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 바라본 연말정산의 불편한 진실
[TV리뷰] 출연료로 상여금 지급? 연말정산 논란 예리하게 꼬집다
▲ 지난 7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끝까지 간다> 한 장면 ⓒ MBC
지난 7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 '끝까지 간다' 편에서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하하는 10년간 수고했다는 의미의 특별상여금을 받는다는 말에 한 장의 계약서에 사인을 하게된다. MBC가 갑이고, 출연진은 을로 명시된 계약서였다.
하지만 계약서 뒷면에 게재된 내용을 미처 보지 못한 출연진들은 자신들이 응당 받아야할 출연료에서 상여금이 인출된다는 사실을 곧 알게되고, 절망하게 된다. 그들은 어떻게해서든지 특별 상여금, 아니 자신들이 원래 받아야할 출연료를 받기 위해 출연진들 간 물고 물리는 추격전을 감행한다.
최근 수많은 직장인들의 분통을 터트리게한 연말정산 논란을 영리하게 비튼 기획이었다. 소득의 일정부분을 세금으로 납부하였던 직장인들에게 연말정산은 성실히 납세자의 의무를 이행한 것에 대한 일종의 보너스였다. 그러나 올 초에 발생한 연말정산 소동은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그 일부를 꼬박 세금으로 납부한 이 시대 대다수의 직장인들을 허탈하게하였다.
이번 연말정산 소동이 큰 문제가 된 것은 지난해와 똑같은 연봉에 공제받을 수 있는 조건이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 올해 부담해야할 세금이 더 늘어났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심지어 달라진 연말정산 정책 때문에 연봉 7000만원인 직장인인 경우에는 2월 월급분에 해당하는 약 500만원이 세금으로 부과되는 사례도 속출하다는 심상치 않은 소식까지 들리고 있다.
<무한도전>은 출연자들의 출연료를 한 상자에 모아 누군가가 상자 뚜껑을 열수록, 그 사람은 거액의 상금을 획득하지만, 나머지 출연진들의 계좌에는 계속 돈이 빠져나가는 식으로 연말정산을 비유했다.
이러한 황당한 게임 규칙을 알게된 출연진들은 "서로 출연료 뺏는 게 상여금이냐"면서 발끈한다. 하지만 결국은 상대방을 따돌리고 거액의 상금을 챙기고자 이 말도 안되는 게임에 완전히 몸을 맡겨 버린다. <무한도전> 추격전 사상 최고액에 해당하는 상금이 탐나기도 하지만 만약 자신이 아닌 누군가가 상자를 열게되면자신이 받아야할 출연료를 받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기기 때문에 출연진들은 상자를 얻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리고 또 달린다.
▲ 지난 7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끝까지 간다> 한 장면 ⓒ MBC
출연진들끼리 물고 물리는 혈전에서 가장 이득을 보는 사람은 그들의 갑으로 설정된 MBC, 제작진이다. 원래 출연진들에게 골고루 나눠줘야할 출연료를 한 사람을 위한 상금의 출처로 못박은 제작진은 애초 지급해야할 출연료 외에 별다른 돈을 들이지 않고 출연진들의 눈을 특별 상여금으로 돌리게하는데 성공을 거둔다.
열심히 일해도 점점 힘들어진다는 하소연이 늘어만 가는 요즘. <무한도전>은 모두가 응당 받아야할 몫을 경쟁논리로 앞세워 그 과정에서 이긴 이에게만 많은 것을 가지게 하는듯하나, 결국은 갑만 배부르게하는 현실을 예리하게 꼬집었다. 과연 <무한도전> 출연진들은 모든 상자가 다 열릴 때까지 혹은 다섯명 전원이 게임 종료에 동의하는 것 중 어떤 방식으로 이 게임을 끝낼 수 있을까. 다음주 계속 이어나갈 남은 이야기가 사뭇 궁금해진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 (너돌양의 세상전망대), 미디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