. 결국 글로벌 대기업 맥도날드는 정작 직원들이 어떻게 먹고사는지는 안중에도 없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유리한 증거는 문서로, 불리한 증거는 구두로 남긴 맥도날드

지난 2월 5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이가현 알바노조 조합원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가현 조합원은 지난해 5월 패스트푸드 노동자의 날에 맥도날드의 꺾기 실태를 고발했으며, 해고되던 날 매니저는 이가현 조합원에게 "동료들이 너의 노동조합 활동을 불편해한다"고 말한 바 있다.(관련기사 : "내일부터 나오지 마"... 난 왜 맥도날드서 잘렸나)

그러나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계약기간 만료에 따른 정당한 해고'라고 결정했다. 본사 노무담당자는 이가현 조합원이 주장한 바를 단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고통보 당시 언급한 유일한 이유인 '노조활동'은 쏙 빠지고 원래부터 이가현 조합원이 불성실하게 일해 왔다는 주장만 반복되었다.

▲ 알바노조는 지난해 11월 20일 맥도날드 역곡점 앞에서 함부로 잘린 알바들의 성토대회를 열고 부당하게 잘린 알바들의 이야기를 고발했다. ⓒ 알바노조


지난해 7~8월 이가현 조합원이 일을 할 수 없는 조건에서도 매니저가 짧게라도 일해달라고 부탁한 사실은 오히려 근무가 불안정했다는 불리한 증거가 되었고, 9월부터 다시 근무시간을 늘리기로 한 사실은 아예 사라졌다. 점장과의 면담에서 갑자기 듣게 된 해고통보에 점장이 시키는 대로 서명을 했지만 곧바로 이를 취소하기 위해 점장에게 연락을 취한 사실도 사라졌다. 맥도날드 사측은 자신에게 유리한 것은 문서로 남겼고, 자신에게 불리한 것은 구두로 남겼다. 법대로 판단하는 노동위원회는 처음부터 사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근로계약서 한 장 쓰지 못해 돈을 떼이는 알바들의 처지, 사장님 약속은 모두 허공에 떠도는 말일 뿐, 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아무것도 없는 알바들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순간이었다.

자기 직원 1190명을 거짓말쟁이로 만든 맥도날드

지난해 12월 알바노조가 온라인 설문을 통해 맥도날드 전현직 아르바이트 1625명을 대상으로 근로실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그 중 1190명(64%)이 '꺾기'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근로계약서도 교부받지 못했고, 일한 시간만큼 시급이 나오지 않았다고도 답했다. 그러나 맥도날드는 이를 흑색선전으로 규정했다. 맥도날드는 노동부 조사에서 하나도 걸리지 않았으며 내부적으로 철저한 노무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관련기사 : '세계 1위' 맥도날드의 '꺾기'를 아시나요 / 맥도날드 '꺾기 노동' 여전... 회사는 당당)

맥도날드에서 일하는 알바노조 조합원들이 '출근하지 말라'고 보낸 매니저의 문자를 가지고 있어도, 알바노조가 맥도날드의 꺾기 관행을 고발한 이후 매장에서 크루들에게 '자발적 조퇴서'를 강제로 쓰게 하면서도, 맥도날드는 꺾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알바를 좀 해본 사람이면 진실을 알 수 있는데도 말이다.

이런 문제는 알바들이 적극적으로 제기해야 알 수 있는 것들이다. 미리 감독 나간다고 예고도 하고 정작 현장에선 회사가 준비한 서류만 보고 가는 노동부 공무원들은 알 수 없는 것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알바들은 부당함에 그냥 참거나 그만두고 만다. 그리고 불법관행은 계속되는 것이다.

우리는 당신들의 알바이자 손님

오늘 예정된 알바노조의 맥도날드 점거시위는 계획대로 진행된다. 우리는 알바이자 손님이다. 맥도날드 매장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우리가 매장 내에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권한은 그 누구에게도 없다. 또한 맥도날드는 손님들이 무엇을 주제로 토론을 하든 그것을 막을 권한이 없다. 우리는 우리가 정한 시간과 방식에 따라 맥도날드에 대해 토론하고 맥도날드의 변화를 위한 운동을 전개할 것이다.

지난 100일간 알바노조는 맥도날드와 꾸준히 대화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맥도날드는 알바노조의 문제제기를 보도한 기자와 연대발언에 나섰던 국회의원과 대화를 나눴을 뿐 정작 알바노조와는 단 한 차례도 대화에 나서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맥도날드 매장에서 직접 행동을 나서기로 했다.

맥도날드가 한국에 들어온 지 27년째인 2015년 2월 7일, 오늘은 알바노동자 최초의 행동의 날로 기록될 것이다. Change the McDonald's!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구교현은 아르바이트노동조합(알바노조) 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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